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이동통신 3사가 내년도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GSMA) 이사회 명단에서 모두 제외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2003년 이후 24년 만으로, 글로벌 통신 시장과 기술 이슈를 주도해온 한국의 영향력이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11일 GSMA에 따르면 2027~2028년 이사회 명단에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국내 이동통신사가 한 곳도 포함되지 않았다.
차기 이사회에는 AT&T와 버라이즌, 보다폰, 도이치텔레콤, 오렌지, 텔레포니카 등 주요 글로벌 통신사가 참여한다. 현 이사회 멤버 중에서는 KT와 KDDI, TIM, 텔레노르가 차기 명단에서 빠졌다. GSMA 규정상 이사회 3연임한 통신사는 차기 이사회 참여 제한이 있다.
아시아에서는 중국의 차이나모바일·차이나텔레콤·차이나유니콤 3사가 모두 새롭게 이름을 올렸고 일본에서는 NTT도코모가 포함됐다. 아시아 주요 3국인 한·중·일 가운데 차기 GSMA 이사회에 자국 통신사가 한 곳도 참여하지 않는 국가는 한국뿐이다.
한국 통신사는 2003년부터 약 24년간 GSMA 이사회에 꾸준히 참여해왔다. KT는 2003년부터, SK텔레콤은 2008년부터 이사회에서 번갈아 활동했다. 2014년부터 2018년까지는 두 통신사가 모두 이사회에 참여했다. 2025~2026년에는 KT가 국내 통신사 중 유일하게 GSMA 이사회 멤버로 활동했다.
GSMA의 2027~2028년 이사 선정 과정에서 한국 통신 3사 중 일부는 자격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거나, 일부는 대응 의지가 약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서는 세계 통신 시장에서 한국의 입지가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GSMA는 세계 최대 이동통신 전시회 MWC를 주최하고 통신 기술과 정책, 사업 분야의 공동 현안을 다룬다. 26명으로 구성되는 이사회는 협회의 전략 방향과 주요 사업 우선순위를 정하는 핵심 의사결정기구다. GSMA는 5G 단독모드(SA) 확산과 AI 활용, 6G 개발, 네트워크 API 개방을 위한 'GSMA 오픈 게이트웨이' 등을 주요 사업으로 추진 중이다. 한국은 글로벌콘텐츠사업자(CP)와의 망 공정기여 이슈에서 대응 경험을 공유하며 영향력을 키워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국내 통신사들은 산하 워킹그룹과 기술·정책 협의체, 개별 프로젝트 등에는 계속 참여할 수 있다. 이동통신 규격이나 6G 표준을 논의하는 3GPP 등 국제 표준화 활동도 GSMA 이사회 참여 여부와는 별개다.
업계 관계자는 “GSMA 이사회에서 빠진다고 기술·정책 논의에 참여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주요 의제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이사회 멤버사의 발언권이 상대적으로 큰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남궁경 기자 nk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