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트펌프, 산업현장·인증 엇박자

1000RT급 도입 활발한데
시험기준 600RT에 머물러
“시장 반영한 인증체계 시급”

정부가 녹색대전환(K-GX) 핵심 기술로 히트펌프 보급 확대에 나섰지만 산업용 대용량 설비를 뒷받침할 국내 시험·인증 체계는 미비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행 히트펌프 국가표준(KS)의 시험 대상 범위가 150냉동톤(RT) 이하에 그치는 것은 물론 신규 표준도 최대 600RT 수준에 불과하다. 1000RT를 웃도는 설비가 도입되는 실제 산업 현장과 괴리가 크다.

시험·인증 등 기초적인 산업 기반 구축이 지연될 경우 K-GX를 새로운 성장산업과 수출동력으로 연결하려는 정부 구상에도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국가기술표준원은 물-물 수열원 히트펌프 관련 KS 제정안을 예고하고 다음달 30일까지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정부의 하천수를 활용한 수열에너지 보급 확대 방침에도 불구하고 제품 성능 평가 방법이나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AI 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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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새롭게 마련하는 시험기준조차 대용량 산업 현장을 충분히 포괄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제정 예고안은 정격 냉·난방능력 2110㎾(약 600RT) 이하 제품만 시험 대상으로 규정한다. 이를 초과하는 제품은 해당 표준에 따른 성능시험 적용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4년 전 실시한 선행 연구에서 600RT 이상급 제품 데이터 확보와 검증을 충분히 하지 못했다는 이유다. 600~1000RT급은 표준 해설에서 일반적인 제품 용량 범위로 제시하고 있지만 이를 포괄하는 명확한 KS 시험·인증 체계는 아직 없다. 수열원뿐만 아니라 공기-열 히트펌프 역시 산업용 대용량 제품에 대한 시험·인증 체계가 마련돼 있지 않다.

하지만 선행 연구를 실시했던 4년 전과 달리 현재 산업 현장에서 쓰이는 수열원 히트펌프의 용량은 이를 훌쩍 넘어섰다. 한국무역센터에는 지난해 국내 최초로 1000RT급 대용량 수열 히트펌프가 도입됐다. 제지업계 등 산업 현장에도 1000RT 이상급 히트펌프가 투입되기 시작했다.

1000RT급 이상 설비에 대한 시험·인증 기준은 아예 공백 상태다. 1000RT를 초과하는 대용량 설비는 표준 해설에서 제시한 일반적인 제품 용량 범위마저 벗어난다.

업계 관계자는 “1000RT 이상 대용량 제품에 대해서는 명확한 기준이 국내에 없다”며 “현재는 대형 설비 대부분이 고객 요구에 따라 커스터마이징 방식으로 공급돼 당장 사업에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향후 시장이 확대되면 관련 기준이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이 7일 서울 한 회의장에서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한국형 녹색대전환(K-GX) 전략 국민보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이 7일 서울 한 회의장에서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한국형 녹색대전환(K-GX) 전략 국민보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용량 히트펌프 확대는 전력 인프라와도 직결된다. 1000RT급 대용량 히트펌프는 추가 전력설비를 설치해야 할 수 있다. 기존 사업장의 계약전력이나 수전설비 등을 다시 검토해야 한다. 지금처럼 대용량 제품에 대한 통일된 시험·인증 기준이 부재하면 수요처가 제품별 소비전력과 효율을 동일한 조건에서 비교·검증하기도 어려워진다.


업계 관계자는 “하루빨리 대용량 히트펌프 시험·인증 기준이 정비돼야 발주 단계에서 소비전력과 효율, 최대부하를 객관적으로 비교하고 전력 증설 규모도 합리적으로 산정할 수 있다”며 “국책 실증과 공공 발주, 대형 민간 프로젝트 확대에 맞춰 서로 다른 제품 성능을 비교할 수 있는 공통 기준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히트펌프, 산업현장·인증 엇박자

류근일 기자 ryury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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