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 연구개발(R&D) 조직 7만2000여개 중 외국인 연구 인력을 보유한 조직은 3%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 연구 인력을 활용한 기업의 만족도는 높았지만, 비자와 행정절차 등 제도 미비가 제약이 됐다. 한국에서 학위를 취득한 외국인 석·박사 인력이 국내에서 오랜 기간 성과를 창출하도록 장기 체류까지 고려한 근속 지원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 산하 산업기술혁신연구원이 20일 발간한 '우리 기업의 외국인 연구 인력 활용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기업부설연구소와 연구개발전담부서 7만2224개 중 외국인 연구 인력을 1명 이상 보유한 조직은 1945곳으로 전체의 2.7%에 그쳤다. 외국인 연구 인력은 3155명으로 전체 연구 전담 인력 45만5977명의 0.7%에 불과했다.
기업 유형별로는 중소기업 근무자가 2076명으로 전체 외국인 연구 인력의 65.8%를 차지했다. 10년 전 1170명에 비해 77.4% 증가했다. 같은 기간 대기업 외국인 연구 인력은 1334명에서 785명으로 감소했다. 근무지는 전체 외국인 연구 인력의 79.0%(2491명)가 수도권에 집중됐다.

외국인 연구 인력 활용 경험이 있는 기업 278곳을 설문한 결과 203곳(73.1%)이 전문성과 연구 성과에 만족한다고 평했다. 이들의 업무능력이 국내 인력보다 '높다'는 응답은 32.3%로 '낮다'는 응답(16.2%)의 약 두 배였다. 이들 기업 중 47.5%(123곳)가 3년 내 외국인 연구인력 채용 계획이 있다고 답했다.

다만, 기업은 제도·절차로 인해 외국인 연구인력 활용에어려움을 겪었다. 비자·행정절차 51.4%, 의사소통·조직 적응 28.0%, 인건비·채용 비용 19.4% 등을 제약 요인으로 꼽았다.
기업은 외국인 인력 채용 과정에서 직무에 맞는 체류자격을 판단해 사증을 발급받아야 하고, 고용 추천 서류 준비, 외국인 등록, 체류기간 연장 신청 등을 챙겨야 한다. 전담 인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에는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보고서는 국내에서 양성된 외국인 석·박사와 기업의 R&D 직무를 직접 연결하고, 채용부터 비자·체류, 조직 적응, 장기근속까지 이어지는 지원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외국인 연구 인력이 필요한 기업이 우수 인력을 오래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외국인 연구 인력을 활용했지만 현재는 고용하지 않는 국내 기업 67곳은 외국인 인력의 퇴사·이직(46.3%), 의사소통·적응상 어려움(22.4%), 비자·행정절차 부담(22.4%) 등을 주된 이유로 들었다.
반면 해외 주요국은 외국인 연구·전문 인력의 유입을 촉진하는 체류 제도와 기업 채용, 취업 전환 인센티브를 병행하고 있다. 일본은 외국인 인재의 학력·경력·연봉 등을 점수화해 일정 점수 이상이면 체류 우대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독일은 기업이 자격 인정·고용 승인·비자 관련 절차에 직접 참여해 기간을 줄이는 신속 절차를 운영한다. 싱가포르는 일반 전문 인력 채용 시 임금 수준과 인재·기업 특성을 함께 평가하고, 인력 부족 직종에 추가 우대를 제공하고 있다.
조낙현 산기협 상임부회장은 “외국인 연구 인력을 활용해 본 기업은 이들의 전문성과 연구 성과를 높이 평가하지만, 비자·행정과 인력 매칭, 장기근속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꼭 필요한 기업이 적합한 인재를 뽑아 오래 함께할 수 있도록 채용 현장 중심으로 지원체계를 다듬어야 한다”고 말했다.
송윤섭 기자 sys@etnews.com