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년 8월 28일 암표 제재를 크게 강화한 개정 공연법이 시행됐다. 종래에는 매크로 프로그램 이용 중심의 규제로 제도의 실효성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개정법은 매크로 사용 여부와 상관없이 보안조치를 기술적으로 우회하는 등 불공정하게 표를 구매하는 행위와 최초 판매자의 동의 없이 상습 또는 영업으로 비싸게 재판매하는 것을 부정구매·부정판매로 규정하고 금지했다. 플랫폼의 부정구매와 부정판매 방지책임 강화, 부정판매 금액의 최대 50배에 달하는 과징금 부과, 신고기관 지정, 신고포상금 지급 등을 도입했다. 암표를 근절하기 위한 진일보된 제도라고 본다.
암표는 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을 해소하고 시장가격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보는 학자도 있다. 그러나 암표 문제는 공연시장 특성, 입장권 가격 책정, 기술 발전, 콘텐츠산업 가치사슬 등 차원에서 시장에 맡겨둘 문제만은 아니다. 공연은 공급량인 공연 횟수 또는 좌석은 한정되어 있으나 인기 공연은 그 수요가 폭발적이다.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 희소성은 높은 수요와 고가격을 형성한다. 그러나 입장권 가격은 일반 상품처럼 수요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지는 않는다. 팬과의 관계, 일반 소비자의 문화향유 기회, IP와 브랜드 가치 확장 등을 고려한다. 대체로 실제 시장에서 지불할 의사가 있는 가격보다 낮게 책정된다. 더구나 전문 암표상들은 매크로와 같은 자동화 프로그램, 다수 계정, 보안장치 우회 등의 첨단 기술을 이용해 일반인보다 빠르게 티켓을 차지할 수 있다. 암표는 비정상적 거래로 고객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이탈시키며, 디지털 시대에 핵심 자산이 고객 데이터 확보도 어렵게 해 궁극적으로 공연시장을 피폐화시킬 수 있다.
암표 문제를 공연시장의 비효율을 조장하고 소비자 피해로만 보는 것은 단견이다. 한류의 주축인 K콘텐츠산업의 생태계를 훼손할 수도 있는 문제다. 콘텐츠산업은 IP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하나의 원천 IP가 드라마·영화·애니메이션·게임·웹툰 등 다양한 콘텐츠 장르, 공연과 콘서트, 굿즈, 라이선싱과 브랜드 협업 등으로 확산되며 수익을 창출한다. 공연은 콘텐츠 IP가 팬을 만나고 체험하는 장이자 다른 IP 시장으로 가는 창구가 된다. 콘텐츠 IP의 가치를 누가 가져가야 하는가? IP 가치를 창출하는 자가 그 수익을 갖는 것이 타당하다. 암표는 IP 가치 창출에 기여도 없으면서 무단으로 그 가치의 일부를 제 3자인 암표상이 가로채는 것이다. 콘텐츠에 재투자할 수 있는 수익이 사라지는 것이다. 콘텐츠 IP 가치에 무임승차이자 경제적 가치의 유출이다. 암표로 인한 폐해는 콘텐츠 소비자 피해뿐만 아니라 IP 가치사슬 확장에도 암초가 될 수 있다.
그런데, 언론에서 강화된 암표 방지책이 시행된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암표 매물은 줄더라도 초고가 암표 등장, 암표를 다른 물건에 끼워팔기, 해외거래로 이동하는 풍선효과, 법적 정의가 아직도 모호하며 담당 집행 인력 부족 등을 지적한다. 이는 제재와 처벌 수위 강화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암표의 근본적인 원인은 부정행위를 하더라도 '남는 장사'이기 때문이다. 암표상에게 수익이 돌아가는 구조를 막는 방안에 대해 검토해야 한다. 외국에서 실시 또는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공식적인 재판매 플랫폼 도입과 재판매가격 상한제를 고려해 볼 수 있다. 소비자가 믿고 이용할 수 있는 합법적인 재판매시장을 정교하게 설계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소비자와 팬덤이 암표를 구매하지 않겠다는 인식과 분위기 조성이 매우 중요하다. 암표에 대한 팬들의 수요가 없으면, 암표는 사라질 것이다. 전문가와 업계, 정부가 참여하는 거버넌스를 통해 정책 발굴과 과감한 지원이 필요하다.
조현래 한성학원 이사·前 한국콘텐츠진흥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