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관 간 주식 대차거래를 디지털화한 핀테크 기업 한국증권대차(KSL)가 사업 운영 7년 만에 정식 인가 신청에서 탈락하며 혁신 사업이 좌초될 위기에 놓였다.
KSL은 주식을 빌려주고 빌릴 때 과정을 전산으로 기록하는 시스템을 개발, 운영하는 기업이다. 회사는 2019년 6월 설립, 금융위원회의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됐다. 이 시스템은 수기에 의존해 온 공매도 거래 시스템을 디지털로 처리할 수 있게 해 투명성을 높였다.
18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KSL은 지난해 6월 금융위원회에 금융투자중개업 예비인가를 신청했지만, 최근 탈락 통보를 받으며 혁신금융서비스 지정도 종료됐다. 탈락 이유는 자기자본 요건 부족으로 알려졌다. KSL이 인가를 신청한 투자중개업을 하려면 최소자기자본 5억원 이상이 필요하다.
회사는 자사가 자기자본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이유는 △해외 사업에 대한 금융당국의 입장 번복 △후발주자 기업에 대한 사업 허용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사업 추진에 약 100억원의 투자금이 들어갔지만 규제 리스크로 사업을 이어가기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KSL은 2024년 국내뿐 아니라 해외 투자자의 대차거래까지 전산화하기 위해 금융위에 사업 변경을 신청했다. 당시 해외 기업 중심 사업 구조라는 이유로 불허됐지만, 당국 실무자에게서 수정된 구조로 추진이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고 30억원을 들여 시스템 개발, 재심사 과정을 밟았다. 하지만 재심사 과정에서 담당 실무자가 바뀌었고 거절된 사안을 다시 심사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다시 거절됐다.
KSL은 자사가 기관 대차거래 중개 시장을 연 뒤 경쟁사 '디렉셔널'의 사업 확대가 가능해졌다는 점도 지적한다. 대차거래 중개 인가 단위는 KSL이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된 지 6년 만인 2025년 6월 KSL의 꾸준한 요청으로 신설됐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인가 단위를 신설하기 두 달 전인 4월 개인 대상 대차거래 플랫폼 디렉셔널에게도 기관 대차거래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KSL은 디렉셔널이 2022~2024년간 무인가 영업을 했다는 의혹도 제기해 경찰 수사까지 이어졌지만, 금융당국은 서비스가 '단순 테스트'였다고 판단하며 사건이 종결됐다. 디렉셔널도 KSL과 비슷한 시기에 투자중개업 인가를 신청했고, 아직 인가 여부는 정해지지 않았다.
하재우 KSL 대표는 “금융당국의 입장 번복으로 사업이 위기를 맞았다”며 “7년간 사업을 해온 기업의 노력에 대해서는 구제책이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김신영 기자 spicyzer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