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 차이나] HUD는 어디까지 보여줘야 하나… 中 스마트카 과잉 디스플레이 경쟁

중국 스마트카 시장에서 헤드업 디스플레이(HUD)가 빠르게 대중화되고 있다. 한때 고급차 차별화 장비였던 HUD가 이제는 10만위안 안팎 차량까지 내려오면서 보급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그러나 시장이 커질수록 새로운 논쟁도 커진다. 자동차 업체들이 HUD를 단순한 주행 보조 장치에서 벗어나 사실상 '앞유리 위 대형 디스플레이'로 확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2026년 4월 중국 승용차 시장의 HUD 기본 장착량은 34만2000대로, 장착률은 처음으로 25%를 넘어섰다. 가격도 9만위안 이하 차량까지 내려왔다. 특히 AR-HUD 적용이 빠르게 확대되면서 HUD는 더 이상 고급차 전유물이 아니다.

〈출처:36kr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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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기능 경쟁 방향이다. 과거 HUD는 속도와 같은 기본 주행 정보, 내비게이션 방향, 차선 변경 안내 등 운전에 직접 필요한 정보를 운전자 시야에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최근 중국 업체들은 신호등 잔여 시간, 후방카메라 영상, 실시간 차선 안내 등을 HUD에 결합하고 있다. 실제 도로 위에 내비게이션 경로를 빛의 띠처럼 표시하는 AR 기능도 등장했다.

일부 업체는 여기서 더 나아가 AR-HUD를 70~96인치 상당의 대형 화면처럼 활용한다. 여러 장 미니 LED를 결합한 '스카이 스크린'으로 애니메이션과 테마를 보여주는 사례도 있다. 기술적으로는 인상적이지만, 자동차라는 제품 특성을 생각하면 근본적인 질문이 생긴다.

HUD 본래 목적은 더 많은 정보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다. 계기판이나 중앙 디스플레이를 보기 위해 시선을 아래로 옮기는 시간을 줄이고, 도로를 바라보면서 필요한 정보만 확인하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좋은 HUD는 운전자 시선을 끌어야 하는 화면이 아니라, 시선을 도로에 유지하도록 돕는 장치에 가깝다.

그러나 정보량이 지나치게 늘어나면 상황은 달라진다. 운전자 인지 능력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도로에서 위험을 발견하고 판단한 뒤 제동이나 조향으로 대응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약 0.75초 반응 시간을 가정하면 시속 100㎞로 주행하는 차량은 그동안 약 20m를 이동한다. 이 짧은 시간에 운전자가 도로와 HUD의 수많은 그래픽을 동시에 처리해야 한다면 오히려 중요한 정보에 대한 대응이 늦어질 수 있다.

특히 여러 차량과 보행자를 동시에 강조하거나 복잡한 3D 애니메이션을 표시하는 경우가 문제다. HUD가 운전자 시선을 도로에 붙잡아두기는커녕 새로운 시각적 주의를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럽이 HUD를 바라보는 방식은 이와 대조적이다. 유엔 유럽경제위원회(UNECE)의 UN R125는 운전자 전방 시야를 안전의 핵심 영역으로 보고 시각적 보조 정보를 규제 대상으로 다루고 있다. 2024년에는 차량 시각 보조 시스템(FVA) 표시 영역과 작동 조건 등을 구체화하기 위한 R17X 규정안도 논의됐다.

〈출처:36kr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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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17X 핵심은 HUD가 전방 시야를 뒤덮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전방 시야를 영역별로 구분해 표시할 수 있는 정보 성격을 제한하고, 불투명 픽셀 비율에도 상한을 두는 방식이다. 운전자가 밝기를 조절하고 필요할 경우 간단한 조작으로 HUD를 끌 수 있도록 하는 조건도 포함됐다. 시스템 고장으로 시각 정보에 문제가 발생하면 자동으로 HUD를 비활성화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무엇보다 중요한 안전 경고를 HUD 하나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이 중요하다.

중국 역시 관련 기준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2025년 12월 발표된 GB/T 46926-2025 '경형 자동차 시야 보조 시스템 기술 요구사항 및 시험 방법'은 2026년 7월부터 시행됐다. 권고성 국가표준이지만 자동차 안전 관련 강제 기준과 연계돼 차량 인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국제 표준 분야에서도 중국 업체들의 참여가 확대되고 있다. 2026년 7월에는 창안자동차가 주도한 ITU-T F.749.20 '스마트 자동차 헤드업 디스플레이 인터페이스 요구사항'이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을 통해 발표됐다.

기술과 가격 경쟁은 이미 충분히 뜨겁다. 과거 8000~1만2000위안 수준이었던 HUD 시스템 가격은 현재 1500~2000위안 수준까지 내려왔다. 10만~20만위안대 차량에 HUD가 빠르게 확산되는 배경이다. 하지만 하드웨어 가격이 낮아진 만큼 사용자 경험이 표준화된 것은 아니다. 업체별로 그래픽 구성과 AR 정합 정확도, 밝기와 시인성에서 차이가 크고, 무엇을 표시할 것인지에 대한 기준도 제각각이다.

결국 앞으로의 HUD 경쟁에서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이 보여줄 수 있는가'가 아닐 수 있다. 오히려 얼마나 많은 정보를 과감하게 덜어낼 수 있는가가 더 중요한 경쟁력이 될 수 있다.

※전자신문과 36케이알이 공동 기획한 기사입니다.

김현민 기자 minki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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