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계열 비만치료제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티드) 투여 후 발생할 수 있는 시력손상 부작용에 대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늑장 대응이 국정감사 도마 위에 올랐다. 국내에서 첫 의심사례가 보고된 지 약 1년10개월이 지나서야 허가사항이 변경된 것을 두고 선제적 환자 안전 모니터링 체계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1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식약처 국정감사에서 백선희 조국혁신당 의원은 “위고비 등 비만치료제 처방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가운데, 환자 안전 모니터링과 사후관리가 뒷전으로 밀려났다”고 지적했다.
백 의원이 의약품관리종합정보센터 자료를 분석한 결과 GLP-1 계열 비만치료제 국내 월간 유통량은 2024년 10월 16만개에서 2026년 7월 311만9941개로 약 19.5배 급증했다.
핵심 쟁점은 세마글루티드 투여와 비동맥염성 전방허혈성 시신경병증(NAION) 발생 위험 간 연관성이다.
NAION은 시신경 혈류 문제로 갑작스러운 시력저하를 유발하며, 영구적인 시력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는 심각한 질환이다. 미국의학협회 안과학 학술지 게재 연구에 따르면 세마글루티드 투여군 NAION 발생 위험은 비투여군 대비 약 4~7배 높게 나타났다.
문제는 해외 규제기관과 식약처 대응 시차다. 백 의원에 따르면 국내에서는 2024년 12월에 이미 위고비 투여 후 NAION 발생 의심사례가 1건 접수됐다. 이는 유럽의약품청(EMA)이 관련 안전성 검토에 착수한 2025년 1월보다 앞선 시점이다.
이후 EMA는 2025년 6월 NAION을 세마글루티드의 '매우 드문 부작용'으로 판단하고 제품정보 변경을 권고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첫 의심사례 접수 이후 약 1년 10개월이 지난 올해 10월 7일에야 허가사항이 변경됐다.
백 의원은 “국내에서 위험 신호를 먼저 포착했음에도 환자 추적조사와 허가사항 검토가 선제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인과관계가 확인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추적조사에 소홀하면 규명 자체가 불가능해지는 악순환이 발생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해외 규제기관의 발표와 제약사의 신청만 뒤따르는 수동적 방식에서 벗어나, 중대한 안전성 정보가 확인되면 허가변경 전이라도 의료진과 환자에게 신속히 알려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에 오유경 식약처장은 “NAION과 관련해 한 명이라도 중요한 사례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해 이달 7일 자로 허가사항 변경을 완료했다”고 답했다. 이어 “앞으로 해외에서 중대 안전성 문제가 확인될 경우 허가사항 변경 이전이라도 안전성 정보를 신속히 마련해 의료현장에 제공하도록 시스템을 개선하겠다”고 덧붙였다.
임중권 기자 lim918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