개미들 '54조' 털렸는데…'삼전닉스 레버리지' 거래소·증권사 수수료 '1170억' 챙겼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사진=연합뉴스
거래소 279억·증권사 893
개인들 고위험 상품에 노출
시장 관리자 역할 점검 필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한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상장지수펀드(ETF)가 출시된 이후 약 두 달간 한국거래소와 증권사들이 거둔 수수료 수익이 117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투자자들이 고위험 상품에 몰리는 사이 거래소와 증권사들이 막대한 수수료 수익을 거뒀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성훈 의원실이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ETF가 출시된 지난 5월 27일부터 지난달 말까지 총 16개 관련 종목에서 발생한 거래소와 증권사의 수수료 수익은 약 1172억6000만원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한국거래소가 거둔 거래수수료와 청산결제수수료는 279억1100만원이었다. 45거래일 동안 하루 평균 약 6억2000만원의 수수료 수익을 올린 셈이다. 거래수수료가 241억3900만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했고, 청산결제수수료는 37억7100만원이었다.

거래가 집중된 날에는 거래소의 하루 수수료 수익이 10억원을 넘기도 했다. 지난 6월 24일에는 10억5100만원, 지난달 14일에는 10억1100만원의 수수료 수익이 발생했다.

증권사들이 개인투자자의 ETF 거래를 중개하면서 얻은 위탁매매 수수료 수익은 893억5000만원에 달했다. 일부 증권사가 온라인 위탁매매 수수료를 한시적으로 면제하는 이벤트를 진행한 점을 고려하면 실제 거래 규모에 비해 수수료 수익이 작게 집계됐다고 금융감독원은 설명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기초자산의 가격 변동을 2배 수준으로 추종하거나 반대로 움직이는 상품이다. 가격이 상승할 때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지만, 반대로 움직일 경우 손실 역시 확대될 수 있어 변동성이 큰 시장에서는 투자 위험이 커진다.

금융당국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이 국내 증시의 변동성을 키우고 개인투자자의 투기적 거래를 부추긴다는 우려가 커지자 지난달 31일부터 투자요건을 강화했다. 기본예탁금을 현금 3000만원으로 상향하고, 개인별 투자한도를 총 투자금액의 20% 수준으로 설정하는 방안을 비롯해 사전교육과 증권사의 괴리율 관리 의무 강화 등의 보완책을 내놨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도 지난 6월 기자간담회에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의 높은 회전율을 지적하며 “증권사만 배 불리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투자자에게 실익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 상품을 관리·운영하는 시스템만 이익을 얻는 구조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개인투자자의 손실 규모를 둘러싼 우려도 커지고 있다. 앞서 투자은행(IB)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은 지난달 28일 기관투자가 대상 보고서에서 국내 개인투자자의 레버리지 ETF 투자 손실액을 387억달러(약 54조6400억원)로 추정했다.

씨티는 한국 자산을 기초로 한 레버리지 ETF의 시가총액이 지난 6월 22일 약 525억달러까지 급증했다가 한 달 만에 190억달러 수준으로 급감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이를 바탕으로 올해 들어 국내 증시의 신용 포지션 청산이 약 65% 진행됐으며, 레버리지 ETF로 인한 개인투자자의 손실 규모가 387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박성훈 의원은 “개인투자자가 단일종목 레버리지 투자 위험에 노출된 사이 증권사뿐 아니라 거래소도 수백억원의 수수료 수익을 거뒀다”고 지적했다.

이어 “거래가 발생하면 수수료를 받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지만, 개인들이 고위험 상품에 노출되는 동안 거래소가 시장관리자로서 제대로 역할을 했는지는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통계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투자자에게 막대한 손실 위험을 안길 수 있는 동시에 거래가 집중될수록 거래소와 증권사에는 상당한 수수료 수익을 안겨주는 구조를 보여준다. 금융당국이 투자 문턱을 높이는 보완책을 시행한 가운데 향후 개인투자자 보호와 시장 건전성 확보를 위한 추가 대책이 이어질지 주목된다.

이상목 기자 mrls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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