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기업의 행보가 곧 세계 첨단산업의 이정표가 되는 시대, 대한민국 산업사에 이처럼 역동적인 순간은 없었다. 빅테크의 투자와 사업 전략이 한국 반도체의 공급 능력에 좌우되고, 글로벌 자본시장 역시 이를 주시하고 있다. 반도체는 대한민국을 단순한 제조 수출국을 넘어, 세계 산업 공급망에서 '대체 불가능한 국가'로 끌어올렸다.
반도체가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지금이야말로 다음 도약을 준비할 최적기다. 반도체에서 확보한 산업 경쟁력을 어디로 확장할 것인가. 그 해답은 바로 인공지능데이터센터(AIDC)에 있다.
기존 데이터센터가 '데이터를 저장하는 창고'였다면, AIDC는 '지능을 만들어 내는생산기지'다. 주요국 정부와 빅테크들이 천문학적 자본을 쏟아부으며 인프라 확보전에 나서는 이유다. AIDC를 국가 전략산업으로 주목해야 할 이유는 분명하다.
첫째, AIDC는 새로운 수출산업이다. 글로벌 자본과 기술이 한국에 유치되고, AIDC에서 만들어진 초고성능 연산력과 지능이 전 세계로 뻗어 나간다. 제조 상품을 수출하던 나라에서 '지능'을 수출하는 연산 강국으로 도약하는 것이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핵심 지능 생산기지가 한국에 구축된다면, 그 경제적 파급 효과는 반도체가 일궈낸 성과 이상이 될 것이다.
둘째, AIDC는 그 자체로 전후방 파급력이 큰 신성장 산업이다. AI 반도체 뿐만 아니라 전력, 냉각, 네트워크 솔루션과 이를 설계·시공·운영하는 역량이 함께 맞물려야 한다. 반도체 팹이 소재·부품·장비 산업을 키워냈듯, AIDC도 새로운 소부장 생태계를 키워낸다. AIDC를 짓는다는 것은 건물 하나를 세우는 일이 아니라, 국가의 새로운 산업을 일으키는 일이다.
셋째, AIDC는 '전략적 안보자산'이다. 반도체 경쟁력이 국가의 위상을 결정짓는 전략 무기가 되었듯, 인공지능(AI) 패권 경쟁 시대에는 독자적 연산 인프라가 곧 국가 경쟁력이다. 글로벌 빅테크의 핵심 연산이 우리 영토 내 AIDC에서 구동된다면, 대한민국은 글로벌 AI 공급망에서 대체 불가능한 요충지가 되고, 국제 역학 관계에서도 강력한 협상력을 확보하게 된다.
기회는 이미 우리 앞에 열려 있다. 세계 1위의 메모리 반도체를 필두로 전력 장비, 정밀 냉각·공조, 세계 최고 수준의 정보통신기술(ICT) 인프라 역량까지 AIDC 구축에 필요한 산업 기반은 충분히 갖춰져 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흩어진 역량을 하나의 국가적 경쟁력으로 빠르게 결집하는 것이다.
AI 인프라 경쟁은 속도전이자 총력전이다. 정부와 국회의 노력으로 AIDC 특별법이 제정되고, 대도약 메가프로젝트가 가동되면서 육성 기반은 갖춰졌다. 이제 현장의 병목을 신속히 해소하고, 국산 장비와 솔루션이 충분한 실증 레퍼런스를 쌓도록 해야 한다. 이 경쟁에서 승기를 잡을 때, 대한민국은 AI를 단순 소비하는 나라를 넘어 세계의 지능 생산 선도국으로 도약할 수 있다.
그 도전을 한 기업의 힘만으로는 완수할 수 없기에, 400여개 기업·기관과 정부가 민관 합동 AIDC 얼라이언스로 뭉쳤다. 얼라이언스는 현장의 난제를 해결하고, 우리 기업의 역량이 글로벌 무대로 뻗어 나갈 수 있도록 힘을 모을 것이다. 대한민국을 세계가 찾는 최고의 AI 거점으로 만드는 것, 제2의 반도체 신화를 향한 도전은 이미 시작됐다.
정재헌 AI DC 얼라이언스 공동의장 겸 SK텔레콤 CE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