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 청소년 SNS 규제 공론화…메타發 플랫폼 책임 요구 커지나

대형 플랫폼이 기술적 조치 취해야
청소년 하루 2시간 사용토록 설계 변경
국내 관련 법안 발의 7건
규제냐 자율참여냐…공론화 불붙어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메타가 청소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중독 소송에서 미국 주 정부들과 합의하면서 국내 청소년 SNS 규제 추진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특히 대형 플랫폼에 기술적 조치를 요구하는 합의가 나온 만큼, 국내 입법 논의에서 주요 선례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이번 메타와 미국 주정부들 간 합의가 국내 입법 과정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특히 최근 정부와 국회를 중심으로 청소년 SNS 과몰입 문제에 대한 공론화가 진행되고 있어, 이번 합의를 계기로 입법 논의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된다.

김종철 방송미디어통신위원장은 지난달 대통령 업무보고와 언론 인터뷰에서 청소년 SNS 과몰입 문제에 대한 사회적 공론화의 중요성을 언급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16일 진행된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현재 국회에는 관련 법안이 약 7건 발의돼 있으며, 이를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4세 미만 이용자의 SNS 가입을 제한하고, 14세 이상 19세 이하 이용자는 중독성 디자인과 추천 알고리즘 노출을 제한하는 등 연령별 규제를 예로 들었다.

특히 이용자의 과몰입을 유도하는 플랫폼의 서비스 설계를 문제로 꼽았다. 김 위원장은 “과학계에서도 이러한 중독 유도 설계가 청소년의 과몰입을 유발한다는 실증적 연구 결과가 축적되고 있다”면서 “청소년에게는 과몰입을 유도하는 장치들 이러한 알고리즘의 노출을 제한하는 규제를 단계적으로 모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청소년 SNS 과몰입 문제, 플랫폼 책임 대두

전문가들은 미국 소송 과정에서 중독을 유발하는 플랫폼의 설계 책임이 인정되면서, 대형 플랫폼 기업이 기술적 조치를 취하기로 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합의안이 법원 승인을 거쳐 실행되면, 메타는 청소년 보호를 위해 플랫폼 설계를 대폭 변경한다. 18세 미만 이용자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합해 하루 2시간까지만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자정부터 오전 6시까지는 접속이 차단된다. 청소년 계정은 인공지능(AI)이 끊임없이 콘텐츠를 추천해주는 알고리즘을 배제한다.

나이 확인 기술을 강화해 청소년이 성인 생년월일을 입력해 성인 계정으로 가입하는 사례를 막는다. 가입이 금지된 13세 미만 아동의 접근을 차단하는 AI 모델을 개발, 매년 무단 가입 아동 계정을 찾아 삭제한 결과를 보고한다.

진민정 한국언론진흥재단 책임연구위원은 “현재 40여개국에서 청소년 SNS 규제를 도입했거나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이번 합의안은 SNS 이용자가 아닌 SNS를 중독적으로 설계한 플랫폼 기업에 기술적 개선을 요구하는 조치가 확산하는 시발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청소년 SNS 규제 왜,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 (왼쪽부터) 임민택 삼성중 교장, 조현미 폰프리스쿨 추진단 학부모 단장, 김현수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임상교수, 이건 폰프리스쿨 추진단장, 강혜연 신동초 교사, 최보희 평택여고 학생.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청소년 SNS 규제 왜,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 (왼쪽부터) 임민택 삼성중 교장, 조현미 폰프리스쿨 추진단 학부모 단장, 김현수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임상교수, 이건 폰프리스쿨 추진단장, 강혜연 신동초 교사, 최보희 평택여고 학생.

◇사회적 공론화 진행중…다각적인 접근 요구

국내 청소년 SNS 규제에 대해선 사회적 공론화가 진행 중이다. 전문가들은 플랫폼 기업과 학계, 교육계 등 다각적인 접근이 관건이라고 보고 있다.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청소년 SNS 규제 왜,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선 국회·의학계·학계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이날 발제를 맡은 김현수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임상교수는 플랫폼의 중독적 설계로 인한 아동·청소년의 정신 건강 문제를 지적했다. 김 교수는 “야간 사용 제한과 알고리즘 금지가 플랫폼 기업들이 생각해야 할 가장 시급한 조치”라면서 “메타와 미국 주 정부 간 소송을 비롯해 플랫폼의 중독적 설계로 인해 아이들이 수면 부족과 우울증 등을 겪게 되는 사례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학계에선 SNS 규제와 함께 아동·청소년을 위한 교육 지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강혜연 신동초 교사는 “학생 스스로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SNS를 하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미술, 체육, 독서 교육을 바탕으로 SNS가 아닌 곳에서 학생들이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대체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보희 평택여고 학생은 “SNS 규제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무조건적인 금지보다는 학생들이 올바르게 SNS를 활용할 수 있도록 역량 향상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면서 “규제 당사자인 학생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이에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은 “방송통신미디어위원회에서도 청소년 SNS 규율과 관련해 일방적으로 무조건 제한하는 방식은 옳지 않다고 보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알고리즘 규제 등 기업이 자율 참여로 아이들을 보호하는 동시에 아이들의 정보 접근성을 높이는 법안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현대인 기자 modernman@etnews.com

  • ET Ev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