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 열풍이 글로벌 반도체 산업의 생산능력 확대를 이끌면서 환경·에너지 부담이라는 또 다른 과제를 낳고 있다. AI 가속기와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가 빠르게 늘면서 주요 반도체 기업들이 팹(Fab) 증설에 나서고 있다. 생산량 확대와 함께 반도체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공정가스와 온실가스 감축 필요성도 커지는 모습이다.
글로벌 팹 증설과 탄소 감축 요구가 맞물리면서 공정가스 저감설비의 중요성도 높아지고 있다. TSMC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주요 반도체 제조기업들이 AI 수요에 대응해 생산능력 확대에 나서고 있다.
특히 마이크론은 AI 시대 메모리 수요에 대응해 미국 내 생산시설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2025년 발표한 계획에 따르면 미국 내 메모리 제조 및 연구개발에 약 2,000억달러를 투자하고, 아이다호와 뉴욕 등에 첨단 메모리 팹을 건설할 계획이다.
RCS는 반도체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공정가스를 촉매를 이용해 처리하는 대용량 통합 온실가스 저감시설이다. 반도체 공정에는 지구온난화지수가 높은 불소계 가스와 과불화화물(PFCs) 등이 사용되며, 이를 줄이는 것이 반도체 산업의 주요 환경 과제 중 하나다. 삼성전자는 공정가스가 반도체 사업부문 Scope 1 배출량의 약 70%를 차지한다고 밝히고 있으며, 이를 줄이기 위해 RCS를 확대하고 있다.
다만 공정과 생산시설 특성에 따라 RCS와 POU 등 다양한 저감설비가 활용된다. 삼성전자는 2024년 기준 RCS 52기를 운영하고 있으며, 신규 생산라인뿐 아니라 적용이 가능한 기존 라인에도 RCS 설치를 확대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RCS가 POU 방식보다 낮은 온도에서 공정가스를 처리해 연료 사용량과 대기오염물질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팹 증설은 생산량 확대뿐 아니라 전력 사용과 온실가스 관리라는 과제도 함께 키운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은 환경 규제와 탄소중립 목표에 대응하기 위해 공정가스 저감과 에너지 효율 개선, 재생에너지 확대 등을 병행하고 있다. 삼성전자 역시 2050년 Scope 1·2 탄소중립을 목표로 온실가스 처리 기술과 에너지 효율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AI 수요에 따른 반도체 생산능력 확대가 이어질수록 공정가스 처리와 탄소배출을 줄이는 친환경 제조기술의 중요성도 커질 전망이다. AI 반도체 특수가 글로벌 팹 투자를 확대하는 동시에 반도체 업계에는 생산량 증가에 상응하는 '탄소 감축'이라는 새로운 과제를 던지고 있는 셈이다.
이원지 기자 news21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