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공SW, 대기업 참여는 예외적이어야

올들어 공공 소프트웨어(SW) 사업에 대기업 참여를 허용하는 예외심의가 그야말로 폭증하고 있다고 한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이뤄진 공공SW 대기업 참여제한 예외심의는 총 53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51.4%나 늘어났다.

불과 7개월 동안에 지난해 연간 심의 물량의 93%가 다뤄진 셈이다. 이 중 43건이 참여 인정돼 81.1%의 높은 인정률을 기록했으며, 예외 인정을 받은 사업 신청 금액은 약 9715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6배 늘어났다. 하반기 공공 SW사업 비중을 감안하면, 예외 인정 건수와 금액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

이같은 예외 쏠림 현상의 배경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재작년 뼈아팠던 국가행정망 마비 사태나 지난해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를 연이어 겪으면서, 공공 발주처들이 대규모 정보시스템의 안정성과 신뢰성 확보를 최우선으로 두게 됐기 때문이다. 특히 치안이나 전력 등 비국방 분야까지 '국가안보' 유형으로 묶어 대기업의 우수한 사업관리 역량을 빌리려 하는 공공 발주처의 불안감이 작용하는 수요기관 입장은 충분히 받아들인다.

그러나 엄연한 기준이 있고 그것에 예외를 둔 조치라면, 예외적으로만 가동되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는 이 지점에서 두 가지 명쾌한 규정 논리를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규정상 예외 조항을 뒀다면 그 본질에 맞게 예외적으로 인정하는 것이 맞다. 둘째, 그래도 시스템 안정성과 국가안보 등을 확보하는 게 우선이라면, 차라리 그 예외 조항을 없애고 대기업 전용 기준으로 만들어 공포하는 것이 맞다.

편의주의적 남용으로 제도를 우회할 것이 아니라 규정을 새로 써야 정당하다. 무엇보다 수십 년간 공공SW 시장의 근간을 다져온 중소·중견 SW기업에 대한 정책 신뢰성과 사업 예측가능성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예외가 일상이 되어버리면 중견·중소기업은 투자와 기술 개발의 방향타를 잃는다.

현재 국회·정부 차원에 진행되고 있는 대기업 참여 확대는 그것대로 가더라도, 현행 법률과 시행규칙 등에 따라 예외는 예외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우선이다. 엄격한 심의 기준의 일관성과 위원 전문성 확보를 통해 제도 신뢰를 지켜야 한다.

제도의 근본은 시장의 신뢰와 원칙을 지키는 데에 있다. 명확한 법제도가 있음에도 예외와 우회가 일상화된다면 어느 기업이 정부 정책을 믿고 투자하겠는가. 지금처럼 규칙은 존재하되, 예외 승인을 본항 보다 더 늘려갈 바에는 예외라 하지 말고 그냥 현행법 불능을 선언하는 게 맞지 않겠는가.

공공SW사업 대기업 참여 제한 조항.
공공SW사업 대기업 참여 제한 조항.

이진호 기자 jho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