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든 리뷰] 한 잔 따르고 수년간 보관…코르크 안 뽑는 와인 디바이스 '코라빈'

와인 한 병을 열면 고민이 생긴다. 한두 잔만 마시고 싶어도 남은 와인을 어떻게 보관할지가 문제다. 가격대가 높은 와인일수록 개봉 후 맛이 변할까 쉽게 손이 가지 않는다. 코르크를 뽑지 않고 필요한 만큼만 따라 마신 뒤 남은 와인을 보관하는 와인 보존 디바이스 '코라빈(Coravin)'을 직접 써봤다.

코라빈을 장착해 와인을 따르는 모습. 〈자료 아영FBC〉
코라빈을 장착해 와인을 따르는 모습. 〈자료 아영FBC〉

국내 공식 수입·판매사인 아영FBC 충무로 본사를 찾아 레드와인과 스파클링 와인을 각각 한 잔씩 시음했다. 사용법은 간단했다. 기기를 병에 장착하고 전용 니들을 코르크에 꽂은 뒤 버튼을 누르고 병을 기울이자 와인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왔다. 오프너로 코르크를 뽑는 것보다 오히려 간편하게 느껴졌다.

코라빈의 핵심 기술은 '추출과 보존을 동시에 한다'는 데 있다. 일반 와인용 '타임리스' 계열은 속이 빈 전용 니들을 코르크에 관통시켜 와인을 추출하는 동시에 병 안에 가스를 주입한다. 빠져나간 와인의 공간을 가스로 채워 산소와의 접촉을 줄이는 방식이다.

실제로 니들을 꽂았다가 뽑은 뒤 병을 거꾸로 뒤집어봤지만 와인이 새지 않았다. 니들이 지나간 자리도 천연 코르크가 다시 밀착해 병을 막는 구조다. 코르크를 완전히 제거하지 않기 때문에 와인을 필요한 만큼만 따라 마시고 다시 보관할 수 있다.

코라빈 니들을 와인 코르크에  꽂는 모습.
코라빈 니들을 와인 코르크에 꽂는 모습.

모델별로 보존 방식과 쓰임새도 나뉜다. '타임리스 쓰리 에스엘'은 필요한 만큼 와인을 따라 마시는 기본형이고, '타임리스 식스 플러스'는 장기간 보존에 초점을 맞춘 상위 모델이다. 반면 '피봇'은 코르크를 뚫는 니들 대신 전용 스토퍼를 사용하는 방식으로, 이미 개봉한 와인을 간편하게 보관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타임리스 계열은 관리가 잘될 경우 수년간 보존할 수 있으며, 피봇은 최대 4주간 보존하도록 설계됐다.

스파클링 모델은 일반 와인과 보존 원리부터 다르다. 전용 스토퍼를 장착한 뒤 가스를 주입해 산소와의 접촉을 줄이는 동시에 병 내부 압력을 유지해 탄산을 보존한다. 적정 압력에 도달하면 충전을 멈추는 내부 조절 장치와 충전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압력 표시기도 갖췄다. 개봉 후 최대 4주간 오픈 당시의 품질을 유지하도록 설계됐으며, 가스 캡슐 하나로 최대 7개의 스파클링 와인을 보존할 수 있다.

실제로 시간이 지나도 상태가 유지되는지 확인하기 위해 첫날 따른 레드와인과 스파클링 와인을 냉장 보관한 뒤 보름 후 다시 마셨다. 레드와인은 첫 시음 때와 비교해 맛이 크게 달라졌다는 느낌이 없었고 스파클링 역시 탄산감이 유지됐다.

니들을 제거한 뒤 코르크의 모습. 천연 코르크가 다시 팽창하면서 외부와의 접촉을 차단한다.
니들을 제거한 뒤 코르크의 모습. 천연 코르크가 다시 팽창하면서 외부와의 접촉을 차단한다.

와인 전문가가 아니어서 미세한 향이나 풍미 차이까지 판단할 수는 없다. 다만 병에 코라빈이 장착되지 않았다면 새 와인을 마신 것으로 착각할 만큼 첫 시음과의 차이가 크지 않았다. 한 차례의 체험만으로 장기 보존 성능을 검증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보름 후 다시 마신 와인에서는 체감할 정도의 변화가 없었다.


가격은 모델에 따라 20만원대부터 60만원대까지다. 디바이스 가격에 가스 캡슐도 소모품으로 들어가는 만큼 저가 와인에 사용하기에는 부담이 있다. 다만 한 병을 한 번에 소비하기 어려운 고가 와인을 원하는 만큼만 즐길 수 있고, 니들·가스 주입·압력 조절 등 모델별 기술을 통해 개봉 후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한 장점이다. 와인 애호가나 다양한 와인을 잔 단위로 판매하는 매장에서는 충분한 활용 가치가 있어 보인다.

코라빈 스파클링 전용 제품을 와인에 장착한 모습. 왼쪽 디바이스의 초록색 표시를 통해 병 내부에 적정 압력이 충전됐는지 확인할 수 있다.
코라빈 스파클링 전용 제품을 와인에 장착한 모습. 왼쪽 디바이스의 초록색 표시를 통해 병 내부에 적정 압력이 충전됐는지 확인할 수 있다.

윤소진 기자 soji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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