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결국 '새벽배송 제한' 추진… 업계 “현실 무시한 획일 규제” 반발

여당이 택배기사의 새벽배송 노동시간을 법으로 제한하는 방안을 본격 추진하자 오히려 노동 강도 심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물류 현장에서 나온다. 업계는 건강권 보호라는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개인별 근무 형태와 소득 구조를 고려하지 않은 획일적 규제가 노동 강도를 높이고 소비자 부담을 키울 수 있다고 반발했다.

여당, 결국 '새벽배송 제한' 추진… 업계 “현실 무시한 획일 규제” 반발

26일 업계에 따르면 여당의 새벽배송 시간 제한 입법 움직임을 두고 물류·택배 현장의 기업은 물론 배송기사들로부터 “현실에 맞지 않는 과도한 통제”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전날 박홍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야간작업을 하루 최대 10시간, 주당 최대 48시간으로 제한하고 연속 야간작업도 최대 3일로 제한하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과 택배사업자·영업점의 야간작업 관리 의무 강화 및 할증보수를 규정한 생활물류법 개정안을 각각 대표 발의했다.

업계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수입 감소'와 이에 따른 '노동 강도 심화'다. 물류업체 관계자는 “시간 제한으로 새벽배송 수입이 줄어든 기사들이 결국 낮 시간에 또 다른 배송 업무 등 '투잡'을 뛸 가능성이 크다”면서 “이는 노동자 건강권 보호라는 법안의 본래 취지와는 정반대로 기사들의 전체 노동 강도와 피로도를 오히려 가중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배송시간 제한이 기업의 인력 운영에 부담을 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각 기사가 특정 구역만 담당하는 택배 업무 특성 때문이다. 기존 기사의 근무시간을 1~2시간 줄인다고 해도 해당 시간만 일할 인력을 투입하기가 쉽지 않다. 인력 공백이 발생하면 결국 배송 지연으로 이어질 수 있다.

비용 증가에 따른 기업 부담도 쟁점이다. 한국상품학회 보고서에 따르면 주 60시간 근무를 가정한 새벽배송 기사들의 근로시간을 주 48시간으로 제한하고 소득을 보전할 경우 기존 기사 소득 보전에 월 165억원, 부족한 배송시간을 채울 추가 인력에 월 204억원이 필요하다. 전체 새벽배송 물량으로 환산하면 건당 운송비가 1061원 상승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업계는 이 비용이 결국 소비자와 소상공인에게 전가될 공산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택배·플랫폼 사업자의 비용 증가가 멤버십 구독료나 배송비 인상으로 이어지고, 입점 소상공인의 수수료와 납품 조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학회도 일률적인 시간 제한보다 특수건강검진과 연속 야간근무 제한 등 건강을 직접 보호하는 조치를 우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산업 성장 측면 부작용도 거론된다. 업계 관계자는 “특정 배송 시간대를 법으로 강제하면 대형사가 다루지 못하는 신선식품 콜드체인이나 공동물류 등 새로운 서비스와 기술을 발전시켜 온 물류 스타트업의 혁신과 신규 사업모델 확장 기회를 제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장 조사에서도 획일적인 시간 규제에 부정적인 의견이 우세했다. 한국노동경제학회의 관련 조사에 따르면 한국갤럽이 올해 4~6월 택배기사 75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66.5%가 업무시간을 규제할 필요가 없다고 답했다. 핵심 사유로는 '개인 상태에 따른 자율 조절(30.5%)' '수입 감소 우려(29.5%)' 등을 꼽았다. 오히려 주 7일 배송 확대 과정에서 휴식권 보장을 위한 대체인력 체계 마련이 주요 과제로 제시됐다.

업계 관계자는 “현장의 핵심 문제는 단순히 노동시간이 아니라 배송 단가와 수입 구조”라면서 “수입을 유지하기 위해 제한된 시간 안에 많은 물량을 처리하려는 구조를 개선하지 않은 채 시간만 줄이는 것은 근본적인 해법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새벽배송 노동시간을 일률적으로 제한하기보다 기사별 근무 여건과 업무 특성을 고려해 건강권을 직접 보호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배송기사 상당수가 '개인사업자' 형태로 일하면서 자신의 근무시간과 물량을 조절하고 있는 만큼 법으로 일괄적인 시간 상한을 설정하는 것은 현실과 맞지 않다는 목소리가 높다. 개인의 체력과 배송 스타일, 목표 수익이 모두 다른 상황에서 일률적으로 근무 시간을 통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냐는 것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도시화율이 93%에 달하는 한국에서 도시는 24시간 잠들지 않고 돌아가는 인프라”라면서 “특정 시간대의 야간 노동을 세부적으로 강제하려는 것은 마치 전기요금을 아끼겠다며 한밤중에 신호등을 꺼버리자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서 “수입이 줄어드는 기사들뿐만 아니라 기업과 소비자 모두에게 실익이 없는 법안”이라고 덧붙였다.

윤희석 기자 pionee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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