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발 기술패권 경쟁 시대, 국가 연구개발 새 판 짜야”…제2차 과학기술 미래포럼

인공지능(AI) 확산으로 세계 기술 패권 경쟁 구도가 변화하는 지금 국가 연구개발(R&D) 정책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전문가들은 AI로 국가 전략 기술을 신속히 개발할 수 있도록 정부가 재정 투자와 민관 협력을 주도하고, 실패를 용인하는 R&D 사업을 편성해 대한민국 과학기술의 새로운 미래를 그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와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은 1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제2차 과학기술 60년 미래포럼을 개최했다.(왼쪽 다섯 번째부터)황정아 더불어민주당 의원, 권오남 과총 회장, 정진호 한림원장 등이 기념촬영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와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은 1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제2차 과학기술 60년 미래포럼을 개최했다.(왼쪽 다섯 번째부터)황정아 더불어민주당 의원, 권오남 과총 회장, 정진호 한림원장 등이 기념촬영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와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은 1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제2차 과학기술 60년 미래포럼을 개최했다. 국회 과방위와 두 단체는 내년 4월 과학기술처 출범 60주년을 맞아, 과학기술의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포럼을 열고 있다.

'AI 시대 R&D 패러다임 대전환'을 주제로 열린 이날 포럼에서 박찬수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부원장은 혁신 자원과 주체 관점의 R&D 시스템 재설계를 제안했다. AI가 기술 환경 변화를 주도하는 동시에 지식 생산자 역할까지 하면서 과학기술 정책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최근 AI 혁신 가속화와 AI 외교·안보 전략을 담은 'AI 액션 플랜', 미국 에너지부(DOE) 중심으로 과학·안보 플랫폼을 구축하는 '제네시스' 플랜을 발표한 데 이어, R&D 예산 실행 지침, 국가안보과학기술전략 등을 공개했다.

과학을 산업·안보와 결합된 국가전략자산으로 삼고, 개별 과학자의 유연한 지원과 국가 임무 수행 연구를 병행하는 것이 기존과의 큰 차이점이다. 이 과정에서 국가 역할은 '자금 공급자'에서 '통합 설계자'로 진화했다.

박찬수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부원장이 1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2차 과학기술 60년 미래포럼에서 〈AI 시대, 연구개발 시스템의 재설계〉를 주제로 발표했다.
박찬수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부원장이 1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2차 과학기술 60년 미래포럼에서 〈AI 시대, 연구개발 시스템의 재설계〉를 주제로 발표했다.

박 부원장은 추세에 맞춰 우리 정부 역시 정책과 예산의 연계를 강화하고, 전략 기술 개발·육성 강화, 기술·제품·사람을 함께 고려한 과학기술 안보 정책 설계를 주문했다.

박 부원장은 “제2차 국가연구개발 중장기 투자전략에서 5년간 200조원 이상의 정부 R&D 투자를 약속한 것은 긍정적이지만, 사업 예산 합계를 넘어서는 방향성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면서 “미래대응기금 역시 R&D 역할에 대한 명확한 미션이 부재하다면, 단순 계정 이관에 그칠 수 있다”고 밝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계도전R&D 프로젝트 매니저(PM)를 지낸 박은성 엠디노바 대표는 추격자에서 선도자로 도약하기 위한 R&D '듀얼 트랙'을 발표했다. 효율성·객관성·예측 가능성 중심의 기존 국가 R&D 시스템은 실패를 줄여 주력 산업 세계 1위 수성에 기여했지만, 세상을 바꾸는 혁신이 나오는 데까지는 이르지 못했다는 문제의식에서다.

박 대표는 국가 R&D 예산의 5%를 존재하지 않는 기술 개발에 과감히 편성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이 5%의 전략 사업은 별도의 법과 예산, 사람, 보호를 함께 설계해 미래 기술이 나올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은성 엠디노바 대표가 1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2차 과학기술 60년 미래포럼에서 〈넥스트 AI를 위한 국가 혁신 생존 전략〉을 주제로 발표했다.
박은성 엠디노바 대표가 1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2차 과학기술 60년 미래포럼에서 〈넥스트 AI를 위한 국가 혁신 생존 전략〉을 주제로 발표했다.

박 대표는 “우리도 한계도전 R&D로 미래 기술 개발을 시도했지만, 운영 기준이 법이 아닌 장관 훈령으로 설계되면서 결과적으로 기존 연구개발 관리 시스템에 편입됐다”면서 “미국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은 혁신을 이끌어 갈 사람에게 막대한 권한을 주되, 한 사람에게 그 권한이 달려 있지 않게 하며 혁신이 이어지도록 한다”고 말했다.

권오남 과총 회장(서울대 교수)은 “AI가 내놓는 답이 빨라질수록 중요해지는 것은 질문”이라면서 “과학기술의 다음 60년에는 아직 아무도 묻지 않은 질문이 끝까지 살아남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진호 한림원장은 “AI와 함께 연구 속도와 방식이 빠르게 달라지는 만큼 우리 R&D 제도도 변화에 맞춰 진화해야 한다”면서 “더 긴 호흡으로 연구를 지켜봐 주고, 도전 끝 실패에서도 배움을 찾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송윤섭 기자 sys@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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