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시론] 농림위성, 데이터와 AI로 농업의 미래를 잇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1992년 8월 11일, 대한민국은 '우리별'을 우주에 띄웠다. 우리나라 최초의 인공위성 '우리별 1호'가 우주를 향하며 대한민국 우주 시대의 첫 장을 연 것이다. 지금이야 위성 발사가 낯설지 않지만, 당시만 해도 우리 손으로 인공위성을 만든다는 것은 상상에 가까운 도전이었다. 우리별 1호의 성공으로 대한민국은 세계 22번째 위성 보유국이 됐고, 국민에게는 “우리도 우주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첨단기술에 대한 기대를 안겨줬다.

48kg 남짓한 작은 위성이었지만 그 의미는 결코 작지 않았다. 위성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기술을 배우고 전문인력을 키웠으며, 그 경험은 우리나라 우주산업이 성장하는 소중한 씨앗이 됐다. 오늘날 대한민국이 과학기술 강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도 이처럼 새로운 분야에 끊임없이 도전하고 기술과 사람에 투자해 온 결과일 것이다.

그리고 34년이 지난 2026년, 대한민국은 다시 한번 우주에 특별한 '눈'을 띄웠다. 이번에는 우리 농업과 농촌을 바라보는 눈이다.

7월 7일, 국내 최초의 농림 분야 특화위성인 '농림위성(차세대중형위성 4호)'이 성공적으로 발사됐다. 농림위성은 해외 위성 의존도를 낮추고 안정적인 농림 관측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개발한 우리나라 최초의 독자 농림특화 위성이다. 우리별 1호가 대한민국 우주개발의 가능성을 보여준 첫 도전이었다면, 농림위성은 축적된 우주기술을 농업 현장에 활용하는 새로운 출발점이다.

농업은 자연의 변화를 가장 먼저 읽고 대처해야 하는 산업이다. 기상이변으로 폭염과 폭우, 가뭄 등의 피해가 잦아지는 상황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한 변화를 얼마나 먼저 알고 대응하느냐에 따라 작물의 생육과 한 해 농사의 결과가 달라진다. 특히, 기후변화가 일상화되고 농촌의 고령화와 인력 부족, 농산물 수급과 가격의 변동성까지 커지면서 어느 때보다 정확한 관측과 신속한 판단이 중요해졌다.

스페이스X의 발사체 '팰컨9'에 탑재된 차세대 중형위성 4호(원 표시 부분). 우주항공청 제공.
스페이스X의 발사체 '팰컨9'에 탑재된 차세대 중형위성 4호(원 표시 부분). 우주항공청 제공.

농림위성은 땅을 가로·세로 5m 크기로 나눠 들여다볼 만큼 정밀하면서도 한 번에 폭 120km의 넓은 지역을 관측할 수 있다. 3일 주기로 한반도 전역을 촬영해 농경지의 변화를 지속적으로 비교할 수 있다. 특히 사람의 눈으로 보는 색뿐 아니라 식물의 생육 상태를 판별하는 데 유용한 청색·녹색·적색·적색경계·근적외선 등 5개 영역의 빛을 감지해, 넓은 농경지 가운데 작물이 건강하게 자라는 곳과 이상이 나타나는 곳을 구분할 수 있다. 넓게 보면서도 세밀하게 살피는 '하늘의 눈'을 갖게 된 셈이다.

세계 주요 농업국도 위성 데이터를 농정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센티넬(Sentinel)' 위성으로 농지와 작물 상태를 관측해 공동농업정책에 활용하고, 미국도 위성영상으로 주요 작물의 재배면적과 생육 상태, 생산량 등을 파악한다. 위성은 이제 단순한 관측 장비를 넘어 농정을 설계하고 집행하는 중요한 정책 인프라가 됐다.

그렇다면 농림위성은 우리의 농정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

먼저, 농산물 수급을 적기에 정밀하게 관리할 수 있다. 배추·마늘 등 수급에 민감한 작물의 생육 상태와 벼·콩 등 식량작물의 재배면적을 주기적으로 관측하고, 인공지능(AI) 예측모델과 결합하면 생산량 변화를 보다 일찍 파악할 수 있다. 가격이 크게 움직인 뒤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산지의 변화를 먼저 읽고 필요한 대책을 준비하는 것이다.

농림 행정도 달라진다. 위성으로 전국 농경지를 살펴 공익직불제 신청 필지의 실제 경작 여부를 확인하고, 농업경영체 등록정보와 비교해 확인이 필요한 곳을 선별할 수 있다. 사람이 모든 농지를 찾아가는 방식에서 위성이 먼저 살피고 사람이 필요한 곳을 확인하는 방식으로 바뀌면서 현장 조사의 부담은 줄이고 행정의 정확성은 높일 수 있다.

재해에도 더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다. 집중호우로 농경지가 침수되거나 벼가 쓰러졌을 때 위성으로 피해지역과 규모를 빠르게 파악해 지자체와 관계기관이 공유하면 복구의 골든타임을 확보할 수 있다. 저수지와 수리시설의 물관리, 산불·산사태 등 산림재해에도 활용할 수 있다.

위성 데이터는 민간의 새로운 산업을 만드는 자원이기도 하다. 데이터를 단계적으로 개방하면 농업기업과 스타트업이 작물 생육 진단, 재배 모니터링, 무인 자율농작업 등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다.

농림위성 및 타 위성 비교
농림위성 및 타 위성 비교

여기서 중요한 것은 위성 자체보다 데이터와 AI의 결합이다. 위성영상에 기상·토양·환경·영농정보를 더하고 AI로 분석하면 '어디에서 문제가 발생했는가'를 확인하는 데서 나아가 '어디에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가'를 예측할 수 있다. 사후 대응에서 사전 예방으로 농정의 방식 자체가 달라지는 것이다.

농업은 AI와 로봇, 바이오, 모빌리티, 에너지, 우주기술이 만나는 융합산업으로 변화하고 있다. 자율주행 농기계가 일손 부족을 덜고, 바이오 기술이 기후변화에 대응할 새로운 품종을 개발하듯, 우주에서 보내온 데이터는 AI와 결합해 농업인의 과학적 의사결정을 돕는 든든한 조력자가 될 것이다.

정부는 농림위성을 농업e지, 농업관측, 재해보험 등 기존 농정 시스템과 연계하고 확보한 데이터를 민간에 적극 개방해 새로운 서비스와 산업의 창출을 뒷받침할 것이다. 이를 농업 전반의 인공지능 대전환(AX) '농업 AX'로 연결하고 데이터와 AI를 농업 현장에서 활용할 융합형 인재도 적극 키워나가겠다.

34년 전 '우리별'이 우주를 향한 대한민국의 가능성을 보여줬다면, 이제 '농림위성'은 그 우주기술의 결실을 우리 농업과 농촌의 현장으로 가져오고 있다.

하늘에서 전국의 농지를 한눈에 살피고, 데이터와 AI로 농사의 변화를 한발 먼저 알아채는 농업. 그 힘으로 농업인의 수고는 덜고 생산성은 높이며, 국민에게는 더욱 안정적인 먹거리를 제공하는 농업. 우리 눈으로 우리 땅을 살피고, 우리 데이터로 농업의 내일을 밝히는 새로운 과학농정의 시대가 시작됐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필자〉이화여자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에서 도시계획학 석사와 행정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97년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입직한 뒤 기획조정실장, 부원장, 농업관측센터장, 농업·농촌정책연구본부장 균형발전연구단장 등을 역임하며 농업·농촌 정책 연구를 이끌었다.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 본위원,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농어촌분과위원, 국토정책위원회 위원 등으로 활동했고, 한국농어촌공사 비상임이사와 한국지역개발학회·한국농촌계획학회 부회장으로도 참여했다. 인구감소 시대 농촌의 삶의 질 향상과 균형발전 정책 연구에 기여해온 전문가로, 2023년 12월부터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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