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술패권 경쟁이 국경을 지우고 있다. 인공지능(AI), 반도체, 바이오를 둘러싼 각국의 사활을 건 경쟁 속에서, 대한민국이 던져야 할 질문은 하나다. 세계가 대체할 수 없는 나라가 될 것인가, 아니면 규제에 발목 잡혀 뒤처질 것인가.
정부는 잠재성장률 3%, 수출 4강, 국민소득 5만달러라는 '경제대도약 3·4·5' 비전을 제시했다. 이 비전이 구호에 그치지 않으려면, 국민과 기업이 자율과 창의를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판이 먼저 깔려야 한다. 그 판을 깔아, 세계가 대체할 수 없는 '대체불가 대한민국'으로 나아가게 할 열쇠가 바로 규제합리화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규제는 촘촘해야 한다는 원칙은 옳다. 그러나 많은 소방시설 설치의무와 기준이 있더라도 화재의 순간에 작동하지 않거나,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규제가 환경기술의 혁신을 가로막는다면 그 규제의 방식도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ET시론] “대체불가 대한민국, 규제합리화가 여는 길”…성장엔 날개를, 안전엔 실효성을, 민생엔 체감을](https://img.etnews.com/news/article/2026/09/30/news-g.v1.20260930.d06110a4f48049e5b137f69eb57907cc_P1.jpg)
◇규제의 양이 아니라 실효성을 따지는 것, 규제합리화가 가야 할 길이다
정부가 28년 만에 규제개혁위원회를 규제합리화위원회로 개편하고 위원장을 대통령으로 격상시킨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 4월 대통령 주재 첫 회의에서 제시된 '한발 앞선, 유연한, 성과지향의, 국민이 체감하는, 모두의 규제합리화'라는 다섯 방향은 결국 하나의 다짐으로 모인다.
“규제합리화는 정부 혼자 끝내는 일이 아니다. 국민이 삶에서 체감해야 비로소 완성되는 일이다.”
◇대한민국 어디서나 규제에 막힘 없이, 성장의 날개, 지역의 미래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는데 규제와 제도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 기업은 혁신을 시도하기조차 어려워진다. 신산업에서는 속도가 곧 경쟁력이다.
지난해 9월과 10월, 두 차례 대통령 주재 핵심규제 합리화 전략회의를 거치며 AI 저작물 학습의 공정이용 안내서 마련, 자율주행 학습용 영상데이터 활용 허용, 첨단재생치료 1호 승인까지 오랫동안 막혀 있던 규제들이 뚫렸다. 앞으로는 경쟁국보다 과도한 규제를 걷어내는 데 그치지 않고, 기술이 시장을 앞서가기 전에 규제 공백부터 메워야 한다. 국가창업시대를 뒷받침하기 위해 창업벤처규제혁신위원회를 새로 만들고 불필요한 행정서류를 대폭 줄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역 성장전략도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 경제단체가 제안한 '메가샌드박스' 구상은 '메가프로젝트'와 '5극3특 초광역특구'로 진화했다. 기존의 소규모 특구를 넘어 광역·초광역 단위의 성장거점을 만들고, 최고 수준의 규제특례에 세제· 재정·인재 지원까지 결합해 지역이 스스로 성장 엔진을 돌리게 하자는 것이다. 이를 뒷받침할 관련 법률이 국회 발의를 앞둔 가운데, 메가프로젝트의 성공을 위한 규제특례도 적극 발굴해 지역이 스스로의 강점으로 미래산업을 키우는 균형성장 모델을 만들어갈 계획이다.
◇국민이 체감하는 규제합리화, 민생의 온도
규제합리화가 다듬어야 할 대상은 거창한 성장·지역 정책만이 아니다. 오히려 국민이 매일 부딪히는 사소하고 황당한 규제 하나가 체감의 크기를 결정한다. '황당규제 공모전'으로 국민이 직접 불합리를 지적하게 하고 '국민불편 민생규제 개선방안'을 마련하는 한편, 지난 4월 출범한 민관합동 규제합리화추진단을 통해 경제단체와 중소기업이 겪는 부담을 곧장 정책으로 연결하는 이유다.
이런 규제합리화는 국민 위에서 설계되지 않는다. 국민의 불편에서 시작된다. 작은 불편 하나를 해결하는 일이 대단해 보이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그런 변화가 하나둘 쌓일 때 비로소 국민은 “규제가 달라졌다”고 체감한다.
◇마라톤이다, 그러나 방향은 분명하다
규제합리화는 단거리 경주가 아니라 마라톤이다.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갈등규제, 부처 간 이견으로 표류하는 과제는 하루아침에 풀리지 않는다. 그래서 규제합리화위원회가 컨트롤타워로서 흔들림 없이 조정하고 결론을 내야 하며, 각계 전문가로 구성된 민간위원들이 관행에 가려진 불합리를 찾아내는 '현장의 눈'이 되어야 하는 이유기도 하다.
대한민국의 다음 도약은 거창한 구호에서 오지 않는다. 현장의 불합리한 규제를 하나씩 걷어내고, 지켜야 할 규제는 촘촘함과 실효성을 함께 갖추도록 다듬는 실천에서 시작된다.
“성장에는 날개를, 지역에는 미래를, 민생에는 활력을-그리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는 촘촘하면서도 제대로 작동하는 안전망을.”
국민의 일상에는 편의를 더하고, 기업의 자유로운 활동을 보장하는 살기 좋은 대한민국으로 가는 길, 그 길에 규제합리화위원회가 앞장서기를 기대한다.
권태성 규제합리화위원회 위원 1354kt@hanmail.net

〈필자〉 권태성 규제합리화위원회 위원은 행정고시 29회로 공직에 입문해 국무총리실 정부업무평가실장·총무비서관,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차관급)·상임위원·기획조정실장 등을 역임했다. 권 위원은 30여년간의 공직생활 동안 정부 정책 조정과 평가, 국민 권익 보호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았다. 공직을 떠난 후에도 KDI 규제연구센터 초빙연구위원, 권익지킴연구소 소장, 공주대와 건국대 행정대학원 초빙교수로 활동하며 규제·권익 정책연구와 후학 양성을 이어왔다. 올해 3월에는 대통령 소속 규제합리화위원회 위원으로 위촉돼 현장의 목소리와 부처 의견을 균형 있게 살피며 합리적인 규제 개선에 힘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