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튼을 누르시겠습니까?”…첨단 기술 속에서 '인간'을 묻다, 국립대구과학관 AI산업기술관 개관

국립대구과학관 AI산업기술관 내부 모습
국립대구과학관 AI산업기술관 내부 모습

지난 1일, 국립대구과학관에 새롭게 문을 연 'AI산업기술관(AI Future Wave Hall)'.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으레 과학관에서 기대했던 번쩍이는 최첨단 로봇의 향연 대신, 묵직한 화두 하나가 관람객의 발걸음을 멈춰 세운다. 바로 전시의 출발점인 '질문하는 인간'이다.

이곳은 단순히 인공지능(AI)이 얼마나 똑똑하고 대단하게 발전했는지 자랑하는 흔한 쇼윈도가 아니다. 인간의 끝없는 호기심이 어떻게 오늘의 AI를 탄생시켰는지, 그리고 우리는 이 거대한 기술과 어떻게 공존할 것인지를 탐구하는 거대한 '철학적 실험실'에 가깝다. 이것이 바로 일반적인 IT 전시관과 AI산업기술관을 가르는 가장 큰 차별점이자, 관람객들에게 특별한 의미로 다가오는 이유다.

국립대구과학관 AI산업기술관 내부 모습
국립대구과학관 AI산업기술관 내부 모습

▲과거의 물시계에서 미래의 데이터로... 질문이 만든 기술

어두운 인트로 통로를 지나면 뜻밖에도 조선시대의 자동 물시계 '자격루'가 눈앞에 등장한다. '최첨단 AI 전시관에 웬 옛날 유물?'이라는 의문도 잠시, 자격루를 타고 흐르는 물줄기는 이내 빛나는 데이터의 흐름으로 변모하며 화려한 미디어아트로 방을 가득 채운다. 사람이 하던 일을 기계가 대신하게 만들고자 했던 고대의 '자동화'에 대한 열망이 곧 현재 AI 기술의 든든한 뿌리임을 직관적이고 아름답게 보여준다.

벽면을 채운 AI의 역사 역시 지루한 연도표 나열을 과감히 버렸다. “기계가 계산할 수 있을까?”, “기계가 생각할 수 있을까?”, “기계가 창조할 수 있을까?” 등 꼬리를 무는 다섯가지 질문을 따라 걷다 보면, 관람객은 어느새 AI가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마법이 아니라 인류가 오랜 시간 켜켜이 쌓아 올린 질문과 연구의 결정체임을 깨닫게 된다.

국립대구과학관 AI산업기술관 내부 모습
국립대구과학관 AI산업기술관 내부 모습

▲만지고, 느끼고, 고민하다… AI와 교감하는 생생한 현장

발걸음을 옮기면 비로소 국내 굴지의 연구기관과 기업들이 벼려낸 AI 기술의 '현재'가 펼쳐진다. 자율주행 모빌리티, 전기차 배터리 이상 진단, 로봇 작업 안전 제어 등 실제 산업 현장의 숨 가쁜 혁신들이 자리하고 있다.

하지만 전시관 내에서 관람객들의 탄성과 웃음이 가장 많이 터져 나오는 곳은 역시 직접 상호작용하는 '체험 공간'이다. 키오스크 앞에서 내가 엉성하게 그린 그림을 AI가 척척 맞히는가 하면, AI 바둑 로봇과 치열한 수싸움을 벌이기도 한다. 특히 인상 깊은 것은 '감정 로봇' 앞이다. 감정이 없는 기계의 행동을 가만히 들여다보며 묘한 연민이나 교감을 느끼는 자신을 발견할 때, 관람객들은 기술을 넘어선 묘한 감정적 여운을 느낀다.

국립대구과학관 AI산업기술관 내부 모습
국립대구과학관 AI산업기술관 내부 모습

▲“절대 누르지 마시오”… 당신의 '인간다움'을 시험하다

전시의 백미이자, 이 공간의 정체성을 완벽하게 보여주는 곳은 마지막 코스인 '질문존'이다. “이제, 당신에게 묻습니다”라는 문구 아래, 관람객 앞에는 '절대 누르지 마시오'라고 적힌 버튼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 있다.

“누를 것인가, 말 것인가?” 입력된 규칙을 맹목적으로 따르는 기계와 달리, 스스로 의심하고 호기심을 참지 못해 금기를 깨버리기도 하는 '인간다움'의 본질을 찌르는 짓궂고도 도발적인 장치다. 체험을 넘어 관람객 자신의 선택을 통해 인간과 AI의 관계를 스스로 돌아보게 만드는 기획력이 돋보인다.

그 안쪽 공간에서는 AI의 본질과 권리, 인간 신체의 기계화, 유전자 편집 등 다가올 미래 사회의 뜨거운 쟁점들에 대해 관람객이 직접 자신의 생각을 투표할 수 있다. 스크린에 실시간으로 축적되는 통계 결과는 우리 사회가 AI 시대를 맞이하며 어디에 기대를 걸고 어디에서 불안을 느끼는지를 고스란히 비춰주는 훌륭한 거울이 된다.

국립대구과학관 AI산업기술관 내부 모습
국립대구과학관 AI산업기술관 내부 모습

이난희 국립대구과학관장은 “AI산업기술관은 AI를 설명하는 전시를 넘어, 관람객이 AI와 함께 살아갈 미래를 직접 질문하고 선택해 보는 공간”이라며, “관람객들이 인간과 AI의 공존에 대해 스스로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전시관 문을 나서며 다시 한번 뒤를 돌아보게 된다. 국립대구과학관 AI산업기술관은 우리에게 뻔한 정답을 쥐여주지 않는다. 대신, 다가올 거대한 물결 앞에서 우리 스스로 던져야 할 '질문'을 쥐여준다. 기계가 갈수록 똑똑해지는 시대, 역설적으로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깊게 묻고 답해볼 수 있는 이 특별한 공간으로 이번 주말 나들이를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대구=정재훈 기자 jho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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