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세청 국정감사에서 가상자산 과세 준비 부족과 세무조사의 정치적 중립성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야당은 가상자산 과세 시스템의 미비점과 대통령 발언에 따른 세무조사 의혹을 집중 추궁했다.
13일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의 국세청 국정감사에서 과세 행정의 신뢰성 및 관리 체계를 둘러싼 질의가 이어졌다.
먼저 가상자산 과세를 위한 거래소의 전산시스템 구축이 지연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내년 1월 1일 과세 시행을 앞두고 국내 주요 거래소의 준비 상황이 미흡하다고 비판했다.
박 의원은 “석 달 남은 시점이면 시스템 구축을 마치고 테스트하는 상황이어야 한다”며 “국내 준비도 안 돼 있고 국제 준비도 전혀 안 돼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임광현 국세청장은 “어떤 쪽으로 결정이 나든 차질 없이 집행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며 “거래소와 실무자 차원의 협의를 지속하고 있으며 지적한 사항을 다시 한번 확인하겠다”고 답했다. 이어 해외 거래와 개인 간 지갑 거래 등 과세 사각지대에 대해 “가상자산 관리과를 신설해 제도와 시스템을 마련하고 해외 추적 프로그램 도입 등도 추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안도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가상자산을 활용한 자산 은닉과 편법 증여, 불법 해외 송금 등 신종 탈세에 대응하기 위해 인공지능(AI) 기반 과세 시스템 구축을 촉구했다.
안 의원은 “디지털 시장에서는 초단타 알고리즘 매매와 믹싱 기술 등을 이용해 수천 번의 쪼개기 이체가 실시간으로 일어나는데 기존의 세무조사나 금융정보분석원(FIU)의 의심거래 보고에 사후 대응하는 방식으로는 잡을 수 없다”며 “AI 기반 지능형 과세 포착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실시간 이상거래 탐지를 고도화하고 다차원 데이터 교차 분석을 실시하는 한편, OECD의 가상자산 자동정보교환체계(CARF)를 활용해 국가 간 디지털 자산 정보 교환에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에 임 청장은 “가상자산 관련 세원 관리가 최대 과제”라며 “가상자산 관리과를 신설해 여러 제도와 시스템을 마련하고, 해외 추적 프로그램이 필요하면 구입해 설치하는 등 노력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구체적인 추진 상황을 추후 보고하겠다“고 밝혔다.
세무조사의 정치적 중립성도 도마에 올랐다. 야당 의원들은 대통령이 특정 기업이나 물가 문제를 언급한 이후 국세청의 세무조사가 이어지고 있다며 조사권 남용 가능성을 제기했다. 조사 대상 선정 과정과 대통령 발언 사이의 선후 관계 검증 필요성도 제기했다.
임 청장은 “세무조사는 신중하고 최대한 절제된 상태에서 원칙에 따라 진행되고 있다”며 “국세행정의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체납관리단 운영의 실효성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은 국세청의 국세외수입 징수 실적이 다른 정부기관에 비해 저조하다며 대규모 인력과 예산을 투입하는 체납관리단의 성과를 면밀하게 검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 청장은 국세청 소관 국세외수입은 이미 체납된 세금에 붙는 가산금이 대부분을 차지해 다른 부처와 단순 비교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세청이 보유한 징수 인프라를 활용하면 체납 징수율이 올라갈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체납관리단의 복지 사각지대 발굴 기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실제 추가 징수 실적을 구분해 성과를 평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다국적 플랫폼 기업의 조세 회피 문제도 거론됐다. 안도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이 독일 모회사에 약 1조4000억원을 이전한 거래의 과세 적정성을 문제 삼았다.
세무 플랫폼을 이용한 불성실 신고 문제도 다뤄졌다.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간편장부 신고자의 불성실 신고 가산세 부과 건수가 증가한 점을 지적하며 일부 세무 플랫폼이 부적절한 경비 처리를 유도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임 청장은 “세무 플랫폼의 무분별한 경정청구로 납세자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며 “관리·감독 규정 마련을 재정경제부에 건의했고 세무사의 책임을 강화하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손지혜 기자 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