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년간 국내 기업 62만 4천 곳이 새롭게 인공지능(AI)을 도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분당 1곳 이상의 기업이 AI를 도입한 셈이다. AI를 도입한 기업은 주당 14시간의 업무시간을 절감했다.
14일 AWS코리아는 이같은 내용을 담은 '한국의 AI 잠재력 실현 2026'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에 따르면 국내 기업의 AI 도입률은 58%로, 1년 전(48%)보다 10%포인트 상승했다. AI를 도입한 기업의 81%는 생산성이 향상됐다고 답했으며, 주당 평균 14시간을 절감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매출 증가를 체감한 기업도 10곳 중 6곳에 달했다. 향후 12개월 내 AI 사용을 확대하겠다고 밝힌 기업도 84%에 이르렀다.
함기호 AWS코리아 대표는 “한국 기업은 AI에서 상당한 모멘텀을 구축했으며, 이미 많은 기업이 생산성과 성장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며 “이제 관건은 AI를 도입할지가 아니라 이를 비즈니스 전반으로 어떻게 확장할 것인가다. AI 기술이 점점 더 고도화되는 만큼, 데이터·역량·거버넌스·기술 전반에 걸쳐 탄탄한 기반을 갖춘 조직이 성공적인 AI 활용 사례를 지속적인 비즈니스 가치로 전환하는 데 가장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기업의 관심은 한층 고도화된 방식으로 AI를 활용하는 쪽으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었다. 기초 단계에 머물러 있는 기업 비율은 70%에서 54%로 줄어든 반면, 가장 고도화된 단계에 도달한 기업은 11%에서 26%로 두 배 이상 늘었다. ICT(41%)와 제조업(35%)이 고도화 도입을 선도했으며, 기업 규모별로는 스타트업(35%), 중소기업(25%), 대기업(9%) 순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러한 흐름이 체계적인 전략으로 뒷받침되지는 못하고 있다. 조사 대상 기업의 67%가 AI 도입을 최상위 또는 중요 전략적 우선순위로 꼽았지만, 공식적이고 포괄적인 AI 전략을 갖춘 기업은 27%에 그쳤다. 47%는 AI 투자수익률(ROI)을 측정할 신뢰할 만한 방법이 없다고 답했고, 성공적인 AI 도입 여부를 판단할 명확하고 일관된 기준을 갖춘 기업도 24%에 불과했다.
이런 격차를 메우기 위해 기업이 꼽은 확장 조건은 다양했다. AI 전략을 보유했거나 계획 중인 기업은 숙련된 AI 인재 확보(48%), 데이터 거버넌스 및 보안(44%), 신뢰할 수 있는 클라우드·디지털 인프라(39%)를 가장 중요한 요소로 지목했다.
실제로 AI가 고도화되고 컴퓨팅 집약적으로 변하면서, 기업은 기술 자체보다 이를 뒷받침하는 조건에 주목하고 있다. 74%는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장기 AI 투자 결정에 중요하다고 답했고, 48%는 공공·민간 협력을 한국 AI 인프라 역량 확대의 핵심 요소로 꼽았다. 거버넌스 측면에서는 한국의 AI 기본법을 완전히 또는 상당 부분 인지하고 있다고 답한 기업이 64%에 달했지만, 규정 준수 준비가 완전히 돼 있다고 답한 기업은 22%에 그쳤다. 기업들은 세부 의무사항과 AI 관련 요건이 기존 데이터 보호 규정과 어떻게 맞물리는지 더 명확한 안내를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국내 기업은 AI 기술 접근 방식에서 유연성을 원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AI 활용 기업의 46%는 국내·글로벌 AI 도구를 함께 사용하고 있었고, 공급업체 선택권이 충분한 기업 중 84%는 공급업체를 선택·전환할 수 있는 능력을 '매우 중요' 또는 '극히 중요'하다고 답했다. 72%는 글로벌 진출을 추진하는 국내 기업에게 글로벌 기술 기업 접근성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기업들의 시선은 이미 피지컬 AI 등 차세대 기술로도 향했다. 6%는 피지컬 AI를 전면 도입했고, 22%는 시범 적용 중이며, 39%는 도입을 계획하고 있다. 자율 로봇, 예측 정비, 인간과 기계의 협업 등이 대표적인 기회 영역으로 꼽힌다. 다만 준비는 아직 미흡했다.
차세대 AI를 도입할 준비가 충분히 혹은 매우 잘 되어 있다고 답한 기업은 24%에 그쳤지만, 스타트업은 같은 응답이 43%에 달해 대조를 이뤘다. AI·디지털 역량 부족(46%)과 기술·데이터 관련 장벽(38%)이 주요 장애물로 지목됐다. 역량 문제는 앞으로 더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의 78%는 향후 3년간 AI 관련 역량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고, 76%는 꾸준한 교육과 리스킬링이 경쟁력 유지에 필수라고 답했다. 그럼에도 자사 인력이 뛰어난 디지털 역량을 갖췄다고 믿는 기업은 22%에 그쳤다.
이번 조사는 AI 활용이 성숙 단계에 접어들면서 기업이 집중해야 할 세 가지 과제를 제시했다. △명확한 비즈니스 목표와 측정 프레임워크로 성공 사례를 식별·확장하는 'AI 전략화' △고도화된 AI 시스템을 안전하고 안정적으로 배포하기 위한 클라우드·데이터·거버넌스 기반 강화 △AI·디지털 역량과 판단력을 갖춘 인력에 대한 지속적 투자다.
한편 이번 조사는 이번 조사는 AWS의 의뢰로 리서치 기관 스트랜드 파트너스가 국내 기업 리더 1000명과 일반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영국 시장조사협회(MRS)와 유럽마케팅여론조사협회(ESOMAR) 가이드라인을 따랐다.
최호 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