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 청년들이 빌딩 한 채를 직접 사서 운영해보려면 자산을 모으는 데만 20~30년이 걸릴 수 있습니다. 그동안에는 빌딩에서 어떻게 임대수익이 발생하고, 어떤 비용이 들고, 어떻게 자산 가치가 높아지는지 경험하기도 어렵습니다. 토큰증권(STO)을 활용하면 여러 사람이 좋은 부동산을 함께 소유하면서 이런 경험을 나눌 수 있습니다.”
김항주 피에코(PIECO) 대표가 부동산 STO 시장에서 구상하고 있는 미래는 단순한 '조각투자'와 다르다. 부동산을 쪼개 파는 데 그치지 않고 여러 투자자가 좋은 건물을 공동으로 소유하고, 직접 이용하고, 운영 과정을 공유하면서 자산 가치를 함께 높이는 이른바 '소셜 STO(Social STO)'다.
기존 공동투자는 임대나 매각 과정에서 지분권자의 동의를 일일이 받아야 하는 등 권리관계가 복잡해진다. STO가 제도적으로 안착하면 이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거래할 수 있다는 게 김 대표의 판단이다.
피에코의 또 다른 차별화 포인트는 '좋은 부동산을 찾는 것'보다 '좋은 딜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경매·공매·부실채권(NPL) 시장에서 저평가된 상업용 부동산을 발굴한 뒤 경쟁력 있는 프랜차이즈나 K-푸드·K-뷰티 브랜드를 유치해 임대수익과 자산 가치를 끌어올리는 '딜 매뉴팩처링(Deal Manufacturing)' 전략을 내세운다.
김 대표는 부동산 온라인투자연계금융(P2P) 플랫폼 투게더펀딩과 미술품 조각투자·STO 플랫폼 투게더아트를 창업한 경험이 있다. 2003년부터 부동산 담보대출과 경매·공매, NPL 시장에서 활동해왔다. 부동산 금융과 조각투자 시장을 모두 경험한 뒤 이번에는 자신이 가장 잘 아는 부동산에서 STO 사업에 다시 도전한다.
대담=길재식 전자신문 디지털금융부 부국장
-피에코는 어떻게 시작된 회사인가.
▲오래전부터 '좋은 부동산을 꼭 한 사람이 전부 소유해야 할까'라는 생각을 했다. 여러 사람이 함께 소유하면 더 많은 사람이 부동산을 경험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과거 부동산 P2P 금융 사업을 했고 이후 미술품 조각투자 사업도 경험했다. 최근 토큰증권 제도화가 본격화되면서 그 구상을 실현하기 위해 피에코를 설립했다.
저희가 만들려는 것은 부동산을 단순히 잘게 나눠 파는 플랫폼이 아니다. 여러 사람이 좋은 부동산을 같이 소유하고 직접 이용하고 정보를 나누면서 자산의 가치를 함께 키워가는 플랫폼이다. '함께 소유하고, 함께 이용하고, 함께 가치를 키운다'는 것이 피에코가 생각하는 부동산 STO다.
-기존 부동산 조각투자와 가장 다른 점은 무엇인가.
▲투자자가 투자만 하고 끝나는 구조를 만들고 싶지 않다. 부동산을 한 번도 소유해보지 못한 사람은 빌딩이 어떻게 돈을 버는지, 임대료가 얼마나 들어오고 비용이 얼마나 나가는지 직접 경험하기 어렵다. 예를 들어 상가에 프랜차이즈가 들어왔다면 매출과 비용, 임대수익 등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공동소유자가 볼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자신이 투자한 자산이 어떻게 운영되는지 보면서 간접적으로 사업을 경험할 수 있다.
공동소유자가 마케팅에도 참여할 수 있다. 어떤 점포의 소유자가 1만명이라면 한 명의 점주만 홍보하는 것이 아니라 1만명의 공동소유자가 그 공간을 알릴 수도 있다. 장사가 잘되면 결국 임대수익과 자산 가치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투자자와 자산의 이해관계가 연결되는 셈이다.
-부동산 시장이 좋지 않다. 지금 부동산 STO에 나서는 이유는.
▲부동산 시장이 침체됐다고 해서 모든 부동산이 나쁜 것은 아니다. 성수동이나 유명 맛집, K-뷰티 매장처럼 국내외 사람들이 계속 몰리는 곳은 여전히 많다. 중요한 것은 단순히 건물을 사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왜 그 공간에 오는지를 만드는 것이다. 저희는 주거용 부동산보다는 수익을 만들어낼 수 있는 상업용 부동산에 집중할 계획이다.
특히 경매·공매·NPL 등을 통해 경쟁력 있는 가격에 자산을 확보하고, 집객력이 있는 브랜드를 유치하려고 한다. 자산을 싸게 확보하고 공실을 줄이고 임대수익을 올려 가치가 높아지면 이후 매각을 통해 추가 수익도 만들 수 있다. 저는 이를 '딜 매뉴팩처링'이라고 부른다. 시장에 이미 만들어진 좋은 물건을 비싸게 사오는 것이 아니라 직접 좋은 딜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경매·공매가 피에코의 중요한 경쟁력인가.
▲그렇다. 부동산을 일반 시장에서 사면 대부분 제값을 줘야 한다. 저희는 경매와 공매, 신탁사 공매, NPL 등에서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자산을 찾아내려고 한다. 결국 투자수익은 얼마나 좋은 가격에 자산을 확보하느냐에서 상당 부분 결정된다. 좋은 물건을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좋은 가격에 사고, 운영을 통해 자산 가치를 높이는 능력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처음부터 큰 빌딩을 대상으로 하나.
▲아니다. 처음부터 큰 규모로 가고 싶지는 않다. 단기적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가와 신뢰다. 초기에는 10억~20억원 규모의 비교적 작은 상업용 부동산부터 시작하려 한다. 좋은 가격에 자산을 확보하고 경쟁력 있는 브랜드를 유치한 뒤 운영과 매각을 통해 실제 성과를 보여주는 성공 사례를 만드는 것이 먼저다. 부동산 STO는 한 번에 규모를 키우는 것보다 투자자가 '정말 이 방식으로 돈을 벌 수 있구나'라는 신뢰를 갖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작은 성공 사례를 축적한 뒤 수백억원, 수천억원 단위의 자산으로 단계적으로 올라갈 생각이다.

-투자자가 얻을 수 있는 수익은 어느 정도로 보고 있나.
▲아직 실제 상품이 나온 단계는 아니어서 확정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 다만 투자자 입장에서는 일반적인 임대수익률보다 충분히 매력적인 수익이 나와야 한다고 본다. 저희는 경·공매 과정에서 자산을 경쟁력 있는 가격에 확보하고, 운영을 통해 임대수익과 자산가치를 높이는 방식을 사용하려 한다.
-STO가 기존 부동산 공동투자의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고 보나.
▲기존 공동소유 방식은 참여자가 많아질수록 상당히 복잡해진다. 예를 들어 친구 30명이 돈을 모아 100억원짜리 건물을 샀다고 하자. 임대를 주거나 매각하려고 하면 여러 지분권자의 동의가 필요하다. 관계가 나빠지거나 일부가 동의하지 않으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부동산을 소유하는 방식은 지금까지 상당히 제한적이었다. STO가 제도적으로 자리 잡으면 여러 사람이 하나의 자산에 참여하면서도 권리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거래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저는 STO를 단순한 조각투자가 아니라 '부동산을 소유하는 새로운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그 시장은 충분히 커질 수 있다.
-STO 시장 활성화를 위해 제도적으로 보완됐으면 하는 점이 있다면.
▲투자자 보호와 안전장치는 반드시 필요하다. 다만 안전을 위해 여러 기관을 거치는 과정에서 수수료가 계속 붙으면 결국 투자자의 몫이 줄어든다는 점도 함께 봐야 한다. STO는 지금까지 큰돈을 가진 사람만 접근할 수 있었던 자산에 보다 많은 사람이 참여할 기회를 주는 제도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신탁수수료나 각종 관리비용이 계속 더해져 소액 투자자에게 지나치게 많은 비용이 전가된다면 제도의 취지와 맞지 않을 수 있다. 투자자 보호를 전제로 하되 참여자가 많아질수록 비용을 효율화할 수 있는 구조도 함께 고민했으면 한다. STO가 진정한 대중 투자시장으로 성장하려면 거래 비용 역시 충분히 경쟁력이 있어야 한다.
-현재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일은 무엇인가.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가 준비와 플랫폼 구축이다. 좋은 부동산만 가지고 있다고 STO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발행, 가치평가, 투자자 보호, 권리관리, 유통까지 여러 금융 인프라와 연결돼야 한다. 증권사와 금융회사, 신탁사, 거래 플랫폼 등 각 분야 전문회사와 협력하는 구조를 만들려고 한다.
과거 투게더펀딩을 운영하며 금융 플랫폼과 제휴한 경험도 있다. STO에서도 발행사는 좋은 상품을 만들어야 하고 유통 플랫폼은 좋은 상품을 확보해야 한다. 서로 협력할 영역이 충분히 있다고 본다. 지금은 상품을 많이 보여주는 것보다 제도에 맞는 신뢰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 먼저다.
-해외 투자자 유치에도 적극적이다.
▲장기적으로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다. 최근 싱가포르 루미나스파이낸셜과 협력 관계를 구축한 것도 해외 기관투자가와 자산가 네트워크를 만들기 위해서다. 해외 네트워크는 두 가지 측면에서 필요하다. 경매·공매·NPL 시장에서 좋은 대형 자산을 발견했을 때 해외 기관과 함께 선제적으로 투자할 수 있고, 반대로 한국의 우량 부동산을 해외 투자자에게 소개할 수도 있다.
강남의 빌딩이나 K-호텔, K-푸드·K-뷰티 브랜드가 들어가 있는 상업시설이라면 해외 투자자 입장에서도 충분히 하나의 투자 스토리가 될 수 있다. K-컬처가 세계인의 관심을 한국으로 끌어왔다면 그 관심을 K-부동산 투자로 연결할 수 있다.
-'K-호텔'이라는 구상도 흥미롭다.
▲호텔이라고 해서 단순히 잠만 자는 공간으로 만들 필요는 없다. K팝이나 K-뷰티, K-푸드 등 한국 문화를 공간에 접목할 수 있다. 해외 투자자가 자신이 좋아하는 한국 문화와 관련된 호텔이나 공간에 투자하고, 한국에 왔을 때 실제로 자신이 투자한 곳에 머무르는 것이다. 자신의 투자 자산을 직접 경험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투자자는 이용자가 되고, 이용자는 다시 그 공간을 알리는 사람이 된다. 투자와 관광, 소비가 연결되는 구조다. 중장기적으로는 K-호텔과 숙박시설, 대형 상업용 빌딩까지 확대하고 싶다. 소액 투자자뿐 아니라 고액자산가와 기관투자가를 위한 프라이빗 상품도 제도적 여건에 맞춰 만들 생각이다.
-투게더펀딩과 투게더아트를 거쳐 다시 창업에 나섰다. 이번 사업에 임하는 생각은.
▲투게더펀딩을 통해 부동산 금융을 경험했고 미술품 조각투자도 직접 해봤다. 저는 결국 부동산을 가장 잘 안다. 사업을 하다 보면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영역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 미술품보다 부동산에서 제가 가진 경험과 네트워크를 더 잘 활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궁극적으로 어떤 회사를 만들고 싶은가.
▲부동산 투자 플랫폼을 넘어 사람들이 경제와 사업을 배우는 플랫폼을 만들고 싶다. 부동산을 처음 투자하거나 퇴직한 뒤 사업을 시작하려는 사람은 많은 시행착오를 겪는다. 프랜차이즈 매장이 실제로 얼마를 벌고 어떤 비용이 들어가는지 직접 해보기 전에는 알기 어렵다.
피에코에서는 자신이 투자한 자산의 매출과 비용, 임대수익, 가치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면서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게 하고 싶다. 투자자끼리 정보를 공유하고 토론하고, 정기적으로 만나 네트워크를 만드는 커뮤니티도 생각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좋은 자산이 있으면 함께 투자하고, 투자한 공간을 함께 이용하고, 서로 배우면서 같이 성장하는 것이다. 부동산과 금융, 커뮤니티가 결합한 '공유경제의 끝판왕' 같은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 제 목표다.

○김항주 피에코 대표는…
2003년부터 부동산 담보대출과 경매·공매, 부실채권(NPL) 등 부동산 금융시장에서 활동해왔다. 2017년부터 동국대학교 핀테크·블록체인 최고위과정 총동문회장을 맡고 있다.
부동산 P2P 플랫폼 투게더펀딩을 창업해 성장시켰으며, 이후 미술품 조각투자·토큰증권 플랫폼 투게더아트를 설립했다. 투게더펀딩은 2021년 매각했고, 투게더아트 지분은 K옥션에 매각하며 경영에서 물러나고 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부동산 금융과 실물자산 조각투자 시장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2026년 부동산 STO 플랫폼 피에코를 설립했다. 현재 토큰증권 발행 관련 인가 준비와 플랫폼 구축을 진행하고 있으며 경매·공매·NPL을 활용한 상업용 부동산 STO와 K-호텔·K-빌딩 등 글로벌 부동산 투자상품을 준비하고 있다.
송혜영 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