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칼럼] 디지털자산시장 명확화법과 규제체계 재정립에 대한 담론〈상〉

김선미 동국대 경영전문대학원 핀테크&블록체인 책임교수
김선미 동국대 경영전문대학원 핀테크&블록체인 책임교수

미국 디지털자산 규제에서 가장 오래된 쟁점 중 하나는 가상자산을 증권으로 볼 것인지, 상품으로 볼 것인지에 관한 문제다. 이 구분은 단순한 법적 명칭의 차이에 그치지 않는다. 증권으로 분류되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규제를 받고, 상품으로 분류될 경우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의 감독체계가 중심이 된다.

토큰 발행 방식과 공시 의무, 거래소 등록, 유통시장 감독 등에 적용되는 규제가 달라지기 때문에 디지털자산 산업 전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미국 의회가 추진하고 있는 '디지털자산시장 명확화법(Digital Asset Market Clarity Act)', 이른바 CLARITY Act는 이러한 규제 경계를 법률로 구체화하려는 시장구조 법안이다. 2025년 7월 미국 하원을 통과한 이후 상원에서 수정 논의가 이어졌지만, 2026년 9월 현재 최종 입법에는 이르지 못했다. 다만 미국 디지털자산 규제의 기본 틀을 재설계하려는 법안이라는 점에서 시장의 관심은 계속되고 있다.

이 법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미국 금융규제에서 '증권'과 '상품'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증권은 주식과 채권, 투자계약 등을 포괄하며 SEC의 감독을 받는다. 상품은 금과 원유, 농산물에 국한되지 않고 상품거래법이 규정하는 보다 넓은 자산 범주를 의미한다. CFTC는 이미 2015년 비트코인과 다른 가상통화가 상품거래법상 상품에 해당할 수 있다는 입장을 제시했다. 그러나 디지털자산이 상품으로 분류된다고 해서 규제에서 제외되는 것은 아니다. 특히 CFTC는 전통적으로 선물과 옵션 같은 파생상품시장에 대한 폭넓은 감독권한을 갖고 있지만, 디지털자산 현물시장 전체에 대해 증권시장과 유사한 포괄적 감독체계를 갖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CLARITY Act는 일정한 디지털상품 현물거래를 CFTC의 등록·감독체계에 편입하고, 거래 플랫폼과 브로커·딜러 등에 고객자산 보호, 공시, 시장질서, 이해상충 관리 등의 의무를 부과하는 방향을 제시한다.

비트코인보다 규제 문제가 복잡한 것은 다양한 형태의 토큰이다.

예를 들어 한 기업이 새로운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개발하기 위해 토큰을 발행하고, 투자자에게 향후 네트워크가 성공할 경우 토큰 가치가 상승할 수 있다고 설명하면서 자금을 모집했다고 가정할 수 있다. 투자자는 해당 기업의 개발 능력과 사업 성과를 기대해 토큰을 매입하고, 기업은 모집한 자금을 네트워크 개발에 사용한다. 미국에서는 이러한 거래가 증권법상 '투자계약'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할 때 1946년 연방대법원의 SEC v. W.J. Howey 판결에서 확립된 이른바 '하위 테스트(Howey Test)'를 활용해왔다. 일반적으로 자금의 투자, 공동사업, 타인의 노력에 따른 수익 기대 등의 요소가 충족되는지가 판단 기준이 된다. 따라서 초기 단계에서 개발 주체의 노력과 사업계획에 투자자의 수익 기대가 크게 의존하는 토큰 판매는 증권거래로 판단될 가능성이 있다.

문제는 시간이 지나면서 해당 네트워크의 구조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초기에는 특정 개발회사에 크게 의존하던 블록체인이 이후 다수의 독립된 검증자와 개발자, 이용자가 참여하는 구조로 발전할 수 있다. 토큰 역시 초기에는 자금조달 수단의 성격이 강하지만, 네트워크가 안정적으로 운영되기 시작하면 거래 수수료 지급, 서비스 이용, 스테이킹, 거버넌스 참여 등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이 경우 초기 토큰 판매가 증권거래였다는 사실만을 근거로 이후 유통되는 토큰 자체를 계속 증권으로 취급해야 하는지가 쟁점이 된다. 전통적인 주식이나 채권은 자산의 법적 성격이 상대적으로 고정돼 있지만, 블록체인 토큰은 발행 시점과 네트워크 성숙 이후의 경제적 기능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 금융상품과 차이가 있다.

김선미 동국대 경영전문대학원 핀테크&블록체인 책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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