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시선]K로봇, 기술만으론 이길 수 없다

김명희 기자
김명희 기자

중국 로봇 산업은 기술 경쟁을 넘어 자본 경쟁으로 확장되고 있다. 유니트리 상장에 이어 애지봇·갤럭시아AI 등도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며 양산과 인공지능(AI)과 핵심 부품 투자를 위한 대규모 자금 확보에 나섰다.

최근 만난 국내 로봇기업 대표들도 중국과 경쟁하려면 기술력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점을 공통적으로 강조했다. 미국에는 빅테크의 막대한 자본이 있고 중국은 국가 차원에서 산업을 밀어주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 로봇기업 상당수는 본격적인 매출이 발생하기 전부터 긴 연구개발 기간과 양산 투자를 감당해야 한다. 휴머노이드는 더욱 그렇다. 기술을 확보했다고 곧바로 매출로 이어지는 산업이 아닌 만큼 기업이 장기간 버틸 수 있는 자금이 필요하다.

정부도 최근 로봇과 피지컬 AI 분야에서 다양한 연구개발(R&D) 과제를 내놓고 있다. 초기 개발자금이 절실한 기업에는 단비다. 다만 정부 과제로 시제품을 만들고 기술을 검증하는 것과 이를 실제 사업으로 키우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스케일업과 양산 단계에서는 훨씬 많은 자금과 설비, 생산 경험이 필요하다.

실증 환경도 중요하다. 휴머노이드는 실제 제조·물류 현장에서 얼마나 안정적으로 반복 작업을 수행하는지 검증해야 하지만 개별 기업이 대규모 실증 공간과 데이터를 모두 확보하기는 어렵다. 여러 기업이 활용할 수 있는 공통 실증 환경과 테스트베드가 필요하다.

정부 지원은 규모 못지않게 지속성과 전문성이 중요하다. 지원기관이 로봇 산업과 기술을 충분히 이해하고 어느 분야에 자원을 집중해야 하는지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단순히 과제를 늘리는 것만으로는 산업 경쟁력으로 이어지기 어렵다.

글로벌 시장 진출을 지원할 역량도 더 필요하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 시장에서는 자국 내 공급망 강화와 중국산 배제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다. 관세와 원산지 요건, 공급망 규제 등 각종 무역장벽도 높아지는 추세다. 통상과 인증, 현지 공급망 구축을 지원할 전문 기관과 인력도 산업 생태계의 일부로 봐야 한다.

국내는 자동차와 가전 산업을 기반으로 모터와 감속기 등 구동계 부품 경쟁력은 비교적 잘 갖춰졌다는 평가가 많다. 기존 자동차 부품기업들이 로봇 시장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반면 라이다와 3D카메라 등 센서류는 여전히 해외 의존도가 높다. 실제 국내 로봇기업 상당수가 외산 라이다와 카메라를 사용한다. 배터리와 모터, 감속기만 국산화한다고 해서 로봇 공급망 전체의 경쟁력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자율보행·주행이 확대될수록 센서가 차지하는 중요성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인재 문제도 만만치 않다. 상당수 로봇기업이 연구개발과 양산, 제조에 인력을 집중하다 보니 AI와 소프트웨어, 해외사업, 인증 등 분야별 전문 인력이 부족하다. 로봇 개발에 필요한 AI 인력 몸값은 계속 높아지고 있어 중소·중견 로봇기업이 빅테크와 인재 경쟁을 벌이기도 쉽지 않다.

휴머노이드 경쟁은 이제 좋은 로봇 한 대를 만드는 싸움이 아니다. 자본시장과 정부의 지속적인 지원, 실증 인프라, 통상 대응, 전문인력, 센서와 핵심 부품을 아우르는 후방산업이 함께 움직여야 한다.

K로봇이 중국과 경쟁하려면 개별 기업의 기술력에만 기대서는 어렵다. 결국 승부는 얼마나 강한 산업 생태계를 함께 만들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김명희 기자 noprint@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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