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차전지 장비 기업 피엔티가 인도에서 전극공정 장비 수주를 확대하고 중국에서는 동박 생산능력을 단계적으로 늘린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둔화)에 따라 국내 배터리사 신규 증설이 주춤한 가운데 인도와 중국을 중심으로 고객 기반을 다양화하는 전략이다.
피엔티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수주잔고는 약 1조5000억원이다. 2021년 말 약 9000억원과 비교하면 60% 넘게 증가했다. 수주 지역도 크게 달라졌다. 2021년 말에는 중국과 국내 배터리사가 중심이었지만 올해 상반기에는 인도가 주요 수주 지역으로 새롭게 등장했다.
특히 인도에서는 타타그룹 배터리 계열사 아그라타스(Agratas)와 인도 오토바이(전기 이륜차) 올라(Ola) 등이 고객사로 파악됐다. 피엔티는 양사에 모두 배터리 양·음극을 만드는 전극공정 장비를 공급하고 있다.
인도 시장 확대는 배터리 공급망 재편과 맞물려 있다. 중국과 인도 간 지정학적 긴장이 지속되면서 인도 배터리·완성차 업체들이 중국산 셀 의존도를 낮추고 자체 생산능력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신규 셀 공장을 구축하려면 전극공정 설비가 처음부터 필요하기 때문에 장비 업체에는 새로운 수주 시장이 열린 셈이다.
아그라타스는 인도 구자라트주 사난드에 배터리 연간 생산 능력이 40기가와트시(GWh)인 공장을 건설 중이다.
중국에서는 장비 공급을 넘어 소재 사업까지 확대하고 있다. 피엔티의 중국 섬서성 자회사 섬서첨단소재(AMT)는 전기차 배터리 음극 집전체 등에 쓰이는 동박을 직접 생산한다. 지난해 연산 2만톤 생산체계를 구축했고 2027년 3만5000톤, 2029년 5만톤으로 생산능력을 늘릴 계획이다.
증설 속도는 이전 계획보다 밀렸다. 피엔티는 지난해 기준 2025년 말 3만톤, 2026년까지 5만톤 구축을 목표로 제시했지만 이번에는 5만톤 달성 시점을 2029년으로 조정한 것이다.
피엔티 관계자는 “동박은 생산설비 구축 이후 실제 고객 제품에 적용하기 위한 테스트와 양산 검증에 약 1년가량이 소요되는 만큼 가동 안정성을 확보가 중요하다”며 “설비 먼저 대규모로 구축하기보다 고객사 양산제품 테스트와 검증에 맞춰 단계적으로 생산능력을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내 배터리사들이 신규 증설보다 기존 생산라인의 활용도를 높이는 데 무게를 두는 점도 피엔티의 고객 다변화 배경으로 꼽힌다.
피엔티는 국내 셀 업체 중심의 기존 수주 구조에서 벗어나 인도 등 신흥시장과 해외 생산거점을 확대하는 중국 배터리 업체 등으로 수주처를 넓힌다는 계획이다.
박유민 기자 newm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