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시론] K관광의 다음 도약 '여행 반경'을 넓혀야 한다

송진우 우버 코리아 총괄(GM).
송진우 우버 코리아 총괄(GM).

요즘 국내 여행이나 출장길에서 예전과는 확연히 달라진 풍경을 마주한다. 부산 골목 맛집에 줄을 서거나 경주 유적지를 둘러보고, 제주에서 하이킹을 즐기는 외국인 관광객. 한국을 찾은 이들의 목적지가 서울을 넘어 지역으로 넓어지고 있음을 실감한다.

이러한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올해 상반기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1071만명을 넘어섰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 이상 늘어난 규모다. 외국인 관광객의 서울 외 지역 방문율도 지난해 2분기 31.4%에서 올해 34.2%로 높아졌고, 6월 김해·대구·제주·청주 등 지방 공항으로 입국한 외국인 역시 전년 동월 대비 42.5% 증가했다. 'K관광' 무대가 서울을 넘어 전국으로 빠르게 확장되고 있는 것이다.

서울을 넘어 지역으로 넓어지는 K-관광.〈자료:문화체육관광부〉
서울을 넘어 지역으로 넓어지는 K-관광.〈자료:문화체육관광부〉

우버 택시 이용 데이터에서도 외국인 관광객의 이동 수요가 서울을 넘어 주요 관광도시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2025년 138개국 이용자가 한국에서 우버 택시를 이용했고, 외국인 트립(우버 앱에서 택시를 호출해 탑승·이동을 완료한 경우) 35% 이상이 서울 외 지역에서 발생했다. 인천·김포공항에서 발생한 트립은 전년 대비 2배, 김해공항은 2.5배, 제주공항은 4배 증가했다.

정부도 외래관광객 3000만명 시대를 목표로 '방한 관광 대전환과 지역관광 대도약'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비자와 출입국 제도를 개선해 입국 문턱을 낮추는 한편, 지방 공항 직항 국제선을 확대하고 크루즈 관광의 수용 여건을 개선하며, 지역의 숙박시설과 관광 콘텐츠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주요 골자다. 각 지자체도 대중교통만으로 닿기 어려운 관광명소와 추천 코스를 보다 편하게 둘러볼 수 있도록 관광택시 등 지역 맞춤형 이동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관광객 3000만 시대, 다음 과제는 '여행 반경'

이제 우리 관광산업이 고민해야 할 질문도 한 단계 더 나아가야 한다. 한국을 찾는 관광객 수를 늘리는 것을 넘어 이들의 '여행 반경'을 어떻게 넓힐 것인가다.

최근 K팝 공연을 보기 위해 한국을 찾은 관광객이 공연 이후 인근 도시로까지 여행을 이어가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실제 6월 부산에서 열린 BTS 콘서트 기간 우버의 이동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글로벌 팬들은 공연장에 머무르지 않고 감천문화마을과 광안리해수욕장 등 부산 곳곳을 찾았다. 나아가 콘서트 주간 외국인 이용 건수는 전주 대비 경남에서 약 2.7배, 울산에서 약 2.3배, 대구에서 약 1.7배 증가했다. K팝 공연을 계기로 시작된 방문이 부산 관광으로 이어지고, 다시 인근 도시로까지 여행 반경을 넓힌 셈이다.

이처럼 특정 목적을 계기로 시작된 방문이 더 넓은 여행으로 이어지는 흐름을 전국 곳곳으로 확산시킬 필요가 있다. 제주공항에 도착한 여행객이 제주 시내에 머무르지 않고 우도와 서귀포까지 발길을 넓히듯, 관광객이 잘 알려진 명소를 넘어 지역 곳곳에 숨은 자연과 역사, 고유한 문화와 상권을 경험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한국도 '한번 가보고 싶은 나라'를 넘어 '더 오래 머물고 다시 찾고 싶은 나라'로 나아갈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매력적인 관광 콘텐츠만큼이나 이동의 접근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낯선 지명과 언어, 익숙하지 않은 결제 방식은 물론 차를 어디에서 타야 하는지, 여러 관광지를 어떤 동선으로 둘러봐야 하는지와 같은 불확실성도 여행지 선택에 영향을 미친다. 가고 싶은 곳이 있어도 가는 방법이 복잡하다면 결국 익숙하고 접근하기 쉬운 곳에만 머물 가능성이 커진다.

관광객에게 반드시 최첨단 이동 수단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낯선 곳에서도 원하는 시간에 필요한 이동 수단을 쉽게 찾고, 목적지까지 안심하고 도착할 수 있다는 확신이 중요하다. 그 작은 확신이 생기면 여행자는 한 곳이라도 더 방문하고, 조금 더 오래 머물며, 새로운 지역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여행의 선택지를 넓히는 모빌리티 플랫폼

모빌리티 플랫폼이 지역 관광에 기여할 수 있는 지점은 이러한 '이동의 문턱'을 낮추는 데 있다. 플랫폼의 가장 큰 장점은 낯선 이동을 익숙한 경험으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여행객이 평소 사용하던 앱을 통해 출발지와 목적지를 입력하고, 기사와 차량의 위치를 확인하며 이동할 수 있다면 처음 방문한 지역에서도 이동에 대한 부담은 크게 줄어든다. 언어 장벽과 정보의 차이를 기술이 메우면서 여행객에게 더 많은 선택지가 생기는 것이다.

플랫폼의 역할은 승객과 택시를 연결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관광 수요와 지역의 이동 공급을 더욱 효율적으로 연결해 여행자가 선택할 수 있는 목적지의 범위를 넓히는 것 역시 중요한 역할이다. 지역 곳곳에 흩어진 이동 수단이 플랫폼을 통해 연결되면 여행자는 대중교통만으로 접근하기 어려웠던 장소까지 보다 쉽게 이동할 수 있다.

디지털 서비스가 실제 관광 편의로 이어지려면 현장의 이동 환경도 함께 설계해야 한다. 우버가 3월 광화문에서 열린 BTS 컴백 라이브와 6월 부산 BTS 콘서트, 올여름 여의도 한강수영장 등 방문객이 몰리는 현장에서 '승하차 위치 지정 서비스'를 운영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공연장이나 관광지처럼 출입구가 많고 방문객이 집중되는 장소에서는 차량을 호출하는 것보다 기사와 승객이 정확히 어디에서 만날 것인지가 더 큰 문제가 되기도 한다. 이에 승하차 위치를 사전에 지정해 기사와 승객 간 혼선을 최소화하고, 앱을 통해 해당 위치까지의 최적 도보 동선을 사진과 국·영문으로 안내했다. 특히 한강수영장의 경우 현장에도 동선 안내 깃발을 배치해 이용객이 보다 쉽게 승하차 지점을 찾을 수 있도록 했다.

이처럼 디지털 서비스와 현장의 이동 환경이 유기적으로 연결될 때 낯선 곳에서 느끼는 이동의 불확실성은 줄어든다. 이러한 작은 이동 경험의 차이가 여행 전체의 만족도를 높이고, 귀국 후에도 한국 관광에 대한 긍정적인 인상으로 남을 수 있다.

◇이동의 연결이 곧 지역 관광의 경쟁력

물론 이동 문제를 어느 한 기업이나 서비스만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 매력적인 콘텐츠를 만드는 지역, 관광 정보를 가진 공공기관과 지방자치단체, 촘촘한 이동 역량을 가진 지역 택시, 그리고 관광 수요와 이동 공급을 연결하는 플랫폼이 함께 움직여야 한다.

여행객의 발길이 넓어지는 것은 지역 택시업계에도 새로운 기회가 된다. 관광 수요가 일부 명소에 머물지 않고 더 많은 지역으로 확산하고, 대중교통만으로 닿기 어려웠던 목적지까지 방문이 이어지면 자연스럽게 새로운 이동 수요도 만들어진다. 여행객의 이동 편의가 지역 상권의 소비로 이어지고, 다시 택시 기사에게 새로운 수익 기회를 만드는 선순환도 기대할 수 있다.

관광객 3000만 시대의 경쟁력은 단순히 '얼마나 많은 사람이 한국을 찾는가'만으로 결정되지 않을 것이다. 한국에 도착한 여행자가 얼마나 자유롭게 전국 곳곳을 누비고, 계획에 없던 한 곳을 더 발견하며, 그곳에서 더 오래 머물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가고 싶은 한국'을 만드는 데 K콘텐츠가 큰 역할을 했다면, 이제는 그 관심이 전국 곳곳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이동이 편한 한국'을 만들어야 한다. 여행자의 이동 반경이 넓어질수록 지역에는 새로운 기회가 열리고, K관광의 경쟁력도 함께 커질 것이다.


송진우 우버코리아 총괄(GM)

우버 데이터로 본 외국인 관광객의 지역 이동 확대.〈자료:우버〉
우버 데이터로 본 외국인 관광객의 지역 이동 확대.〈자료:우버〉

〈필자〉송진우 우버 코리아 총괄(GM)은 글로벌 모빌리티와 IT 분야에서 폭넓은 경험을 보유한 전문가로, 2023년 10월 우버 코리아에 합류했다. 우버에 합류하기 이전 배달의민족 베트남 사업 총괄을 역임하며 해외 시장에서의 전략적 성장과 운영을 이끌었다. 맥킨지 경영 컨설턴트, 대우건설 상무를 거쳐 KDB 인베스트먼트 이사로 재직한 바 있다. 연세대에서 경영학 학위를 취득했다.

  • ET Ev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