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격형 성장' 꼬리표 뗀다…대체불가 기술강국 승부수

정부 '제2차 국가연구개발 중장기 투자전략' 개요(자료=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정부 '제2차 국가연구개발 중장기 투자전략' 개요(자료=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정부가 추격자형 성장 전략에 마침표를 찍고 기술 선도국 도약에 승부수를 던졌다. 인공지능(AI)·반도체·첨단바이오 등 첨단 전략기술 연구개발(R&D)에 5년간 200조원을 투입해 중국의 추격과 선도국의 견제에 낀 '넛크래커' 위기를 돌파하고 누구도 대체할 수 없는 원천기술을 확보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일 이 같은 내용의 '제2차 국가연구개발 중장기 투자전략'을 확정했다.

과학기술기본법에 근거해 5년마다 수립하는 중장기 투자전략은 국가 차원의 R&D 성과 목표와 투자 포트폴리오 수립, 매년 R&D 예산 배분·조정 등의 근거가 된다. 이번에 확정한 2차 투자전략은 올해부터 2030년까지 시행한다.

정부는 이번 투자전략 비전으로 '과학기술 N·E·X·T 투자로 대체불가 대한민국 실현'을 내세웠다. 구체 전략으로는 △5년간 정부 R&D 200조원 이상 투자 △세계 최상위급 AI 모델 개발 △세계 최고 피지컬 AI 역량 확보 △반도체 제조 세계 1위 사수 △첫 상용 소형모듈원자로(SMR) 건설 등을 제시했다. 이재명 정부 국정과제인 AI 3대 강국 도약과 과학기술 5대 강국 실현에 다가선다.

정부는 한국의 현재 산업 상황을 호두가 기계에 끼여 이도 저도 못하는 '넛크래커'로 진단했다. 주력산업은 중국에 기술 수준을 역전당했고, 미래 기술은 선도국과 격차가 벌어졌기 때문이다. 선진국의 기술을 빠르게 따라잡는 '패스트 팔로워' 모델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정부는 남은 4년을 미래 첨단산업을 선도할 '골든타임'으로 삼고 대대적인 투자를 단행한다. 이를 위해 2023년 1차 전략 당시 12대 전략기술을 중심으로 수립한 23대 과제를 'N·E·X·T'로 통칭되는 4대 전략 8대 과제로 재편했다. N·E·X·T는 3대 메가 프로젝트 역량 결집, 7대 SEED 역량 확대, 생태계 강화, 신뢰 기반 효율화 등의 머리글자를 땄다.

정부는 세계 5위권인 AI 경쟁력 향상을 위해 AI 모델과 반도체, 데이터 인프라, 서비스를 잇는 핵심 기술과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술을 개발하기로 했다. 세계 1위를 기록 중인 반도체 제조 분야는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뉴로모픽·화합물 반도체 등 후속 기술을 선점한다. 로봇과 이차전지의 주요 기술 국산화도 이번 전략에 담았다.

첨단바이오·양자·우주항공 등 이재명 대통령이 '차세대 성장엔진'으로 지목한 7대 SEED 기술에도 적극 투자한다. 바이오 분야는 2029년 국가 바이오파운드리 구축으로 매출 1조원 이상 블록버스터 신약 3개를 배출하고, 국산 양자컴퓨터 완제품 2종과 100㎞급 양자네트워크는 실환경 검증에 돌입한다. 2030년에는 국내 최초 민간 주도 달착륙에 도전한다.

에너지 분야에서는 AI 활용 에너지관리시스템, 고효율 에너지저장장치 고도화와 차세대 SMR, 핵융합 실증로 개발, 탠덤 태양광 상용화 등으로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40% 실현을 뒷받침한다.

정부는 투자전략이 반영된 내년도 R&D 예산으로 39조5000억원을 편성했다. 2030년까지 총 200조원이라는 대규모 예산이 투입되는 만큼 투자형 R&D와 블록펀딩(예산 총액과 방향만 결정하고 구체적인 내용은 기관장이 결정하는 방식) 등 지원 유형을 다양화해 성과 중심의 체계를 갖춘다.

정부는 투자전략을 시행하면 한국의 글로벌 AI 경쟁력은 5위에서 3위로, 반도체 소부장 자립화율은 30%에서 50%로, 로봇 핵심부품 국산화율은 41%에서 80%로 높아질 것으로 기대했다. 5년 후 세계 100대 연구기관 5개, 세계 인재 종합 순위 20위, 지역 과학기술 혁신역량 70%, K유니콘 50개 배출 등에도 도전한다. 국민 누구나 목표를 검증하도록 정부는 분야별 성과지표와 출처를 공개한다.

박인규 과기정통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은 “지난 1년이 흔들렸던 연구 생태계를 복원하는 시간이었다면, 앞으로 4년은 그 위에서 '진짜 성장'의 결과를 만들어야 하는 시간”이라면서 “메가 프로젝트와 7대 SEED에 투자를 집중하면서도 기초연구와 젊은 연구자, 지역에 대한 안정적 투자를 함께 담은 만큼, 4년 뒤 달라진 대한민국을 숫자가 아니라 연구 현장과 국민 일상에서 확인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송윤섭 기자 sys@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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