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기 반도체 기반 광전기화학전지는 넓은 범위의 빛을 흡수하고 저온 용액 공정으로 만들 수 있는 차세대 태양광 수소 생산 기술이다. 하지만 유기반도체내 전자와 정공이 붙어 있는 전하쌍이 약 10나노미터(㎚)밖에 이동하지 못하고, 이 때문에 빛을 받아 만들어진 전자와 정공도 제대로 분리되지 않아 효율이 떨어졌다.
조한희·최문기·송명훈 UNIST 신소재공학과 교수팀(이하 조 교수팀)은 스위스 로잔연방공대 연구진과 유기반도체 공여체층과 수용체층을 차례로 쌓아 중간에 혼합층을 만드는 방식으로 새로운 고성능 광양극(Photoanode)을 개발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
광양극은 햇빛을 받아 물에서 산소를 만드는 광전극의 일종이다. 햇빛을 받으면 광양극 안에 양전하 입자인 정공(+)과 음전하 입자인 전자(-)가 생기는데, 정공이 물과 반응해 산소가 나온다.
조 교수팀이 개발한 광양극은 유기반도체 수용체층과 공여체층 사이에 둘이 섞인 혼합층을 만든 '유사 이중층 구조'다. 유기 반도체 박막 제조 과정에서 수용체층을 쌓고 그 위에 공여체층을 바르면 이 공여체 용액이 아래 수용체층에 일부 스며들면서 혼합물층이 만들어진다.
유사 이중층 구조는 전자와 정공이 생겼다가 다시 합쳐져 사라지는 재결합 손실을 크게 줄여준다. 햇빛을 받아 생긴 정공이 더 많이 산소를 만드는 데 쓰이기 때문이다.

기존에는 공여체와 수용체를 무작위로 섞은 '벌크 이종접합(BHJ)' 구조를 주로 사용했다. 이 구조는 전자와 정공을 갈라놓는 데는 유리하지만 전자와 정공이 이동하는 길까지 무작위로 얽히면서 전체 성능과 장기적 작동 안정성까지 저해했다.
개발 광양극을 테스트한 결과, 기존 구조보다 약 22% 향상된 1.75㎃/㎠ 평균 광전류 밀도를 나타냈다. 광전류 밀도 값이 클수록 광양극은 산소를 더 많이 만든다. 물 산화 반응을 위해 외부에서 걸어주는 전압도 0.35V에서 0.15V로 낮아졌다.
작동 중 광전류 밀도가 0.5㎃/㎠까지 떨어지는 데 걸린 시간을 기준으로 비교한 안정성도 기존 대비 약 300% 향상됐다. 산화력이 강한 정공이 유기반도체를 손상시키기 쉬운데, 공여체와 수용체가 맞닿는 내부 혼합층에는 손상이 덜 가기 때문이다.
조한희 교수는 “광양극 박막 안에서 두 물질의 배열을 조절해 성능과 작동 안정성을 동시에 높였다”며 “낮은 전압에서도 잘 작동해 외부 전압 없이 햇빛만으로 수소를 생산하는 장치 개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울산=임동식기자 dsl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