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나눠주기 사업' 232개 손질

부처별 효율화…4조 재원 확보
신안보·바이오·기후테크 투입
일회성→맞춤형 장기지원 전환

전 부처 중소기업 지원사업 효율화 현황
전 부처 중소기업 지원사업 효율화 현황

정부가 부처별로 흩어진 중소기업 지원사업을 대대적으로 정리하고, 절감한 4조원의 재원을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과 신안보·바이오·기후테크 등 신성장 분야에 집중 투입한다. 단순히 사업 수를 줄이는 데 그치지 않고 기존 '일회성·나눠주기' 지원에서 벗어나 '맞춤형 장기지원'으로 중소기업 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것이 핵심이다.

중소벤처기업부 등 관계부처는 27일 재정운용전략협의회에서 이 같은 내용의 '전 부처 중소기업 지원사업 효율화 방안'과 '신성장 분야 혁신기업 육성 방안'을 발표했다.

그동안 정부가 바뀔 때마다 새로운 지원사업이 더해지면서 지원체계가 복잡해졌고, 부처 간 유사·중복 사업과 소액 지원이 늘어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현재 22개 부처에서 운영하는 중소기업 지원사업은 671개, 31조원 규모다. 정부는 이 가운데 17개 부처 472개 사업, 25조5000억원을 대상으로 절반에 가까운 232개 사업의 내년 예산을 손보기로 했다.

88개 사업은 통폐합·폐지하고 144개 사업 예산을 감액한다. 이를 통해 확보하는 재원은 총 4조원이다. 정부는 재정 절감분으로 남기지 않고 성장성이 높은 중소기업과 전략산업 지원에 재투자한다.

구체적으로 유사·중복 사업 통폐합으로 2조4000억원을 줄이고, 소액·나눠주기 사업 정비로 약 4000억원을 절감한다. 저성과·관행적 사업에서도 1조3000억원을 감축한다.

중기부는 도전 K-스타트업과 예비창업패키지 등 여러 예비창업 사업을 '모두의 창업 지원사업'으로 일원화해 764억원을 줄인다. 기후부는 미래환경산업육성과 산업부에서 이관받은 에너지절약시설설치 융자사업의 중복 지원을 조정해 819억원을 감액한다. 산업부도 수출바우처 등과 겹치는 해외전시회 개별 참여 지원을 폐지해 73억원을 줄인다. 중소기업 정책자금 구조도 개편해 고업력 기업 중심의 지원예산 2677억원을 줄이고 혁신 창업기업 지원으로 돌린다.

이번 개편은 중소기업 지원 대상 선정 기준 자체를 바꾸는 데도 방점이 찍혔다. 기존에는 사업별 신청서를 받아 기술성과 사업계획 등을 심사했다면 앞으로는 매출·고용 증가율 등 성장성과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성장잠재력을 먼저 평가한다. 이미 성장하고 있거나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을 선별해 정책 지원을 집중하겠다는 의미다.

신성장 분야에서는 보다 과감한 집중지원에 나선다. 정부는 내년부터 신안보·제약바이오·기후테크·K-소비재 등 4개 분야에서 매년 혁신기업 300개사를 발굴한다. 선정 기업에는 연구개발(R&D), 사업화, 금융, 수출, 인력 등을 개별적으로 지원하는 대신 필요한 정책을 패키지로 묶어 최대 5년간 100억원 이상 지원한다. 정부는 내년 예산안에 관련 예산 2388억원을 반영했다.

지원 대상도 창업 7년 이내 스타트업에 한정하지 않는다. 성장 단계에 진입한 중소기업은 물론 분야에 따라 초기 중견기업까지 포함한다. 창업 초기에는 지원사업이 집중돼 있지만 업력 7년 이후 정책 지원이 급격히 줄어드는 이른바 '성장절벽'을 메우겠다는 취지다.

이날 협의회에서는 휴머노이드 생태계 육성과 피지컬 AI 확산을 위한 재정투자 방안도 논의됐다. 정부는 내년 6000억원을 시작으로 2030년까지 휴머노이드 분야에 2조3000억원을 투입한다. 국산 휴머노이드 1080대를 직접 구매해 초기 시장을 조성하고, 10대 업종별 특화 휴머노이드 양산체계를 구축한다. 액추에이터·로봇손·센서 등 핵심부품과 AI 모델, 운영체제(OS)까지 독자 기술을 확보해 핵심부품 국산화율을 현재 45%에서 2030년 8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피지컬 AI의 산업현장 확산을 위해서는 2030년까지 2조8000억원을 투입한다. 자율제조·중소제조·농업·건설·물류·항만·돌봄·국방 등 8대 분야를 중심으로 내년에만 500곳 이상의 현장에서 실증에 나선다.

성현희 기자 sunghh@etnews.com, 손지혜 기자 j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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