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기업을 경영하다 보면 수도권과의 격차를 체감할 수밖에 없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조사에 따르면 국내 기업 연구개발비의 81.4%, 연구 인력의 74.9%가 수도권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자원 쏠림으로 지역 기업은 상대적으로 불리한 여건에서 기술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재정경제부가 이달 초 발표한 2026년 세제 개편안의 차등형 조세지원 방안은 지역 기업인의 한 사람으로서 반가운 소식이다. 먼저, 기업의 설비투자를 지원하는 '통합투자세액공제'와 연구개발(R&D)을 지원하는 '연구·인력개발비세액공제'에 '지방우대계수'가 도입된다. 정부는 서울과의 거리와 지역의 인구 여건 등을 반영해 세액 공제율을 최대 1.5배 확대하기로 했다. 자금 여력이 넉넉하지 않은 지역 중소기업에 세제지원은 기술개발 투자와 인력 채용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다. 그런 점에서 실질적으로 투자 부담을 낮추는 이번 개편안은 의미가 매우 크다.
신설되는 '국내생산세액공제'도 기대되는 부분이다. 반도체, 로봇, 에너지 등 첨단 산업의 국내 생산 제품에는 실제 생산·판매량에 연계해 세액을 공제하게 된다. 시장에서 제품 가격이 하락해도 생산·판매량이 유지되면 공제액도 일정하게 유지된다는 의미다. 이로써 단가 등락이 심한 기술 분야의 지역 공장들이 안심하고 설비를 돌리고 인력을 유지할 수 있으리라 전망된다. R&D 단계부터 제품 양산까지 적용되는 이번 개편안은 지역 기업의 기술 투자와 생산 역량을 한 번에 끌어올리는 지렛대로 작용할 수 있다.
다만, 기업들이 이러한 혜택을 활용하려면 제도가 현장의 눈높이에 맞게 시행돼야 한다. 세무 인력을 따로 둘 여력이 없는 지방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어떤 비용과 투자가 공제 대상인지 판단하는 일부터 쉽지 않다.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 등 기업 R&D 지원기관이 안내와 컨설팅을 함께 제공한다면 이번 제도의 효과가 한층 커질 것이다.
특히 여러 제품을 하나의 생산공정에서 관리하고 연구 인력이 복수 과제를 담당하는 기업이 많다. 세액공제를 위해 지역 우대 공제 항목과 그 외 비용을 구분해 관리하는 '구분경리'에 많은 기업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제도 취지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기업 행정 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정부가 현장 담당자들과 세부적인 기준을 마련하면 좋겠다.
국내생산세액공제 적용 대상이 태양광발전, 풍력발전, 이차전지, 반도체, 핵심 소재, AI 로봇 부품 6개 분야로 한정된 점도 개선해야 한다. 제도의 시행 효과를 점검하면서 지역 산업의 현실에 맞게 적용 범위를 단계적으로 넓혀갔으면 한다. 또 공제받을 세액을 현금으로 돌려받을 수 있도록 환급 방식도 도입한다면 당장의 R&D로 이익을 내지 못하는 초기 중소·벤처기업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올해는 산업계에 의미 있는 변화가 많이 시작됐다. 기업 R&D를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기업부설연구소법'이 2월부터 시행됐고, 다음 달 7일은 기업 R&D 인력의 공로를 기리는 '기술개발인의 날'을 국가 기념일로 처음 맞는다. 이번 세제 개편안이 투자에 따른 불확실성을 걷어내고 지역 경제와 기술개발 활동에 활력을 불러오길 바란다. 우리 지역 기업들은 과감하게 R&D에 투자하고 성과를 만들어 낼 준비가 됐다.

김선오 부울경기술경영인협의회 회장·GSB솔루션 대표 gsb3333@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