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인공지능(AI) 서버의 숨통을 쥐고 있다는 말은 과장이 아니다. 고대역폭메모리(HBM)가 없으면 그래픽 칩을 쌓아도 시스템이 완성되지 않는다. 그러나 칩을 포개 모듈로 만드는 마지막 단계에서 한국은 주인공이 아니다. 칩과 칩 사이 틈을 메우는 수지, 언더필(Underfill)의 양산 레시피에는 여전히 일본 소재기업 비중이 대다수다.
국내에 소재가 없어서가 아니다. 샘플을 내놓는 회사도 있고 대기업도 개발에 손을 대고 있지만, 레시피에 이름이 잘 오르지 않는다. 성능 미달 문제보다 '소켓 오픈(고객 규격에 이름이 오름)'이 잠겨 있는 문제가 더 크다. 꽤 오랫동안 반복된 문제지만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소재사가 '라인 일부에서라도 검증을 하자'고 해도 종합반도체기업(IDM)은 제안을 수용하기가 어렵다. 이미 고객에게 팔아 둔 라인을 잠시 실험실로 돌리는 일인데다, 실패하면 납기가 밀리기 때문이다.
책임 구조의 문제도 있다. 책임자는 데이터가 쌓여 있는 일본산 소재를 유지해야 한다. 여기에 국산은 다시 '양산 실적이 없다'는 이유로 밀린다. 회사 전체에는 공급망을 나누는 일이 이득일 수 있어도, 담당직원에게는 손실이 될 수 있다.
한국에서 이 자물쇠가 열린 적은 있다. 2019년 일본 수출 규제 때다. 고순도 불화수소와 감광액은 그전부터 국산이 있었지만 “아직 이르다”는 인식이 팽배했다. 전환점은 IDM이 품질 리스크를 감수하고 두 번째 공급선을 만들기로 했을 때다.
HBM 수지를 한 번에 국산으로 바꾸자는 주장은 현실과 어긋난다. 정부와 기업이 작은 시험 라인을 공동으로 두고 실패 비용을 나누는 시도가 필요하다. 틈이 넓은 2.5D 기판과 인터포저부터 국산을 넣으면 허들은 낮아진다. 고객 계약에 2차 공급을 명시해 주력은 일본산, 일부만 국산으로 여는 방법도 있다. 필요한 것은 거대한 전환이 아니다. 주력 옆에 작게라도 정규 창구를 여는 일이다.
![[ET톡]한국산 HBM, 그사이 '한 줄'은 일본산](https://img.etnews.com/news/article/2026/09/21/news-p.v1.20260921.416a0dfe710b4fbdaa7892e4fd2d0b12_P3.png)
이형두 기자 dud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