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신체 나이는 몇 살입니까⑨] 나이 들수록 소화가 느려지는 이유

분당서울대병원, 위염·역류·변비 관리 소개
장내 미생물 균형 위한 식습관 점검
45세 이후 대장내시경 상담 필요
취침 3시간 전 식사 마쳐야 속 편안

주민등록증에 적힌 나이는 같아도 몸의 시간은 사람마다 다르게 흐른다. 같은 60대라도 계단을 거뜬히 오르고 병뚜껑을 쉽게 여는 사람이 있는 반면, 조금만 걸어도 숨이 차거나 근력이 크게 떨어지는 사람도 있다. 기억력 저하, 시야 변화, 소화 기능 저하 역시 단순한 '나이 탓'으로만 넘기기 어려운 신호일 수 있다.
의학에서 말하는 신체 나이는 하나의 숫자로 단정하기보다 현재 몸이 얼마나 건강하게 기능하는지를 보여주는 종합 지표에 가깝다. 걷는 속도와 악력, 균형감각, 심폐 기능, 인지 기능, 영양 상태, 생활습관 등이 맞물려 개인별 노화 속도를 결정한다.
전자신문은 분당서울대병원 의료진과 함께 '당신의 신체 나이는 몇 살입니까'를 주제로 10회 건강기획을 연재한다. 주민등록 나이와 신체 나이가 달라지는 이유를 시작으로 기억력과 뇌, 혈관과 심장, 폐 기능, 근육과 관절, 눈과 소화기 등 몸 곳곳에서 나타나는 노화의 신호를 짚는다. 마지막 회에서는 운동·식사·수면 등 일상에서 신체 나이를 늦추는 관리법을 살펴본다.
노화 자체를 멈출 수는 없지만 몸이 보내는 변화를 일찍 알아차리고 생활습관과 건강 위험요인을 관리하는 일은 가능하다. 이번 기획은 숫자로 적힌 나이가 아니라 지금 내 몸이 얼마나 건강하게 기능하고 있는지 확인하고, 건강한 노화를 준비하는 기준을 찾아본다.
최용훈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최용훈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나이가 들면 소화가 느려지는 이유

나이가 들면서 위산 분비량은 서서히 줄고, 위와 장의 근육 운동 능력도 떨어진다. 이 때문에 음식물이 위와 장에 머무는 시간이 이전보다 길어지는 경향이 있다. 여기에 소화 효소를 만드는 췌장 기능 저하, 치아 상태 악화, 씹는 힘 감소도 음식물을 잘게 부수는 과정을 더디게 해 소화 속도를 늦춘다.

그 결과 예전과 비슷한 양을 먹어도 더부룩함을 쉽게 느끼고, 식사 후 포만감이 오래 지속되며, 조금만 과식해도 속이 불편한 경우가 많아진다. 대부분 나이가 들면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변화일 수 있지만, 증상이 유독 심하거나 체중 감소·통증이 동반되면 단순 노화가 아닌 다른 원인을 확인해야 한다.

위축성 위염·역류성 식도염·변비의 변화

위축성 위염은 오랜 기간 위 점막에 염증이 반복되면서 위산을 분비하는 세포가 줄고, 위 점막 조직이 얇아지는 상태다. 헬리코박터균 감염이나 노화의 영향으로 나이가 들수록 흔해진다. 특히 위산이 뚜렷하게 줄어드는 경우는 노화 자체보다 헬리코박터 감염이 오래 지속되면서 생긴 위축성 위염 때문인 경우가 많다.

위축성 위염이나 장상피화생이 확인되면 정기적인 위내시경 추적이 필요하다. 헬리코박터 감염이 확인된 경우 제균 치료를 받으면 위암 발생 위험을 낮출 수 있다. 다만 위축성 위염이 있다고 반드시 속이 불편하거나 소화가 안 되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증상 없이 검진 위내시경에서 우연히 발견된다. 60세 이후 소화불량 증상이 새로 생겼다면 나이 탓으로만 넘기지 말고 위암, 궤양, 복용 약물 등 다른 원인을 확인하는 것이 원칙이다.

나이가 들며 흔해지는 소화기 증상으로는 위산 역류와 변비가 있다. 역류성 식도염은 식도와 위 사이 괄약근 기능이 약해지고 복부 비만이 겹치면서 중년 이후 더 흔해진다. 변비는 장운동이 느려지고 수분 섭취와 신체 활동량이 줄면서 자주 나타난다. 두 증상 모두 약물치료와 함께 식습관, 자세, 체중 관리 같은 생활습관 교정이 병행돼야 증상 호전과 재발 예방에 도움이 된다.

장내 미생물과 노화의 관계

나이가 들면서 장내 미생물의 종류와 균형도 변한다. 소화와 면역에 도움을 주는 유익균은 줄고 유해균의 비중이 늘어나는 경향이 여러 연구에서 관찰된다. 이런 변화는 소화 기능뿐 아니라 전신 면역력, 만성 염증 수준, 뇌 건강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장내 미생물 균형을 유지하려면 식이섬유가 풍부한 채소와 과일, 통곡물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도움된다. 식이섬유는 유익균의 먹이가 돼 장내 환경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데 기여한다. 된장이나 김치 같은 발효식품도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짜게 먹는 습관은 위암 위험을 높일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특정 유산균 제품 하나에 의존하기보다 균형 잡힌 식단을 기본으로 하고, 필요한 경우 전문의와 상담 후 보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대장내시경을 받아야 하는 시기

특별한 증상이 없더라도 만 50세부터는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기 시작하는 것이 우리나라 국가암검진에서 권장하는 기준이다. 다만 최근 젊은 연령의 대장암이 증가하면서 미국은 2021년부터 검진 시작 연령을 45세로 낮췄고, 국내 권고안도 45세부터 검진을 권하는 추세다. 45세가 지났다면 증상이 없더라도 대장내시경이나 분변잠혈검사 중 어떤 방법으로 검진을 시작할지 상담해 보는 것이 좋다.

검사 결과 용종이 없고 특별한 이상이 없다면 대개 5년 주기로 재검사한다. 크기가 크거나 여러 개의 용종을 제거한 경우에는 담당 의료진 안내에 따라 3년 이내, 때로는 1년 이내 재검사가 필요할 수 있다. 가족 중 대장암이나 용종 병력이 있거나 혈변, 배변 습관 변화, 원인 모를 체중 감소, 지속적인 복통이 있다면 나이와 상관없이 더 이른 시기에 검사를 받아야 한다.

소화기 건강을 위한 식사 원칙

나이가 들수록 한 번에 많은 양을 먹기보다 하루 세끼를 규칙적인 시간에 나눠 먹는 것이 소화기 부담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다만 무조건 식사량을 줄이라는 뜻은 아니다. 고령에서는 영양 부족과 근육 감소가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어 고기, 생선, 달걀, 두부 같은 단백질 식품은 매 끼 챙겨 먹는 것이 좋다.

너무 빨리 먹으면 필요 이상으로 많이 먹게 되고 소화도 더뎌져 위에 부담을 줄 수 있다. 한 끼 식사는 최소 15~20분 이상 시간을 들여 천천히 씹어 먹는 습관이 중요하다. 잠들기 최소 3시간 전에는 식사를 마쳐야 역류성 식도염 증상을 줄일 수 있다. 규칙적인 식사 시간, 적당한 식사량, 충분히 씹는 습관, 취침 전 공복 유지가 소화기를 편안하게 만드는 기본 원칙이다.

도움말: 최용훈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성남=김동성 기자 esta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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