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경 수사분리 등 이른바 검찰개혁을 둘러싼 논쟁이 수년째 이어지고 있다. 조금 냉정하게 살펴보면 과연 이 문제가 국민의 민생과 얼마나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지금 진행되는 제도개편이 국민이 체감하는 성과로 나타날지도 중요한 문제다.
우리나라의 형사 고소·고발은 연간 약 70만건이고, 이 가운데 실제 형사재판으로 이어지는 사건은 20만건 수준으로 그보다 훨씬 적다. 물론 하나의 사건에 여러 피고발인이 포함될 수 있어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전체 국민 가운데 매년 형사사법 절차를 직접 경험하는 사람은 일부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검찰개혁이 이처럼 큰 정치적 쟁점이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검찰의 수사와 기소가 정치인, 고위공직자, 재벌 총수 등 사회적 영향력이 큰 인사들과 밀접하게 관련되기 때문이다. 결국 현재의 검찰개혁 논쟁에는 정치적 이해관계가 상당 부분 작용하고 있다.
반면 일반 국민이 고소·고발을 통해 경험하는 수사 현실은 조금 다르다. 필자는 고소인으로서, 피고발인으로서도 수사를 경험한 적이 있다. 한 병원의 사문서위조 혐의를 고소하면서 관련 증거까지 제출했지만, 경찰은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했고 검찰에서도 증거불충분으로 종결했다. 고검에 항고하고 재기수사 과정을 거쳐 결국 기소까지 이뤄졌지만, 그 과정은 결코 순탄하지 않았다. 고검 부장검사가 이례적으로 고발인을 소환했지만 경청후에는 취하를 종용받았고, 응하지 않자 압박 심문으로 이어졌다. 명확한 증거가 있는 사건도 수사 담당자의 판단에 따라 방향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직접 경험했다.
필자가 노조로부터 고발을 당했을 때는 다른 답답함을 경험했다. 경찰은 사실상 혐의가 없다고 판단하면서도 사건을 직접 종결하는 데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 과거에는 경찰이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면 최종 판단의 부담을 검찰과 나눌 수 있었지만, 검경 수사분리 이후에는 경찰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논리였고, 처리기간이 더 오래 걸렸다.
고소인으로서도 답답하고 피고발인으로서도 억울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문제는 수사 결과 자체만이 아니다. 잘못되거나 납득하기 어려운 수사와 판단이 이루어졌을 때 국민이 이를 어디에 호소하고, 누가 객관적으로 다시 살펴볼 것인가 하는 문제다.
검사와 경찰의 수사결과에 대한 상소 제도는 만족도가 그리 높지 않다. 인용률이 높지 않기 때문인데, 사건이 많은 것도 있지만 형식적으로 처리한다는 느낌이 더 강하게 든다. 특히 처리한 부서 또는 같은 업무를 하는 다른 관청에서 처리하는 데에 원인이 있을 수 있다. 경찰에는 청문 업무가 있지만, 현재의 청문제도가 수사 결과에 대한 국민의 불만과 이의를 실질적으로 검토할 수 있는 장치인지, 또 그 많은 민원을 감당할 인력과 권한을 갖추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나, 중수청을 만드는 것보다 이의신청 사건 처리의 적정성을 객관적으로 검토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는 수사기관의 권한을 빼앗는 것이 아니라 잘못된 수사를 스스로 바로잡을 수 있는 내부 통제장치를 강화하는 것이다. 정치인과 고위공직자의 문제는 정치적·제도적으로 풀어야 한다. 그러나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든 국민이 이용하는 형사사법 시스템 전체를 크게 흔드는 것이 반드시 최선이라고 할 수는 없다. 검찰개혁의 성과는 검찰의 권한을 얼마나 줄였느냐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 이의신청 수용률(번복률), 상소 결과 등을 부서별 개인별 평가로 연계하여 잘못을 줄여나가는 것이 더 본질적인 방법일 수 있다.
임성은 서경대 공공인재학부 교수·전 서울기술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