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연구팀이 차세대 비휘발성 메모리와 뉴로모픽 컴퓨팅 소자로 주목받고 있는 강유전체 인공지능(AI) 반도체 신뢰성 저하에 영향을 규명했다. 향후 방사선 환경용 반도체 소자 설계 및 신뢰성 평가의 새로운 고려 요인을 제시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전북대는 배학열 공대 전자공학교 교수팀이 방사선 환경에서 차세대 강유전체 메모리 및 뉴로모픽 반도체 소자의 성능이 저하되는 원인을 분석하고, 향후 방사선 환경용 반도체 소자 설계 시 고려해야 할 핵심 신뢰성 요인을 제시했다고 20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배 교수팀이 김태완 서울시립대 교수팀, 한국원자력연구원 창업기업 큐빔솔루션(대표 정봉기)과 공동으로 수행했다. 연구 논문은 'ACS 어플라이드 일렉트로닉 머티리얼즈' 최신호에 게재됐다.
이번 연구는 2차원(2D) 강유전체 반도체 기반 시냅스 트랜지스터에 중성자를 조사한 뒤, 결함 관련 변화가 전기적 특성, 메모리 동작, 뉴로모픽 시냅스 성능에 미치는 영향을 하나의 체계로 연결해 분석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특히 중성자 조사 후 나타나는 성능 저하가 단순한 전류 감소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결함 관련 trap state에 의한 전하 수송 저하와 시냅스 가중치 불확실성 증가로 이어질 수 있음을 확인했다.
강유전체 반도체는 외부 전원이 꺼져도 분극 상태를 유지할 수 있어 차세대 비휘발성 메모리와 뉴로모픽 컴퓨팅 소자로 주목받고 있다. 뉴로모픽 컴퓨팅은 인간 뇌의 시냅스처럼 기억과 연산을 하나의 소자에서 동시에 수행하도록 설계된 차세대 기술로, 기존 컴퓨팅 구조의 한계인 '폰 노이만 병목'을 극복할 수 있는 대안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우주 및 항공기 플랫폼 같은 환경에서는 고에너지 중성자에 의해 반도체 내부에 결함이 생성될 수 있다. 중성자는 물질 내부 깊숙이 침투할 수 있으며,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결함은 반도체 소자의 신뢰성을 저하시킬 수 있다.
연구팀은 이러한 문제의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중성자 조사 실험을 수행했다. 중성자 조사 후 에너지 분산형 X선 분광법 분석(EDS) 결과, 박막의 셀레윰(Se)/인듐(In) 조성비가 변화했으며, 전기적 분석에서는 전자 트랩(포획) 결함 밀도가 증가했고 이러한 결함 관련 트랩 상태가 강유전체 분극에 의해 조절되는 전하 수송을 방해하는 것으로 해석됐다.
실제로 중성자 조사 이후 소자의 드레인 단자는 약 88.95% 감소했으며, 메모리 특성을 나타내는 메모리 윈도우 대 스윕 레인지 비율MW/SR)는 약 48.20% 저하됐다. 반면 강유전체 분극 스위칭 특성은 유지돼, 이번 성능 저하는 분극의 완전한 소실보다는 중성자 조사로 유도된 결함 관련 트랩 상태에 의한 전하 포획 및 수송 저하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이러한 열화가 뉴로모픽 시냅스 동작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확인했다. 중성자 조사 후 시냅스 가중치 업데이트의 비선형성이 증가하고 다이내믹 레인지가 감소했으며, 이는 인공신경망 추론 정확도 저하로 이어졌다. 방사선 결함이 단일 소자의 전기적 열화뿐 아니라 시스템 수준의 AI 연산 신뢰성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번 연구의 의의는 향후 방사선 환경용 소자를 설계할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할 열화 요인을 실험적으로 제시했다는 데 있다. 중성자 조사로 인한 결함 관련 트랩 상태가 분극 기반 전하 수송, 메모리 성능, 시냅스 가중치 안정성에 연쇄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음을 확인함으로써, 방사선 환경에서 동작하는 차세대 반도체 소자의 신뢰성 평가에 필요한 기초 근거를 마련했다.
배학열 교수는 “차세대 AI 반도체가 우주와 같은 극한 환경에서 안정적으로 동작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성능 향상을 넘어, 방사선에 의한 반도체 결함의 영향을 체계적으로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번 연구는 2D 강유전체 반도체 기반 메모리 및 뉴로모픽 소자의 중성자 조사 열화 경로를 분석함으로써, 향후 방사선 환경용 반도체 소자 설계와 신뢰성 평가에서 고려해야 할 핵심 물리적 요인을 제시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나노소재기술개발사업(소재글로벌 영커넥트), 초고집적 반도체용 반데르발스(vdW) 소재 및 공정기술개발사업, 전북대학교 RISE 사업 등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전주=김한식 기자 hs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