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피지컬 AI 시대'의 도래와 '모두의 경영학': 단절을 넘어 연결로

이동원 고려대학교 경영대학 교수·前 한국경영정보학회장
이동원 고려대학교 경영대학 교수·前 한국경영정보학회장

인류는 지금 생성형 인공지능(AI)을 넘어 인간의 인지적 판단과 물리적 행동 반경까지 자동화하는 '피지컬 AI' 시대라는 거대한 변곡점을 지나고 있다. 역사를 되돌아보면 기술의 거대한 파도는 늘 새로운 경영 패러다임의 잉태를 요구해 왔다. 2차 산업혁명 시기 테일러의 '과학적 관리법'이 대량생산의 뼈대를 세우고, 3차 산업혁명 정보화 시대 피터 드러커의 '지식근로자' 개념이 글로벌 비즈니스를 근본적으로 바꾼 것처럼 말이다. 이제 AI는 디지털 공간을 넘어 현실의 물리적 공간으로 확장되고 있다.

그러나 오늘날 경영학의 현실은 어떠한가? 대학생들의 생성형 AI 활용은 이미 일상이 되어가고 있는 반면, 대학의 커리큘럼과 연구는 분절된 전공의 틀에 갇혀 혁신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워런 베니스 등이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서 경고했듯, 경영대학이 계량화된 전공 칸막이에 몰두하며 정작 현장의 문제 해결력을 잃어가는 형국이다. 글로벌 대학 랭킹에서 한국 경영학의 입지가 줄어들고 신진 학자들의 진출이 어려워지는 현상은 이러한 학문 간 '단절'이 초래한 뼈아픈 위기를 방증한다.

최근 우리나라는 '글로벌 AI 3대 강국(G3)' 도약을 목표로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를 출범시키며 범국가적 AI 대전환(AX)을 선언했다. 이를 위해 호남권의 제2 반도체 기지 및 AI 데이터센터, 충청권의 차세대 HBM 신규 팹, 영남권의 휴머노이드 로봇 생산 라인 등 4700조원 규모의 대대적인 지역 기반 첨단 투자가 발표되었다. 에릭 브린욜프슨 등이 지적했듯, AI 인프라 투자는 조직과 인력을 재설계하는 '보완적 혁신'이 뒤따르지 않으면 통계상 생산성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이 투자가 단순한 하드웨어 축적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의사결정을 데이터 주도(Data-Driven) 모델로 전환하고, 학제간 경계를 허무는 초융합적 접근이 시급하다.

이러한 위기와 기회의 교차점에서 경영학이 새롭게 도약하기 위한 핵심은 결국 '연결'이다. 끊어진 것들을 다시 잇는 학문만이 비로소 실천적 힘을 얻는다.

첫째, 수도권의 연구 역량과 지역의 산업 현장이 양방향으로 이어지는 공생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앞서 언급한 첨단 투자로 물리적 자동화는 이미 지역 곳곳에 뿌리내리고 있으나, 데이터를 해석하고 정책으로 옮기기 위해서는 지역의 산업 현장과 전국의 연구 역량을 양방향으로 잇는 일이 시급하다. 학계가 튼튼한 싱크탱크가 되어 지역 현장의 데이터와 수도권의 분석 역량, 정부 정책이 순환하는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둘째, 인사·마케팅·재무 등 전통적인 분과의 사일로를 허물고 로봇공학·컴퓨터공학 등 물리적 AI를 다루는 학문과 손잡아야 한다. 로봇이 동료가 된 작업장에서 인간과 AI가 역할을 나누고 신뢰를 쌓는 것은 기술을 넘어선 조직 설계의 문제다. 초융합 연구를 통해 인간과 물리적 AI가 협업하는 새로운 조직행동론을 제시해야 한다.

셋째, 반세기 제조 현장을 지켜본 원로 학자의 경험과 AI 분석에 밝은 신진 학자의 패기를 잇는 세대 간 멘토링 체계를 갖춰야 한다. 나아가 해외에 흩어진 한인 경영학자들을 하나의 연결망으로 묶어, 한국 경영학이 피지컬 AI 기반의 새로운 조직·노동 담론을 아시아에서 선도하도록 해야 한다.

역사적으로 경영학은 산업과 사회가 방향을 잃을 때마다 나침반이 되어 왔다. 피지컬 AI라는 거대한 항해 앞에서 경영학이 다시 존재 이유를 증명하는 방법은 전공과 세대, 학문과 현장, 수도권과 지역 사이에 끊어진 길을 잇는 것뿐이다. 이 연결을 만들어내지 못하면 4700조원의 투자도 흩어진 하드웨어로 남는다. 특정 분야에 머물지 않는 '모두의 AI'가 '모두의 경영학'으로 도약하는 것, 그것이 피지컬 AI 시대에 한국 경영학이 새롭게 도약할 수 있는 길이다.

이동원 고려대학교 경영대학 교수·前 한국경영정보학회장(2025) mislee@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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