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트코인이 석 달여 만에 8만달러를 돌파한 뒤 7만7000달러대로 밀려났다. 최근 가격 상승을 뒷받침했던 미국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의 자금 유입도 9거래일 만에 중단됐다.
31일 코인마켓캡에서 비트코인은 이날 오후 1시30분께 7만7461달러까지 떨어졌다가 2시쯤 7만7600달러 안팎으로 소폭 회복했다. 비트코인은 지난 5월 이후 지난 27일 처음으로 8만달러를 넘어섰지만 상승세를 유지하지 못하고 다시 7만7000달러대로 내려왔다.
가격 조정과 함께 미국 비트코인 현물 ETF의 자금 흐름도 순유출로 전환됐다. 파사이드 인베스터스에 따르면 28일 미국 비트코인 현물 ETF에서는 총 2억190만달러가 빠져나갔다. 17일부터 27일까지 이어진 9거래일 연속 순유입 행진이 끝난 것이다.
직전까지 ETF 매수세는 강했다. 미국 비트코인 현물 ETF에는 17일부터 27일까지 9거래일 동안 총 30억4420만달러가 순유입됐다. 지난 20일에는 하루에만 6억630만달러가 들어왔다.
같은 기간 비트코인 가격은 6만4000달러대에서 8만달러대로 빠르게 상승했다. 미국 현물 ETF 자금 흐름은 기관과 전통 금융권 투자자의 비트코인 수요를 보여주는 주요 지표로 평가된다.
상품별로는 아크인베스트와 21셰어스가 공동 운용하는 ARKB에서 1억1490만달러가 빠져나가며 가장 큰 순유출을 기록했다. 비트와이즈의 BITB에서는 4970만달러, 블랙록의 IBIT에서는 3340만달러가 각각 순유출됐다. 반에크의 HODL에서도 1320만달러가 이탈했다. 반면 모건스탠리의 MSBT에는 930만달러가 순유입됐다.
28일 하루 동안의 자금 유출만으로 기관 수요가 추세적으로 꺾였다고 단정하기는 이르지만 최근 비트코인 상승세를 이끈 핵심 동력이 ETF 자금이었던 만큼 추가 유출 여부에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28일 순유출액은 앞선 9거래일 동안 들어온 자금의 약 6.6%에 해당한다. 단기간 가격이 20% 넘게 오른 만큼 고점 부근에서 차익 실현성 환매가 발생했을 가능성도 있다.
케빈 워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매파적 발언도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 워시 의장이 잭슨홀 심포지엄 연설에서 한 발언이 시장에선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둔 발언으로 해석됐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는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가 인상될 가능성은 워시 의장의 연설 전 35.4%에서 연설 후 55.7%로 상승했다고 전했다.
대규모 파생상품 만기도 변동성을 키웠다. 지난 28일 글로벌 가상자산 파생상품 거래소 데리비트에서는 약 8만1700건, 64억달러 규모의 비트코인 옵션이 만기를 맞았다. 비트코인이 단기간에 급등하면서 7만5000달러와 8만달러 부근에 옵션 포지션이 집중돼 있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시장에서 ETF 자금이 추가로 빠져나갈 경우 비트코인의 8만달러 재돌파 동력이 약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송혜영 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