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때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던 한국의 인터넷 속도가 최근 국제 비교에서 동남아시아 일부 국가보다 낮은 성적을 보였다. 베트남과 태국에도 밀리면서 글로벌 순위가 22위로 떨어졌다.
14일 인터넷 성능 분석기관 우클라(Ookla)가 공개한 '스피드테스트 글로벌 인덱스' 자료를 보면, 올해 8월 한국의 고정형 인터넷 다운로드 속도 중앙값은 초당 251.33Mbps였다. 조사 대상 국가 가운데 22번째에 해당하는 수치다.
한국은 2017년 아카마이가 발표한 인터넷 현황 자료에서 평균 접속 속도 부문 세계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우수한 통신 환경을 인정받았다. 다만 과거 자료와 이번 통계는 조사 주체와 산출 방식이 서로 다른 만큼, 순위만으로 성능 변화를 단순 비교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이번 조사에서 베트남은 301.48Mbps로 8위, 태국은 298.92Mbps로 9위에 자리했다. 두 나라 모두 한국을 앞섰으며, 베트남의 측정값은 한국보다 약 20% 높았다.
주요 도시를 대상으로 한 평가에서도 서울은 238.69Mbps로 34위에 머물렀다. 방콕은 321.90Mbps로 6위, 호찌민은 298.38Mbps로 14위, 하노이는 251.94Mbps로 30위를 기록해 서울보다 높은 위치에 올랐다.
국가별 선두는 462.50Mbps를 기록한 싱가포르였다. 한국 측정치의 약 1.8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아랍에미리트(UAE)와 칠레가 그 뒤를 이었고, 미국은 7위에 이름을 올렸다. 중국과 일본은 각각 24위와 26위로 한국보다 낮았다.
베트남과 태국은 최근 몇 년간 광섬유 기반 통신망을 확충하고 노후 설비를 교체하는 등 인터넷 인프라 개선에 힘을 쏟아왔다. 반면 한국은 2000년대 초반 전국적인 초고속망 보급을 빠르게 추진한 이후 기존 유선 설비의 성능을 끌어올리는 투자가 상대적으로 부족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유선망과 달리 이동통신 분야에서 한국은 비교적 양호한 결과를 냈다. 같은 달 모바일 다운로드 속도는 250.56Mbps로 세계 6위를 기록했다. UAE와 카타르, 쿠웨이트, 독일, 브라질이 한국보다 앞선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이번 통계를 해석할 때는 측정 방식의 차이를 고려해야 한다. 우클라의 유선 인터넷 집계에는 이동형 와이파이를 이용한 측정 결과도 반영된다. 실제 속도는 가입한 요금제와 네트워크 상태, 단말기 성능, 측정 장소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국가별 순위만으로 통신 인프라의 전반적인 수준이나 기술 경쟁력을 단정하기는 어렵다.
이원지 기자 news21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