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권(부산·울산·경남)의 조선기자재 역량이 집결된 인공지능(AI) 및 증강현실(AR) 기반 지능형 항해지원 플랫폼이 글로벌 선사가 총출동하는 해외 전시회에서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지역 혁신기관 공공 인프라를 활용해 해양 AI 기술을 고도화하고 각 지자체 간 초광역 협력을 바탕으로 이룬 연구개발(R&D) 성과를 세계 시장에 당당히 내놨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2026년 메가시티협력 첨단산업육성지원(R&D) 사업' 경남지역 세부연구개발과제 참여 기업 아르게스마린은 9월 1일 독일 함부르크에서 개막한 세계 최대 조선해양 전시회 'SMM(Shipbuilding, Machinery and Marine Technology trade fair) 2026'에 참가해 중소형 선박의 디지털 전환을 이끌 영상 통합 항해지원 플랫폼 'MEB(Marine Eye Bridge)' 시스템을 전시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이 지원하는 메가시티협력 첨단산업육성지원사업은 정부의 '초광역권 발전계획'을 기반으로 5극3특 초광역권 혁신자원을 활용한 첨단산업 밸류체인 단위 기술 개발을 목표로 추진 중이다.
조선해양 분야 미래모빌리티 부품을 혁신자원으로 하는 동남권에서는 한국조선해양기자재연구원(KOMERI)을 주관기관으로 부산시, 울산시, 경남도와 동남권 3개 지역산업진흥원이 협력해 '중소형 선박 AX(AI·AR) 영상 기반 디지털 브릿지 항해지원 플랫폼'을 개발하고 향후 수요 연계형 실증에 착수한다.
최근 자율운항을 비롯해 선박의 디지털 전환을 위한 다양한 기술이 개발되고 있지만 대부분 대기업 조선사 중심의 대형 상선에 적용되는 통합 브릿지 시스템(IBS)에 국한돼 있어 중소형 선박이나 조선사 입장에서는 도입 장벽이 높다.
대다수 중소형 선박은 단일 기능의 이기종 장비를 탑재해 선원이 개별 장비를 일일이 모니터링하고 대응해야 하는 관계로 위험상황 인지 지연과 조타 판단 오류가 빈번한 현실이다.
아르게스마린이 참여 기업 대표로 출품한 MEB 시스템은 선박에 이미 설치된 영상 장치를 활용해 기존 항통장비 영상들을 통합 처리하는 방식으로 구축 비용이 IBS 대비 10분의 1 수준으로 경제적이다. 시스템은 AI 객체인식 및 추적 기술로 위험 요소를 자동 탐지하고 AR 기술로 실시간 시각화해 누구나 위험 상황을 직관적으로 인지할 수 있도록 해줘 전문 인력의 즉각 대응을 돕는다.

세부과제 기획에서 개발, 최종 시스템 통합에 이르기까지 부산·울산·경남의 초광역 협력이 빛을 발했다.
MEB의 눈 역할을 하는 선박용 고화각 카메라와 해양 객체인식 기반 지능형 항해 인지 엔진 개발은 아르게스마린, K조선, 포스텍이 참여한 경남 컨소시엄이 맡았다. 선박, 부표, 장애물 등 해상 객체 학습 데이터셋을 구축하고 YOLO 기반 객체 인식 알고리즘을 개발해 95% 이상 선박 인식 정확도를 확보했다. 150㎳ 이하 초저지연 AR 시각화와 스타링크 기반 통신 연계도 구현했다.
울산시는 참여 기업 매크론과 함께 디지털 브릿지 통합 운용 콘솔과 이기종 센서 인터페이스를 개발했다. 다양한 이기종 항해 장비에서 생성되는 IEC-61162 기반 데이터를 통합 처리하고 HMI 및 DVI 영상 신호도 연계했다. 수집한 데이터는 MQTT 기반 통신 구조로 관리하며 콘솔과 함께 모바일 앱과 연동해 운항 모니터링 기능을 제공한다.
부산시와 썬컴 컨소시엄은 경남과 울산 세부과제와 연계한 항해정보 연계 및 통합 수집 미들웨어와 항해안전 지원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이를 통합해 항해정보를 한 화면에서 보여주는 통합 디스플레이 플랫폼(OVP)을 완성했다. 협소한 조타실 환경에 적합한 경량·저전력·일체형 장비 설계는 물론 현장 설치성과 유지보수성을 고려한 구조 설계가 특징이다.
개발 기술 확산 시 숙련 선원 감소와 외국인 선원 의존도 증가가 빠르게 진행 중인 선박 운항 현장의 사고 위험을 크게 낮출 뿐 아니라 대기업과 중소 조선사 간 디지털 기술 격차 해소에 이바지할 전망이다.
동남권 지역산업진흥원은 전시 기간 중 유럽 해운사·선사·조선소 관계자 미팅에 이어 KOTRA 프랑크푸르트 무역관, 독일 조선기자재 공급망 협회, 조선해양기술 연구개발 지원기관, 독일 기계설비공업협회 조선기자재 분과, 현지 선박장비 기업 등을 잇달아 방문해 기술·정보 교류와 공급망 연계 협력을 협의하고 후속 지원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이로써 앞서 수요처 협의 과정에서 MEB 시스템 도입 의지를 드러낸 국내는 물론 유럽, 동남아 등 해외 판로 개척이 기대된다. 국내 운항 중인 선박의 디지털 브릿지 레트로핏 시장 규모는 7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네시아, 베트남, 필리핀, 말레이시아, 태국 등 동남아 주요국에서는 매년 약 1500척의 중소형 선박이 신조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사업 주관기관인 KOMERI는 향후 연구용 선박과 부산항 데이터 확보 테스트베드 등 공공 인프라를 활용해 해양 AI 고도화를 위한 선박 탑재 실증을 추진할 계획이다. 또 국제규격 기반 시험평가 및 선급인증 취득, 수요처 평가 연계를 통해 신뢰성을 검증받아 국내외 시장 확산과 상용화 기반을 강화할 방침이다.
경남지역산업진흥원 관계자는 “이번 SMM 2026 참가는 동남권 해양 ICT 기업이 개발한 기술을 세계 최대 조선해양 무대에서 검증받고 유럽 해운사와 직접 만나는 소중한 기회”라며 “전시와 상담에서 확보한 바이어 리드를 후속 지원과 긴밀히 연계해 실질적인 수출 성약과 글로벌 공급망 편입 성과로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노동균 기자 defros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