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공급망을 둘러싼 정부의 안전망은 이전보다 촘촘해졌다. 일본 수출규제 이후 핵심 소재·부품의 해외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정책이 잇따랐고, 공급망 이상 징후를 살피는 조직과 제도도 마련됐다. 최근 시행된 반도체특별법에도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경쟁력 강화와 공급망 안정이 주요 과제로 담겼다.
그럼에도 업계에서는 다른 고민이 나온다. 공급망이 끊어지는지는 살핀다면서, 정작 그 공급망을 떠받치는 기업이 제대로 성장하고 있는지는 누가 지속해서 들여다보냐는 것이다.
국내 반도체 소부장 기업 가운데는 기술력을 갖췄지만 수익성 확보에 애를 먹는 곳이 적지 않다. 고객사가 제한된 산업 특성상 특정 기업 의존도가 높고, 신규 제품 개발 뒤에도 실제 생산라인에 적용되기까지 긴 검증 기간을 견뎌야 하기 때문이다.
연구개발(R&D)과 설비투자 부담도 상당하다. 공급망에 진입했다는 것과 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구조를 갖췄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인 셈이다.
공급망 안에 있는 소부장 기업이 실제 성장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하는 지원 체계가 절실한 것도 이 때문이다. 기술개발부터 양산 검증, 첫 구매, 생산 확대, 해외 고객 확보까지 성장 단계별 애로를 살피는 창구 마련이 시급하다.
산업계 목소리를 전달할 창구가 없는 것은 아니다. 협회와 연구조합 등이 있고 공급망 측면에서는 소재·부품·장비산업 공급망센터도 역할을 하고 있다. 다만 민간 협회는 다양한 회원사의 이해관계 조율, 공급망 관련 조직은 수급 안정과 위험 대응에 활동의 무게가 실린다.
정부 차원에서 중소·중견 소부장 기업의 사업화 과정과 수익, 고객 확보 과정에서 발생하는 애로를 평상시부터 추적하는 것과는 결이 다르다.
공급망에 빈틈이 생겼을 때 이를 메우는 데 그치지 말고, 그 안에 있는 기업의 체력이 어떠한지도 살펴봐야 한다. 튼튼한 공급망은 결국 그 안을 채우는 기업이 튼튼할 때 완성된다.

박유민 기자 newm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