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S'라고 쓰고 한국방송공사를 떠올렸다면 이번에는 틀렸다.
방송인 조나단이 만든 'KBS'는 'Korean Black Association', 한국어로는 '대한흑인협회'다. 콩고민주공화국 출신 방송인 조나단이 외국인 친구들과 만든 가상의 협회 이름이다.
조나단은 지난달 18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조나단을 놀릴 수 있는 유일한 협회 제1회 대한흑인협회'라는 제목의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에는 조나단의 동생 파트리샤를 비롯해 기니, 나이지리아, 미국, 프랑스, 세네갈 등에서 온 외국인 11명이 등장한다.
영상은 실제 협회 창립총회를 연 것처럼 진행된다. 하지만 진지함보다는 조나단 특유의 말장난과 출연자들의 즉흥적인 반응이 이어지면서 하나의 예능 프로그램처럼 흘러간다.
조나단은 협회를 만든 이유에 대해 “중요한 나라에 왔다”며 “K팝 덕분에 외국인들이 많이 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서로의 재능을 주고받으며 함께 성장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출연자들의 국적과 배경도 다양하다. 기니 출신 온유, 나이지리아 출신 모델 제리와 파워즈, 미국 출신 제임스와 제이·가수 그렉, 프랑스인 국악인 마포 로르, 세네갈 출신 유튜버 겸 모델 비비 등이 참여했다. 콩고민주공화국 출신 태권도 전공 대학생 브라이언도 함께했다.
영상의 웃음 포인트는 거창한 협회 이름과 달리 지극히 한국적인 운영 방식이다.
조나단은 참석자들을 대상으로 회의를 진행하고, 음료로 국내산 검정보리로 만든 '블랙보리'를 준비했다. 출연자가 음료 선택에 의문을 제기하자 조나단은 “보리 중엔 제일 비싸기 때문에, 우리가 가장 귀하기 때문에 연결했다”는 식으로 받아쳤다.
'대한흑인협회'라는 이름도 조나단에게는 처음 나온 아이디어가 아니다.
그는 과거 제이슨, 브라이언, 온유와 함께 4인조 그룹 'Korean Black Soul'을 결성해 KBS의 '전국노래자랑'에 출연한 적이 있다. 당시에도 약칭은 'KBS'였다.
이번 영상이 공개된 뒤 반응은 빠르게 확산됐다. 5일 기준 조회 수는 300만회를 넘어섰고 '좋아요'도 6만개 이상을 기록했다.
댓글에는 “인종차별 개선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 “아프리카 출신들이 모인 대한흑인협회인데 이상할 정도로 한국적인 운영 방식이 재미있다”, “올해 본 유튜브 중 가장 신선하다”는 등의 반응이 이어졌다.
영상이 관심을 끈 이유는 무거운 주제를 정색하지 않고 예능의 언어로 풀어냈다는 데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외국인 출연자들이 한국에서 살아가며 겪는 경험을 소재로 삼으면서도 조나단은 이를 특정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강연보다 웃음과 놀이의 방식으로 풀어냈다.
조나단의 한국 생활도 상당히 길다.
본명은 조나탕 토나 욤비로, 콩고민주공화국에서 태어나 8살 때 난민 자격으로 한국에 왔다. 이후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이름을 알렸고 '나 혼자 산다', '아는 형님' 등 여러 예능 프로그램에서 활약했다.
한국 생활이 길어지면서 조나단은 외국인 방송인이라는 정체성보다 한국 사회와 대중문화에 익숙한 방송인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했다.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소재로 한 그의 농담 역시 이런 배경에서 나온다.
조나단은 오는 6일 방송되는 JTBC '냉장고를 부탁해'에도 동생 파트리샤와 함께 출연할 예정이다.
'대한흑인협회'라는 이름으로 시작한 짧은 유튜브 영상은 거창한 선언 대신 웃음을 앞세웠다. 그리고 그 단순한 방식이 공개 약 2주 만에 300만명이 넘는 시청자를 끌어모았다.
이상목 기자 mrls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