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에서 양산이 새로운 여름철 소비재로 떠오르고 있다. 한때 아시아에서 주로 사용되던 양산이 기록적인 폭염과 자외선 차단에 대한 관심, K-뷰티의 확산을 타고 미국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미국에서 강한 햇빛과 자외선을 피하기 위해 양산을 사용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피부과 전문의들의 자외선 차단 권고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한국식 피부 관리법의 확산도 수요 증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양산을 낯설게 여겼던 미국 소비자들의 인식도 달라지고 있다. 조직·행동과학 전문가 티샤일라 윌리엄스는 2014년 미 육군 소속으로 한국에서 복무할 당시 비가 오지 않는데도 사람들이 우산을 쓰는 모습을 보고 의아했다고 NYT에 말했다. 지금은 피부 노화를 막기 위해 매일 아침 산책할 때 자외선 차단 양산을 사용한다.
시장 규모도 커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마켓 인텔로에 따르면 글로벌 자외선 차단 우산 시장은 지난해 18억달러에서 2034년 29억달러로 성장할 전망이다. 현재 시장의 중심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이지만 북미 지역도 전체 시장의 18.5%를 차지하고 있다.
K-뷰티는 양산을 미국 소비자에게 알리는 또 다른 경로가 되고 있다. 뉴질랜드 우산 브랜드 블런트의 자외선 차단 우산 판매량은 전년보다 60% 증가했다. 회사 창업자는 소셜미디어와 콘텐츠 크리에이터를 통해 확산된 한국식 피부 관리 열풍을 판매 증가의 배경 중 하나로 꼽았다.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는 데 그치지 않고 햇빛 자체를 피하려는 소비 행태가 확산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피부 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모자와 의류에 이어 양산까지 자외선 차단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한국에서는 폭염과 폭우가 번갈아 나타나는 이른바 '롤러코스터 날씨'가 우양산 수요를 끌어올리고 있다. 햇빛과 비를 동시에 막을 수 있는 제품이 장마철 용품을 넘어 일상용품으로 자리 잡는 모습이다.
29CM에 따르면 올해 6~7월 'UV차단 양산' 검색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7배 급증했다. '초경량 양우산'과 '암막 양우산' 검색량도 각각 188%, 135% 늘었다.
극단적인 날씨가 소비 패턴을 바꾸고 있다는 신호다. 지난달 말 경남 양산의 낮 최고기온이 40도를 넘어섰고 이달 초에는 42.5도까지 치솟았다. 이후 남부지방에는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면서 폭염과 집중호우가 짧은 간격으로 반복됐다.
이 같은 변화는 우산 시장의 경계를 넓히고 있다. 비를 막는 전통적인 우산에서 햇빛과 자외선까지 차단하는 생활용품으로 기능이 확대되면서 휴대성과 디자인을 앞세운 제품도 늘고 있다.
기후 변화와 K-뷰티가 만들어낸 새로운 소비 습관이 양산을 아시아의 계절용품에서 글로벌 자외선 차단 제품으로 바꾸고 있는 셈이다.
이상목 기자 mrls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