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AI 시대의 데이터 주권, 국내 데이터 플랫폼 경쟁력에 달렸다

김주섭 유엔넷 대표
김주섭 유엔넷 대표

최근 기업과 공공기관 관계자들을 만나면 대화의 중심에는 대부분 인공지능(AI)이 있다.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얼마나 확보했는지, 어떤 대규모언어모델(LLM)을 도입할 것인지가 주요 관심사다. 반면 그 GPU 위에서 어떤 데이터를 활용하고, 어떤 서비스를 구현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는 상대적으로 덜 이뤄진다.

AI 경쟁력은 연산 자원만으로 확보되지 않는다. 데이터를 수집·저장하고 정제·통합해 AI가 활용할 수 있도록 연결하는 데이터 인프라가 함께 갖춰져야 한다. 데이터베이스(DB), 데이터 레이크, 데이터 레이크하우스와 같은 범용 소프트웨어(SW)가 AI 시대 핵심 인프라로 주목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AI 모델과 GPU가 연산을 담당한다면, 데이터 플랫폼은 AI의 활용 가치를 결정하는 기반이다.

국내 SW 산업은 프로젝트 중심의 시스템 구축 역량은 우수한 반면, 다양한 산업에서 공통으로 활용되는 범용 SW 분야에서는 여전히 해외 제품 의존도가 높다. 범용 SW는 단기간에 완성되지 않는다. 다양한 고객 환경에서 반복적인 검증을 거쳐 성능과 안정성을 축적해야 한다. 그러나 국산 제품은 적용 사례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도입 기회를 얻지 못하고, 다시 실적을 축적하지 못하는 구조적 한계를 반복하고 있다.

AI 확산은 이러한 환경을 변화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기업과 기관이 관리해야 할 데이터는 정형 데이터를 넘어 문서, 이미지, 영상, 로그 등 비정형 데이터로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이들 데이터를 통합 관리하고 AI 활용까지 연결하는 데이터 플랫폼으로서 데이터 레이크하우스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필자는 데이터 레이크하우스를 개발해 온 과정에서 이러한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지난해 한 금융 인프라 프로젝트에서는 해외 상용 DB가 당연시되던 대규모 시스템을 성공적으로 구축하며, 성능과 안정성은 물론 총소유비용(TCO) 측면의 경쟁력까지 함께 입증했다. 이는 오픈소스 핵심 기술을 기반으로 국내 환경에 맞는 성능 최적화와 이중화, 운영 기술을 축적한다면 글로벌 상용 제품과도 충분히 경쟁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것이다.

데이터 플랫폼을 해외 기술에 전적으로 의존할 경우 문제는 비용에 그치지 않는다. 데이터 접근 권한, 시스템 변경, 장애 대응, 기술 지원까지 해외 기업의 정책과 일정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특히 금융과 공공처럼 데이터 민감도가 높고 서비스 연속성이 중요한 분야에서는 데이터 통제권과 기술 선택권이 곧 경쟁력으로 이어진다.

범용 SW 경쟁력의 핵심은 결국 기술과 인재의 축적이다. 오픈소스 데이터베이스의 핵심 구조를 이해하고 국내 산업 환경에 맞게 최적화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은 단기간에 양성되지 않는다. 실제 현장에서도 이러한 역량을 갖춘 엔지니어를 확보하기는 쉽지 않다. 범용 SW는 단순한 제품 개발이 아니라 오랜 기간 축적된 기술과 경험,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전문 인력 위에서 경쟁력이 만들어지는 산업이다.

정부의 GPU 확보와 AI 인프라 확대는 중요하다. 다만 하드웨어 투자와 함께 데이터 인프라 구축과 품질 관리도 균형 있게 추진돼야 한다. 공공기관과 기업 현장에서는 데이터가 부서별로 분산돼 있고, 형식과 관리 기준도 서로 다른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런 환경에서는 아무리 우수한 AI 모델을 도입하더라도 기대한 성과를 내기 어렵다. 데이터 수집과 정제, 통합, 품질 관리를 AI 정책의 핵심 축으로 포함해야 하는 이유다.

데이터 주권은 국산 제품을 우선 사용하자는 구호가 아니다. 핵심 데이터를 스스로 관리하고, 비용과 기술에 대한 선택권을 확보하며, 장애 대응 역량을 국내에 축적하자는 산업 전략이다. 이를 위해서는 국내 데이터 플랫폼이 금융과 공공, 산업 현장에서 해외 제품과 공정하게 경쟁하고 검증받을 기회를 지속적으로 확보해야 한다.

김주섭 유엔넷 대표 jukim@un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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