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 '보험판매전문회사' 제도 도입, 보험소비자 위해 과감한 변화 필요

조병익 토스인슈어런스 대표
조병익 토스인슈어런스 대표

최근 국회에 보험판매전문회사 도입을 위한 보험업법 및 금융소비자보호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일정 요건을 갖춘 법인보험대리점(GA)에 별도의 법적 지위를 부여하고 그에 맞는 책임을 지우는 내용으로, 10년 넘게 제자리를 맴돌던 논의가 다시 국회 문턱에 오른 것이다.

다만 이 논의는 애초부터 지금까지 보험소비자의 시각이 아니라 보험사와 GA, 설계사 등 업계 이해관계자들을 중심으로 흘러왔다. 현 시점에서 논의의 초점은 어느 주체의 몫이 커지냐가 아니라, 소비자의 불편이 실제로 해소되는가에 둬야 한다.

신규 보험계약의 절반 이상이 이미 GA를 통해 체결되는 현실에서 보험 판매시장의 축은 상당부분 GA로 이미 이동했다. 보험사는 상품을 만들고 GA가 여러 회사의 상품을 비교·추천하며 판매를 책임지는 이른바 '제판분리' 구조가 자리 잡은 지 오래다. 하지만 GA의 법적 지위는 여전히 판매만을 대행하는 대리점 수준에 머물러 있다.

소비자 편익에 맞게 바꾸려면 커진 몸집에 걸맞은 법적 책임과 권한을 함께 부여하고, 이 기준을 충족하는 회사를 중심으로 산업을 재편해야 한다. 책임과 권한의 불균형이 지속되면 피해는 소비자에게 전가된다.

한 예로 보험 가입자는 매달 유지보험료를 카드로 내려면 설계사에게 카드번호를 직접 불러줘야 한다. GA가 결제정보를 다룰 수 없는 이유도 있지만, 더 근본적으로는 현행 제도상 GA가 잘못을 해도 최종 책임은 보험사가 지는 구조 탓에 보험사가 극도로 보수적인 프로세스를 운영할 수밖에 없다는 요인도 크다. 촌극이 빚어낸 불편함은 소비자의 몫이다.

미국, 영국, 일본 등은 이미 제조와 판매를 분리해 판매회사가 상담과 사후관리에 전문성을 쌓았고, 책임 주체가 명확한 만큼 소비자 보호 수준도 높다. 보험판매전문회사 제도 역시 GA를 규제 대상이 아닌 독립된 책임 주체로 인정해 소비자 불편을 실질적으로 줄이는 방향으로 논의돼야 한다.

필자가 몸담은 토스인슈어런스도 이미 이러한 변화를 예상하고 준비해 왔다. 상담부터 사후관리까지 사내 시스템으로 관리하며 불완전판매 징후를 선제적으로 걸러내고 있다. 민원이 발생하기 전부터 자체적으로 책임을 지는 내부통제 시스템을 갖춘 회사가 늘어날수록 소비자 불편은 그만큼 빨리 해소될 수 있다.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밥그릇을 둘러싼 업계 간 줄다리기가 아니라 보험소비자의 불편을 실제로 해소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재설계하는 일이다. 오랜 논의 끝에 결실을 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이한 만큼, 업계 이해관계 조정을 넘어 소비자 보호를 위한 대승적이고 과감한 제도 변화가 필요한 때다.

조병익 토스인슈어런스 대표 insuga@toss.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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