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전자가 복수의 글로벌 빅테크와 로봇용 액추에이터를 공급하기 위한 수주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다음 달에는 특정 빅테크와 생산 준비 상황을 파악하기 위한 기술 협의도 진행한다.
백승태 LG전자 HS사업본부장은 5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IFA 2026 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휴머노이드 로봇의 핵심 부품인 액추에이터는 모터, 감속기, 구동보드(드라이브 PCB)로 구성되며 로봇 한 대 재료비 60%를 차지하는 핵심 부품이다.
백 본부장은 “10만RPM 이상 초고속 모터 기술력을 바탕으로 경쟁사 대비 모터 크기를 30% 이상으로 줄일 수 있다”고 소개했다. 다만, 감속기 기술은 아직 확보하지 못해 자체 개발과 외부 조달을 병행한다는 계획이다. 백 본부장은 액추에이터 경쟁력을 고효율·원가·공간 절감 3가지로 요약했다.
현재 액추에이터 시장은 별도 표준 규격 없이 업체별 맞춤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테슬라는 옵티머스에 자체 서플라이체인을 구축했고, 보스턴다이내믹스 출신 인력들이 다수 스타트업으로 이동하며 각자 플랫폼을 만드는 구조다. 이런 파편화된 시장 특성이 오히려 부품 경쟁력을 갖춘 후발주자에게 진입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특히 백 본부장은 “여러 빅테크와 협업을 진행 중이며 10월 생산 준비 상황을 포함한 구체적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특정 기업과의 수주 확정 여부는 밝히지 않았지만 연내 가시적 성과를 예고한 셈이다. 백 본부장은 액추에이터 시장이 산업 현장을 넘어 가정용 수요까지 맞물리며 향후 30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제로 레이버 홈, 로봇이 정점”
로봇 사업 확장은 LG전자가 지향하는 'AI홈'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백 본부장은 “개별 가전에 AI를 넣는 차원을 넘어 각 제품이 고객의 공간과 상황을 스스로 인지해 실행하는 것이 목표”라며 이를 '제로 레이버 홈'으로 정의했다.
백 본부장은 로봇을 AI 생태계 “마지막 정점”으로 정의했다. IFA2026에서 선보인 오케스트라 지휘 로봇 '클로이드'가 상징적 사례라는 것이다. 세탁물을 꺼내고 개는 것처럼 개별 가전만으로는 구현할 수 없는 작업을 로봇이 연결하는 것이 제로 레이버 홈 완성 핵심이라는 설명이다.
가정용 로봇 상용화 시점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백 본부장은 안전성 검증 등 이유로 산업 현장 적용이 먼저 이뤄진 뒤 가정으로 확산될 것이라며, 창원 사업장 등 생산라인에도 순차 적용 중이라고 밝혔다.
◇유럽 빌트인, “제품은 준비...인프라 투자 지속”
지난해 5년 내 유럽 매출 2배 확대와 2030년 빌트인 매출 톱5 진입을 선언한 것과 관련해 백 본부장은 1년간 성과를 공개했다. 백 본부장은 “올 연말이면 최소한 공식적 수준의 제품 포트폴리오는 갖춰질 것”이라며, 이탈리아 키친 채널 진입 등 영업·설치 인프라 투자를 지속 확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럽 빌트인 시장은 전체 글로벌 시장 약 40%를 차지하는 핵심 격전지다. 다만 수백년 전통 현지 브랜드가 강고한 시장 지위를 유지하고 있어 진입이 쉽지 않다는 게 백 본부장의 진단이다. 백 본부장은 이에 맞서 에너지 효율 중심 제품과 AI 기반 에너지관리 솔루션을 차별화 전략으로 제시했다. 냉장고·세탁기 등 주력 제품의 유럽 매출은 전년 대비 두 자릿수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 업체 저가 공세에 대해서는 “핵심 부품 자체 생산과 밸류체인 재편으로 체력이 강해졌다”고 진단했다. 백 본부장은 “가격을 무리하게 낮추지 않아도 대응 가능한 수준”이라며 저가 경쟁의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백 본부장은 12개 글로벌 생산거점 유연한 운영과 원자재 조달 다변화도 원가 경쟁력의 배경으로 꼽았다. 원가 절감 압박이 매년 3%에서 최근 5% 수준으로 커졌지만, 밸류체인 재편으로 충분히 흡수 가능한 범위라는 설명이다.

김시소 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