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신고했다고 불태워 죽였다”…방글라데시 여학생 살해, 교장 항소심도 사형

2019년 당시 방글라데시에서 벌어진 성추행 피해 여학생 보복 살해 사건 항의 시위. 사진=AP 연합뉴스
2019년 당시 방글라데시에서 벌어진 성추행 피해 여학생 보복 살해 사건 항의 시위. 사진=AP 연합뉴스

7년 전 방글라데시 사회를 충격에 빠뜨렸던 성추행 피해 여학생 보복 살해 사건의 주범으로 지목된 전직 이슬람 학교장이 항소심에서도 사형을 선고받았다.

25일(현지시간) 아시아뉴스네트워크(ANN)에 따르면 방글라데시 항소법원은 전날 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직 이슬람 학교장 SM 시라즈 우드 다울라와 그의 측근에게 1심 판결을 유지해 사형을 결정했다.

다만 함께 재판을 받은 공범 14명에 대한 판단은 달라졌다. 이들 가운데 4명은 사형에서 무기징역으로 형량이 낮아졌고, 10명은 항소심에서 무죄를 인정받았다.

ANN은 아직 항소법원의 판결문이 공개되지 않아 각 피고인의 유죄 및 무죄가 어떤 근거로 결정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재판부는 다만 1심 재판부가 피고인들을 충분히 개별적으로 심리하지 않은 채 사형을 일률적으로 선고한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항소심에서 일부 피고인의 변호인들은 라피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주장하거나 자신들의 의뢰인이 사건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항변했다. 반면 검찰은 관련 문서와 증언을 근거로 피고인들의 책임을 인정하고 법에 따른 판단을 내려달라고 재판부에 호소했다.

피해자 유가족은 사건 이후에도 보복을 암시하는 협박성 연락을 받고 있다면서 정부에 가족의 신변 보호를 요구했다.

다울라를 비롯한 피고인들은 2019년 4월 6일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에서 약 100㎞ 떨어진 페니 지역에서 당시 19세였던 누스라트 자한 라피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사건 발생 열흘 전 라피는 당시 학교장이었던 다울라에게 성추행을 당한 뒤 부모와 함께 경찰에 피해 사실을 신고했다. 이후 경찰에 체포된 다울라는 주변 인물을 통해 라피 가족에게 신고를 취소하라고 압박했고, 필요할 경우 라피를 제거하라고 공범들에게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라피는 결국 학교 건물 옥상에서 몸에 불이 붙은 채 발견됐다. 전신의 약 80%에 화상을 입은 그는 치료를 받았지만 사건 나흘 뒤 결국 사망했다.

수사 결과, 검은 천으로 얼굴까지 가리는 전통 복장인 부르카를 착용한 남성들이 라피를 학교 옥상으로 유인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신고를 취소하라고 요구했고, 라피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몸에 등유를 뿌린 뒤 불을 붙인 것으로 조사됐다.

잔혹한 범행 내용이 알려지면서 방글라데시 전역에서는 거센 항의가 이어졌다. 시민들은 피고인들에 대한 엄정한 처벌과 함께 여성의 안전 및 권리 보장을 정부에 요구하며 잇따라 거리로 나섰다.

이원지 기자 news21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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