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장 월급 150만원, 빚투·도박 유혹 노출…“대부업 대출만 444억”

지난해 채무조정 절차를 밟은 군 복무자는 400명을 넘었고, 군인을 대상으로 한 대부업체의 대출 규모 역시 400억원 이상으로 집계됐다.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채무조정 절차를 밟은 군 복무자는 400명을 넘었고, 군인을 대상으로 한 대부업체의 대출 규모 역시 400억원 이상으로 집계됐다. 사진=연합뉴스
작년 현역군인 채무조정 432명 지원 받아

군인들이 복무 기간 중 빚이나 고위험 투자로 금융 부담을 떠안는 사례가 이어지면서 정부가 장병 대상 금융교육을 전면 재정비한다. 지난해 채무조정 절차를 밟은 군 복무자는 400명을 넘었고, 군인을 대상으로 한 대부업체의 대출 규모 역시 400억원 이상으로 집계됐다.

31일(현지시간)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신용회복위원회를 통해 신속채무조정, 사전채무조정, 개인워크아웃 등의 지원을 받은 현역 군인은 432명이었다. 이들이 조정받은 채무액은 모두 102억원으로 나타났다. 앞서 2023년에는 443명이 93억원, 2024년에는 443명이 106억원 상당의 채무를 조정받았다.

대부업계에서 빌린 자금도 상당한 수준이다. 금융위원회에 등록된 대형 금전대부업체 30곳의 군인 대상 대출 잔액은 지난해 말 기준 444억원에 이르렀다. 금융위는 장병들이 직접 관리하는 자산이 증가하면서 온라인 도박을 비롯해 가상자산, 고위험 투자상품, 불법 투자정보, 높은 금리의 대출 등에 노출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장병들이 운용할 수 있는 자금 자체가 과거보다 늘어난 것도 배경으로 꼽힌다. 올해 병사 급여는 계급에 따라 이병 75만원, 일병 90만원, 상병 120만원, 병장 150만원이다. 여기에 장병내일준비적금에 매달 납입할 수 있는 최대 금액을 18개월 동안 넣으면 본인 부담금과 정부 지원금, 이자를 합쳐 약 2019만원을 모을 수 있다.

금융위는 이날 국방부와 금융감독원 등 관계기관이 참석한 제2차 금융교육협의회에서 '군장병 금융교육 강화 방안'을 확정했다. 기존처럼 강사가 정보를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장병 스스로 자신의 재정 상태를 살펴보고 적절한 해결책을 찾을 수 있도록 교육 방식을 바꾸는 것이 골자다.

개별 재무상담도 확대한다. 비대면 상담창구와 대면 상담 공간을 마련해 월급 관리와 소비 습관부터 저축 및 목돈 활용 방안까지 개인별 상황에 맞춰 조언할 예정이다.

도박과 무리한 투자를 비롯한 금융위험 교육도 강화한다. 빚을 내 주식이나 가상자산 등에 투자하는 이른바 '빚투'와 레버리지 상품, 고금리 대출 등을 주요 위험 사례로 선정해 집중적으로 다룬다.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이 직접 부대를 방문해 실제 피해 사례와 예방법을 설명하고 투자 및 자산관리 상담도 제공할 예정이다.

군 내부의 사이버도박 문제 역시 심각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육군본부 자료를 보면 지난해 온라인 도박 혐의로 군 경찰 수사를 받은 인원은 간부 20명, 병사 293명 등 총 313명이다. 국방부는 불법도박 사실을 자발적으로 신고한 장병에 대해 행정·형사상 책임을 일부 감면하고 전문기관의 상담 및 회복 프로그램을 연결하는 자진신고제 도입도 검토 중이다.

금융교육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거나 안정적인 금융 습관을 유지한 장병에게 보상을 제공하는 방안도 마련된다. 금융 관련 퀴즈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거나 교육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장병에게 상장과 포상금·격려금 등을 지급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장병내일준비적금을 만기까지 유지한 사실을 개인 신용평가에서 긍정적인 요소로 활용하는 방안도 관계기관과 논의할 예정이다.

은행과 증권사 등 금융회사 직원뿐 아니라 애널리스트, 프라이빗뱅커(PB) 같은 실무 전문가들도 교육에 참여한다. 다만 교육이 금융상품 판매 수단으로 변질되는 것을 막기 위해 특정 상품을 홍보하거나 판매하는 행위는 제한한다.

정부는 앞으로 복무 시점에 따라 교육 내용을 달리할 계획이다. 입대 초기에는 금융사기와 피해 예방을 중심으로 안내하고, 복무 중반에는 저축과 투자 등 자산 형성에 초점을 맞춘다. 전역을 앞둔 시기에는 모아둔 자금을 어떻게 관리할지와 향후 재무계획을 세우는 방법을 집중적으로 교육할 방침이다.

이원지 기자 news21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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