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명대학교의 필모그래피는 웬만한 중견 배우 못지않다. 1992년 MBC 드라마 '억새바람'으로 데뷔(?)해 전설의 '모래시계'를 거쳐, '동감', '꽃보다 남자', '박쥐', '검은 사제들', '덕혜옹주', '미스터 션샤인'까지! 이름만 들어도 장면이 스쳐 지나가는 시대의 명작들이 바로 이곳을 무대로 탄생했다.

계명대학교가 국내 영화와 드라마 제작 현장에서 꾸준히 선택받으며 대표적인 '시네마 캠퍼스'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억새바람'을 시작으로, '모래시계', '미스터 션샤인' 등 시대를 대표하는 작품들이 계명대 캠퍼스를 배경으로 촬영됐다.
놀라운건 이같은 화려한 캐스팅 보드가 현재 진행형이라는 점이다. 최근에는 드라마 '참교육', '맨 끝줄 소년'과 현재 방영 중인 '포핸즈' 촬영에 이어 아이돌 뮤직비디오까지 제작되며 콘텐츠 활용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현재까지 계명대 캠퍼스에서 촬영된 작품만 120여 편이 넘는다.
특히 걸그룹 리센느(RESCENE)는 2025년 미니 2집 'Glow Up'을 준비하며 계명대를 뮤직비디오 주요 촬영지로 택했다. 또 2024년에는 SM엔터테인먼트 소속 그룹 RIIZE(라이즈)가 대명캠퍼스에서 뮤직비디오와 자켓 촬영을 진행했다. 계명대는 이처럼 K-팝 아티스트 촬영이 이어지며 콘텐츠 제작 공간으로서 활용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계명대가 이처럼 꾸준히 촬영지로 선택되는 이유는 캠퍼스가 가진 독특한 공간적 정체성에서 찾을 수 있다. 특히 대명캠퍼스는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을 연상시키는 고전적 건축 양식과 유럽풍 분위기를 갖추고 있으며, 붉은 벽돌 건물과 담쟁이덩굴이 어우러진 풍경이 영화적 장면을 자연스럽게 연출한다.
또 성서캠퍼스는 통일감 있는 붉은 벽돌 건축과 현대적 구조가 조화를 이루는 공간으로, 다양한 장르의 드라마와 영화 촬영에 활용되고 있다. 여기에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계명한학촌까지 더해져 시대적 배경이 요구되는 작품 제작에도 최적의 조건을 제공한다.
이제 계명대의 매력은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넘어 글로벌 K-팝 팬들의 안방까지 닿고 있다. 실제 다수의 작품에서 계명대 캠퍼스는 국내를 넘어 해외 도시로도 등장했다. 일부 장면에서는 미국 대학가나 유럽 도시를 연상시키는 배경으로 활용되며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는 역할을 했다.
백순현 계명대 대외협력처장은 “캠퍼스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세트장처럼 활용될 수 있는 구조와 미적 요소를 갖추고 있어 다양한 제작사들의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며 “교육 공간을 넘어 문화 콘텐츠 생산의 장으로서 역할도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촬영 현장에서 캠퍼스는 작품의 배경이 되지만, 대학에서는 학생들이 배우고 생활하며 미래를 준비하는 교육의 현장이다. 120여 편에 이르는 촬영 이력은 공간적 가치를 입증하는 동시에, 계명대가 지역 문화·콘텐츠 산업과 연계되는 거점으로 거듭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대구=정재훈 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