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소버린 AI보다 더 긴급한 대한민국 금융주권, 소버린 블록체인이 더 급선무다

해외 메인넷 위에 대한민국 금융을 통째로 맡길 것인가?

[칼럼] 소버린 AI보다 더 긴급한 대한민국 금융주권, 소버린 블록체인이 더 급선무다

토큰화 주식 시장의 지형이 바뀌고 있다. 최근 온체인 데이터에 따르면 토큰화된 주식 시가총액의 약 15퍼센트가 이더리움과 BNB체인, 솔라나가 아닌 제3의 블록체인에 자리 잡았고, 그 선두에는 아발란체와 아비트럼이 서 있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상위 3개 체인이 시장의 90퍼센트 안팎을 독식하던 구조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의미 있는 변화다.

조사 대상 13개 블록체인 가운데 이더리움이 34.8퍼센트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BNB체인 30.2퍼센트, 솔라나 23.8퍼센트가 뒤를 이었으며, 아발란체는 7.5퍼센트로 4위에 올랐다는 집계가 최근까지의 기준선이었다.

시장 자체도 폭발적으로 커지고 있다. 토큰화 주식의 온체인 시가총액은 2026년 6월 말 약 17억 달러에서 8월 초 약 22억8000만 달러로 늘었고, 최근 집계는 26억 달러를 넘어섰다. 이 속도라면 연내 40억 달러에 근접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026년 6월 한 달 동안 온체인 토큰화 주식의 현물 거래대금은 38억 달러를 넘어섰다. 연간이 아니라 한 달 수치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숫자가 아니라 구조다.

주식이 코드가 되는 시대, 문제는 그 코드가 어디에서 도는가이다

토큰증권이란 주식과 채권, 부동산, 미술품 같은 자산의 권리를 블록체인 위의 토큰으로 발행해 거래하는 방식이다. 쉽게 말해 지금까지 증권사 전산과 예탁결제원 장부에 기록되던 소유권이, 앞으로는 블록체인이라는 공개된 분산 장부에 기록된다는 뜻이다.

문제는 그 장부가 어디에 있느냐다. 종이 장부 시절에는 장부가 우리 땅 안에 있었다. 전산화 시대에도 서버는 국내에 있었다. 그런데 토큰증권 시대에는 대한민국 국민의 자산 소유권 기록이 미국 실리콘밸리 자본이 만든 이더리움, 싱가포르와 두바이를 오가는 바이낸스 진영의 BNB체인, 미국 벤처캐피털이 대주주로 있는 솔라나 재단의 네트워크 위에 올라갈 수 있다.

이것이 바로 금융주권의 문제다.

소버린 AI는 논의되는데 소버린 블록체인(메인넷)은 왜 논의되지 않는가

최근 국내에서는 소버린 AI, 즉 주권형 인공지능이 국가적 화두로 떠올랐다. 자국 언어와 데이터, 자국 인프라 위에서 돌아가는 인공지능을 갖추지 못하면 미래 산업 주도권을 통째로 내준다는 위기의식 때문이다. 정부 예산이 투입되고 대기업들이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그런데 정작 더 급한 것은 금융 인프라다. 인공지능은 성능이 떨어지면 다른 모델을 쓰면 그만이다. 그러나 금융은 다르다. 국민의 예금과 주식, 부동산 지분이 특정 네트워크에 한번 기록되기 시작하면 그 네트워크를 갈아타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이전 비용이 천문학적이고, 그 사이 시장 신뢰가 무너지기 때문이다.

금융 인프라는 한번 잘못 선택하면 수십 년을 끌려간다. 인공지능은 도구지만, 금융 인프라는 국토와 같다. 남의 땅 위에 집을 지으면 그 땅 주인이 임대료를 올릴 때 대응할 방법이 없다.

해외 메인넷에 의존할 때 벌어지는 현실적 위험

첫째, 수수료 주권의 상실이다. 국내 투자자가 국내 기업 주식을 거래할 때마다 발생하는 가스비가 해외 네트워크의 검증자와 재단에 흘러간다. 거래량이 커질수록 국부 유출 규모도 커진다.

둘째, 규칙 제정권의 상실이다. 블록체인은 프로토콜 업그레이드로 규칙이 바뀐다. 이더리움의 하드포크나 수수료 정책 변경 논의에 대한민국 금융당국은 한 표도 행사할 수 없다. 우리 자본시장의 결제 인프라 규칙을 우리가 정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셋째, 제재와 검열 위험이다. 특정 국가의 제재 대상 주소를 차단하는 결정이 해외 검증자 집단에 의해 이뤄질 경우, 대한민국 금융기관의 정상적 거래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실제로 주요 네트워크에서 특정 주소를 걸러내는 블록 생산이 이미 현실이 된 바 있다.

넷째, 장애와 중단 리스크다. 해외 메인넷의 네트워크 중단은 과거에도 여러 차례 발생했다. 국내 증시가 멀쩡한데 해외 블록체인 장애로 국내 토큰증권 결제가 멈추는 상황을 상상해 보면 문제의 심각성이 분명해진다.

다섯째, 데이터 주권 문제다. 온체인 거래는 모두 공개된다. 국내 기관투자자의 매매 패턴과 자금 흐름이 실시간으로 해외에 노출되며, 이는 곧 시장 정보의 비대칭으로 이어진다.

제도는 이미 출발선을 넘었다

대한민국의 토큰증권 제도화는 이미 진행 중이다. 2026년 1월 15일 전자증권법과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분산원장 기술을 활용한 증권의 발행과 유통에 대한 법적 근거가 마련됐고, 분산원장이 법적 효력을 갖는 증권 계좌부로 인정됐다. 발행과 유통 체계, 원화 스테이블코인, 사업자 규율을 담은 디지털자산기본법은 국회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법은 만들어졌다. 그런데 그 법이 얹힐 기반, 즉 어떤 블록체인 위에서 대한민국 토큰증권이 돌아갈 것인가에 대한 국가적 논의는 상대적으로 조용하다. 집을 지을 허가는 났는데 땅 문제는 정하지 않은 셈이다.

시장이 기다려 주지 않는다는 점이 문제다. 현재 토큰화 주식은 이더리움, 솔라나, 아비트럼, 베이스, 플룸 등에서 발행되고 있으며 각 체인은 저마다의 유통 경로를 확보하고 있다. 로빈후드 체인은 아비트럼 기반 이더리움 레이어2로 구축돼 토큰화 실물자산에 특화된 구조로 출범했고, 30일 만에 24만 명의 주식 토큰 보유자를 새로 확보했다.

글로벌 플레이어들은 이미 자기 체인, 자기 레이어2를 만들어 주도권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뜻이다.

소버린 메인넷은 폐쇄가 아니라 협상력이다

소버린 메인넷을 말하면 국수주의나 갈라파고스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러나 소버린 메인넷의 본질은 폐쇄가 아니라 선택권과 협상력이다.

한국은행이 원화를 발행한다고 해서 달러 거래를 막지 않는다. 오히려 자국 통화가 있기에 환율 정책과 금리 정책이라는 협상 카드를 쥔다. 메인넷도 마찬가지다.

국내 결제와 국내 증권의 최종 기록은 국내 인프라에 남기되, 크로스체인 브리지와 상호운용성 표준을 통해 글로벌 유동성과 연결하면 된다. 유럽연합이 미카 규제와 함께 역내 분산원장 시범제도를 병행 추진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무엇을 해야 하는가

첫째, 국가 차원의 공적 메인넷 또는 컨소시엄 메인넷 설계 논의를 즉시 착수해야 한다. 은행권과 증권업계, 예탁결제원, 통신사, 국내 블록체인 기업이 참여하는 검증자 구조가 현실적 대안이다.

둘째, 원화 스테이블코인과 소버린 메인넷을 하나의 패키지로 설계해야 한다. 결제 자산과 결제 인프라가 따로 놀면 반쪽짜리가 된다.

셋째, 상호운용성 표준을 선점해야 한다. 국내 메인넷이 글로벌 체인과 안전하게 연결되는 브리지 표준과 감사 체계를 우리가 먼저 설계해야 국제 논의에서 발언권이 생긴다.

넷째, 검증자 분산과 거버넌스 투명성을 법제화해야 한다. 국가 주도라는 이름으로 특정 기관이 독점하면 그것은 또 다른 형태의 중앙집중일 뿐이다.

다섯째, 인재와 기술을 축적해야 한다. 소버린 AI에 투입되는 관심의 절반만이라도 블록체인 코어 개발 인력 양성에 배분해야 한다.

지금이 마지막 골든타임이다

토큰화 주식 시장의 15퍼센트가 기존 3강 밖으로 이동했다는 사실은 아직 판이 굳지 않았다는 신호다. 아발란체와 아비트럼이 그 틈을 파고들었듯, 후발 주자에게도 여전히 기회가 열려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그 창은 오래 열려 있지 않다. 금융 인프라는 네트워크 효과가 지배하는 영역이고, 유동성이 한번 쏠리면 되돌리기 어렵다. 시장이 40억 달러를 넘어 수백억 달러로 향하는 지금, 대한민국이 어떤 땅 위에 자본시장을 지을 것인지 결정하지 못한다면 그 결정은 결국 해외 자본이 대신 내려줄 것이다.


소버린 AI도 중요하다. 그러나 인공지능은 다시 만들 수 있어도, 한번 넘어간 금융주권은 되찾기 어렵다. 소버린 메인넷 논의를 국가 의제로 끌어올려야 할 시점이다.

[칼럼] 소버린 AI보다 더 긴급한 대한민국 금융주권, 소버린 블록체인이 더 급선무다

필자소개 : 정주필 대표는 월간 블록체인투데이 발행인이다. 포스텍 블록체인및디지털자산 전문가 과정 운영위원, 한국핀테크학회 홍보이사를 맡고 있다. 전)삼성전자 경영혁신팀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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