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속도조절론에 트럼프 “유지”·오바마 “통제”...핵심 선거 의제 부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하워드 루트닉 상무장관, D. 존 사우어 법무차관과 함께 대법원의 관세 부과 권한 남용 판결 이후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하워드 루트닉 상무장관, D. 존 사우어 법무차관과 함께 대법원의 관세 부과 권한 남용 판결 이후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인공지능(AI) 기술 격랑 속에서 미국의 정계가 '개발 가속'과 '속도 조절'이라는 이념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의 패권 경쟁을 명목으로 전면적인 개발 가속 기조를 고수해야 한다고 강조한 반면,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야권인 민주당이 철저한 관리와 규제 장치 마련을 촉구하며 다가오는 선거판의 핵심 쟁점으로 부각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인공지능(AI) '속도조절론'과 관련, “AI(경쟁)에서 이기는 쪽이 승리하기 때문에 나는 이 방식을 유지하고 싶다”고 밝혔다. 최근 글로벌 AI 기업 수장들까지 나서 기술, 보완 기술의 보조를 맞춰야 한다고 지적하는 상황 속에서도, 미국의 현 AI 개발 가속화 기조를 고수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이다.

이날 아일랜드 내 소유 골프장에서 취재진과 만난 트럼프 대통령은 업계의 규제 및 속도 조절 요구에 대해 “우리는 중국을 앞서고 있으며, 세계에서 가장 기술적으로 발전한 나라”라고 일축했다.

그는 또 “우리는 안전장치를 둘 수 있다. 우리는 이것저것 할 수 있다”면서도 “내 생각에 부각하지 말아야 할 일을 부각하는 부정적 세력이 너무 많다. 그들은 일어나지 않을 일을 부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앤트로픽 등 일부 연구원의 종말 경고와 다리오 아모데이 CEO 등의 속도조절론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백악관 참모진도 대통령의 발언에 힘을 실었다.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은 AI 수장들의 경고가 시장에 큰 혼란을 주지 않을 것으로 보며, 사이버국장 등의 지도 아래 안전성을 담보해 온 현 방식을 지켜야 한다고 옹호했다.

다만 악의적 행위자가 더 뛰어난 AI로 생물학 무기 등을 만드는 위험을 막는 동시에 안전을 지켜야 한다며, 관련 보안 리더들과 회의를 갖고 다음 단계를 고심할 것이라고 전했다. 행정부 내 'AI 차르'인 데이비드 삭스 과학기술자문위원장은 전날 엑스(X)를 통해 AI 수장들의 속도조절론에 대해 “계속하라”며 비꼬았다.

그는 최첨단 속도 조절 주체의 중심에 개발사들이 직접 있음을 지적하며, 중국이 글로벌 합의에 동참할 가능성이 낮은 상황에서 이를 요구하는 것은 대중과 정치 시스템에 대한 협박이자 '규제 포획' 시도로 비칠 수 있다고 날을 세웠다.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 역시 CNN에 출연해 개발사들이 안전을 보장할 책임이 있다고 전제하면서도, 의회가 긴급 모라토리엄을 강요해 AI 규제에 직접 개입하는 것은 해결책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서둘러 규제에 나설 경우 중국과의 경쟁에서 패배해 모든 미국인에게 위협이 될 것이라며, 과도한 공황에 빠지기보다 미국의 혁신을 억누르지 않는 선에서 책임 있는 접근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오바마 전 대통령은 최근 “AI를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면 위험에 빠질 수 있다”며 공동의 대응 필요성을 강조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오바마 전 대통령은 지난 10일 맨해튼에서 열린 비공개 민주당 모금 행사에서 이같이 말하며 민주당에 AI 대응을 주요 정치 의제로 삼을 것을 촉구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 측이 제공한 발언록 일부에 따르면 그는 하킴 제프리스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에게 “하원의장이 될 경우 민주당이 공개적인 논의를 위한 틀을 마련할 것을 강력히 권한다”고 말했다.

다만 오바마 전 대통령은 자신의 입장을 AI 개발을 최대한 빠르게 추진해야 한다는 '가속주의자'도, AI 파국을 초래할 것으로 보는 '비관론자'도 아니라고 밝히며 “우리가 제대로 관리한다면 분명 이로운 기술일 것”이라고 말했다.

NYT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AI 위험에 대한 우려를 낮춰 말하는 상황에서 일부 민주당 인사들이 AI를 이번 중간선거에서 공화당과 차별화할 수 있는 의제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AI를 둘러싼 정치권의 입장차가 드러나는 가운데 AI 기술에 대한 유권자들의 불안도 커지면서 AI가 주요 선거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민주당 내 차기 대선 주자로 거론되는 인사들도 연이어 AI 규제 필요성을 촉구하고 나섰다.

피트 부티지지 전 교통부 장관은 NBC방송 '밋 더 프레스'에서 민주당이 AI 문제를 “정면으로 다뤄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잠재적 대권주자인 조시 샤피로 펜실베이니아 주지사는 엑스(X·옛 트위터)에 “연방정부가 나서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국내외에서 가드레일을 마련했어야 할 때가 한참 지났다”고 밝혔다.

민주당 지도부도 AI 대응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제프리스 하원 원내대표는 이날 ABC방송 '디스 위크'에서 “AI가 제기하는 문제들에 대응하기 위해 긴급히 행동에 나설 필요가 있다”며 “미국 국민을 보호하고 AI가 안전하게 발전하도록 개발 속도를 늦춰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하원의원들은 오는 15일 오전 의원총회를 열고 AI 대응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제프리스 원내대표는 AI 대응이 이날 회의의 “최우선 과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최호 기자 snoop@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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