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두렵지 않게” 딸과 함께 무덤에 누워 놀아준 아빠…9년 뒤 기적이 일어났다

희귀병에 걸린 딸과 함께 무덤에 누운 아버지. 사진=바이두 캡처
희귀병에 걸린 딸과 함께 무덤에 누운 아버지. 사진=바이두 캡처
中서 사연 알려진 뒤 모금 진행·수술 성공
무덤 다시 메우고 해바라기 정원 탈바꿈

두 살배기 딸의 죽음을 준비하며 직접 무덤까지 팠던 중국의 한 아버지가 9년 만에 딸과 함께 웃게 됐다. 중증 지중해빈혈을 앓던 아이는 치료를 받고 건강을 되찾았고, 딸을 위해 팠던 무덤 자리에는 해바라기가 피어났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3일(현지시간) 중국 쓰촨성 네이장 출신 장신레이의 근황을 전했다.

장신레이는 생후 두 달 무렵 중증 지중해빈혈 진단을 받았다. 지중해빈혈은 헤모글로빈 생성에 문제가 생기는 유전성 혈액질환으로, 중증 환자는 지속적인 수혈과 치료가 필요하다.

아버지 장리융은 유리공장에서 월 2500위안가량을 벌었지만 딸의 치료비로 2년 동안 14만위안 이상을 지출했다. 가족의 저축이 모두 바닥나면서 더 이상 치료비를 마련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결국 2017년 6월, 장씨는 당시 두 살이던 딸을 위해 가족 소유의 땅에 직접 작은 무덤을 팠다. 그는 딸을 무덤 안에 데리고 들어가 함께 누워 놀기도 했다. 언젠가 죽음을 맞게 되더라도 아이가 덜 두려워했으면 한다는 마음에서였다.

이 모습이 알려지면서 중국 사회에서는 논란이 일었다. 어린아이에게 죽음을 준비시키는 것이 지나치다는 비판과 함께, 치료비조차 감당하기 어려운 아버지의 절박한 선택이라는 동정론도 이어졌다.

사연이 알려진 뒤 온라인 모금이 진행됐고 지방정부의 의료비 지원도 이어졌다. 같은 해 8월 태어난 여동생의 제대혈을 보관한 가족은 이후 이를 이용한 조혈모세포 이식을 진행했다.

약 8시간에 걸친 이식과 긴 회복 과정을 거친 신레이의 건강은 점차 회복됐다. 혈액검사 결과가 정상 범위로 돌아왔고, 이전처럼 정기적으로 수혈을 받지 않아도 되는 상태가 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신레이는 건강한 초등학생으로 성장했다. 그림과 춤을 좋아하고 학교생활도 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딸의 건강을 되찾은 장씨는 과거 직접 팠던 무덤을 다시 메웠다. 그리고 그 자리에 해바라기 등 꽃을 심었다. 죽음을 준비했던 땅이 이제는 생명을 기념하는 정원으로 바뀐 것이다.

신레이의 어머니는 이곳을 딸의 '마법의 정원'이라고 부르고 있다.

9년 전 절망 속에서 딸의 마지막을 준비했던 아버지의 무덤은 이제 가족에게 가장 행복한 기억을 간직한 장소가 됐다.

이상목 기자 mrls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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