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강대학교 화학과 옥강민 교수 연구팀이 무기 골격의 차원성(dimensionality)을 조절해 유기 광학 활성 단위의 배열을 정밀하게 제어하는 새로운 유·무기 하이브리드 광학 결정 설계 전략을 개발했다.
연구의 핵심은 단순히 새로운 고성능 광학 물질을 합성한 데 그치지 않는다. 연구팀은 동일한 나이오븀 옥시플루오라이드-페난트롤린 계열에서 합성 조건을 조절함으로써 결정 대칭성, 무기 골격의 차원성, 유기 분자의 배열을 단계적으로 변화시키고, 이러한 구조 변화가 복굴절(birefringence)과 이차고조파 발생(second-harmonic generation, SHG) 등 광학 특성을 어떻게 결정하는지를 체계적으로 규명했다.
연구 결과는 옥강민 교수가 교신저자, 이수연 석사과정생이 제1저자로 참여했으며, 서강대 비중심대칭 재료 물질 연구단(Center for Noncentrosymmetric Materials, CNCSM) 주도로 수행됐다. 연구는 화학 분야의 세계적 권위 학술지인 Angewandte Chemie International Edition에 게재됐다.
복굴절은 빛이 결정 내부를 통과할 때 편광 방향에 따라 서로 다른 굴절률을 나타내는 현상으로, 편광소자, 레이저, 광통신, 정밀 이미징 및 비선형 광학 시스템 등에 활용되는 핵심 광학 특성이다. 높은 성능의 광학 결정을 구현하기 위해 큰 복굴절과 함께 넓은 밴드갭, 즉 자외선 영역까지 빛을 투과할 수 있는 특성이 요구된다.
하지만 두 특성을 동시에 높이는 것은 쉽지 않다. 일반적으로 큰 복굴절을 유도하는 강한 전자 분극성과 π-공액 구조는 밴드갭을 좁히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큰 복굴절'과 '넓은 밴드갭'을 동시에 구현하는 것은 고성능 광학 결정 개발에서 오랫동안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었다.
연구팀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d0 전자배치를 갖는 Nb5+ 기반 옥시플루오라이드 무기 골격과 평면형 π-공액 페난트롤린(phenanthroline) 분자를 결합했다. Nb5+ 옥시플루오라이드는 넓은 밴드갭을 유지하는 데 유리하고, 페난트롤린은 강한 방향성의 전자 분극을 제공할 수 있다.
연구팀은 특히 페난트롤린 자체의 성질뿐 아니라 이 분자들이 결정 내부에서 얼마나 효과적으로 같은 방향으로 배열되는가가 거시적인 복굴절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라고 판단했다.
이를 바탕으로 합성 조건을 체계적으로 변화시켜 [Hphen]NbOF4·H2O (NP1), α-[Hphen]NbOF4 (NP2), β-[Hphen]NbOF4 (NP3), [Hphen]2NbOF5 (NP4)의 네 가지 새로운 하이브리드 결정을 합성했다.
흥미롭게도 NP1을 가열해 결정수만 제거하면 결정성을 유지한 채 NP2로 변환됐다. 이 과정에서 결정 구조는 중심대칭(centrosymmetric, CS)에서 비중심대칭(noncentrosymmetric, NCS)으로 전환됐으며, 물에 다시 노출하면 원래의 NP1 구조로 돌아왔다. 즉, 단순한 탈수-재수화 과정만으로 결정 대칭성을 가역적으로 전환하는 crystal-to-crystal symmetry switching을 구현한 것이다.
이러한 대칭성 변화는 비선형 광학 특성과 직접 연결된다. 비중심대칭 구조를 갖는 NP2와 NP3는 모두 이차조화파 발생(SHG)을 나타냈으며, 특히 합성 조건을 정밀하게 조절하여 얻은 NP3는 KDP의 약 1.2배에 해당하는 SHG 세기를 나타냈다.
옥강민 교수는 “이번 연구의 중요한 점은 단순히 복굴절이 큰 새로운 결정을 발견한 것이 아니라, 합성 조건을 변화시켜 무기 골격의 차원성을 조절하고, 이를 통해 광학 활성 분자의 배열과 결정 대칭성, 궁극적으로 광학 기능까지 제어할 수 있다는 구조 설계 원리를 제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호현 기자 hoh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